미국의 H-1B 비자 정책 변경은 캐나다의 인재 유치 기회일까?

미국의 H-1B 비자 정책 변경은 캐나다의 인재 유치 기회일까?

Reuters
지난 22일 ‘외교관계협의회(CFR)’ 대담회에 참석한 마크 카니 총리는 미 당국의 숙련 근로자 비자 제도 변경이 캐나다의 인재 유치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숙련 노동자들에게 인기 있던 H-1B 비자 발급 수수료를 대폭 인상한 가운데, 일부 법률 및 산업 전문가들은 캐나다가 이 기회를 활용해 인재 유치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대신 캐나다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캐나다의 이민 제도 또한 고유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 당국의 H-1B 비자 정책 변경으로 갈 곳을 잃게 될 인재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요구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난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외교관계협의회(CFR)’ 대담회에 참석한 카니 총리는 캐나다 자체적인 연구와 AI 인재 양성을 강조하면서도, “안타깝지만 이들 대부분이 미국으로 향한다”고 했다.

이어 “당신들(미국)이 비자 정책을 개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마 그중 1~2명은 우리 캐나다가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가 숙련 노동자 비자(H-1B) 신규 발급 수수료를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증액한다고 밝히며 오랫동안 해당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해 온 기술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여기에는 캐나다인들도 포함된다. 미국 측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H-1B 신청자의 1%가 캐나다 국적자였다.

이후 백악관은 기존 H-1B 비자 소지자들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이번 조치는 법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 해도 지난 21일 자로 발효된 이번 정책 개편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고학력 외국인들의 기회를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장기 체류와 취업을 희망하며 미국 대학에 입학하여 최근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말한다.

이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이 상황은 “캐나다 정부가 맞이한 절호의 기회”라는 게 캐나다의 이민 전문 변호사인 에반 그린의 주장이다.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비자 프로그램 개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는 이는 그뿐만이 아니다.

국가 생산성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단체 ‘빌드 캐나다’는 지난 22일 서한을 통해 H-1B 비자 프로그램 변경으로 갈 곳이 없어진 노동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캐나다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십만 명의 고숙련·고소득 H-1B 전문 인력이 새로운 거주지를 찾고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 기관, 유사한 시간대, 미국과의 근접성, 우수한 삶의 질을 갖춘 캐나다는 자연스럽게 이들의 (새로운) 목적지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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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오는 방식을 전면 개편하고자 나섰다

2020년 ‘전미경제연구소’가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숙련된 노동자들의 이민이 제한될 경우 미국에 있던 다국적 기업들은 인재를 유지하고자 인도, 중국, 캐나다 등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진이 진행한 이 연구는 H-1B 비자 발급 한도를 70% 축소했던 2004년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원래 미국에서 채용하려 했던 인재를 캐나다에서 대신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비교적 개방적이었던 캐나다의 이민 정책 덕분에 근로자들을 쉽게 이동시킬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H-1B 비자 소지자들이 캐나다를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었다는 증거도 있다.

2023년 캐나다 정부는 미국 내 H-1B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캐나다에서도 3년간 근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바 있다. 당시 신청자 1만 명이 몰리며 24시간 만에 접수가 종료되었다.

이들 중 실제로 캐나다로 이주한 이들이 몇 명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캐나다 캘거리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마크 홀테는 자신의 고객 중 일부는 미국 H-1B 비자 갱신이 실패한 후 캐나다로 건너왔다고 주장했다.

홀테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캐나다 내 많은 이들이 영주권 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인 미칼 스쿠테루드는 숙련된 노동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캐나다 정부가 이민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 등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에 잠재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잠재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캐나다 당국이 이민 규모를 축소했으며, 임시 외국인 근로자 프로그램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보수당은 이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자국민 고용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산업별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저숙련 근로자나 계절 산업 근로자들이 이를 이용한다.

스쿠테루드 교수는 “캐나다라고 미국보다 예측하기 쉬운 나라도 아니다. 이는 인재를 유치하려고 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캐나다는 미국과 급여 구조도 다르며, 평균적으로 급여도 더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캐나다가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스쿠테루드 교수에 따르면 H-1B 프로그램이 특히 첨단 기술 분야의 연구 및 혁신 측면에서 미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는 증거는 분명 있다.

한편 캐나다 이민국(IRCC) 대변인은 미국의 H-1B 비자 변경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한편, 자국에는 기업들이 근로자를 데려올 여러 경로가 있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당국은 숙련 노동자를 위한 ‘익스프레스 엔트리’, “고도로 숙련된” 외국인의 임시 취업 허가증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글로벌 스킬스 전략’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매튜 크루포비치 대변인은 IRCC가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해결책을 계속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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