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나온 개를 보고 놀라 넘어져 다쳤더라도 평소 질환이 있었다면 치료비 전액을 보상받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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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3단독 박희근 부장판사는 지난 5일 80대 여성 A 씨가 견주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3455만 7119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2023년 2월 10일 자신이 사는 건물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이웃 주민 B 씨의 개 두 마리가 열린 문에서 나와 짖으며 달려들어 뒤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A 씨는 12주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해 병원 비용 등을 포함해 5300여 만 원을 배상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엘리베이터 같은 공용 공간에서 개가 다른 주민에게 달려들지 않도록 목줄을 짧게 잡는 등 조치를 취해 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B 씨에게 있다고 봤다.
다만 A 씨가 고령인 데다 평소 골다공증이 있다는 점이 고려돼 B 씨가 치료비 등 재산상 손해 중 70%만 배상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미 겪고 있는 증세가 경합하여 통상의 경우보다 손해가 확대돼 피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은 공평의 원칙 내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며 “피고의 책임은 기왕증(이미 겪고 있는 증세) 기여도에 상당하는 30%를 제외한 나머지 70%로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금에는 치료비뿐 아니라 위자료 1500만 원도 포함됐다.
피고는 A 씨가 스스로 뒷걸음질하다가 뒤로 넘어져 다친 것이지, 개가 원고를 공격하지는 않아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위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견주 B 씨는 같은 사건에 대해 과실치상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