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 수복 가능할 수도’

트럼프,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 수복 가능할 수도’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국가의 원래 형태 그대로 되찾을 수도 있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기존 입장에 큰 변화를 보였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가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원을 받아 “이번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원래의 국경”을 되찾을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23일)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에서 연설한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나온 발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을 바란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줄곧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게시물에서 우크라이나가 “(기존 영토보다) 더 나아갈 수도 있다”고도 언급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침공하여 병합한 크림반도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2022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을 감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군사 및 경제 상황을 살펴보고 완전히 이해한 후” 입장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를 “(허세 부리는) 종이 호랑이”라 비난하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는 엄청난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으며, 지금은 우크라이나가 행동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큰 변화”라며 환영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UN 본부에서 기자들에게 “이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안보 보장을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지 묻는 질문에는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 아직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없다”고 답하면서도, 추가적인 무기, 방공 체계, 드론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 미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SNS 게시물에 놀랐으나, 이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폭스 뉴스의 진행자인 브렛 베이어에게 “푸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번 거짓말을 해왔다는 점 또한 우리 관계에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3일 UN에서 연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전투기와 드론이 여러 차례 영공을 침범한 사건과 관련해 NATO 회원국들이 이를 격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에스토니아와 폴란드는 각각 러시아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타 회원국들과의 협의를 요청했다. 또 다른 NATO 회원국인 루마니아 또한 러시아 드론이 자국 영공을 넘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23일 회의를 소집한 NATO는 이후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행동을 규탄하는 한편 회원국 방어를 위해 필요시 “모든 군사·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러시아는 긴장을 고조시키고, 오판의 위험을 높이며, 생명을 위협하는 이 같은 (도발) 행위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 반드시 멈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가 “무책임한 행위가 점점 늘어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우리는 방어적 동맹이지만 순진하지 않다. 따라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 또한 UN 총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강조하며, 폴란드는 “영토를 수호”하고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의 국민들,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드론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는 에스토니아 영공 침범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한편 폴란드 영공 침범은 고의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루마니아 영공 침범 사건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NATO 동맹국들이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할 경우 미국이 지원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답하며, 방위비 지출을 늘린 회원국들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회원국들이 오는 2035년까지 국방비 비율을 GDP의 5%까지 증액하기로 합의한 점을 언급하며 “NATO가 진전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 전의 연설에서는 일부 NATO 회원국들이 여전히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고 있다며 이는 “자신들을 겨냥한 전쟁을 지원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BBC
9월 8일자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상황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트루스 소셜 게시물은 그의 기존 입장과는 사뭇 상반된다. 올해 내내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몹시 나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벌어진 격렬한 논쟁 중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그에게는 인구와 영토가 더 큰 국가와의 소모전에서 승리할 만한 “카드가 현재로서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후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8월에는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일부 영토 교환이나 변경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나머지 전선을 동결하는 대가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전역을 러시아에 넘기는 안을 수용하도록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할 계획이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제안한 종전 방안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더 강력한 대러 제재를 가하겠다고 번번이 위협하면서도, 크렘린궁이 자신의 최후통첩 시한과 제재 경고를 거듭 무시해도 지금껏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예측 불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외교 정책 특징 중 하나로, 이번 SNS 게시물 또한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이후 한 달 넘게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평화 협상판을 흔들어보려는 시도일 수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에서 어쩌면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끝부분일 수 있다. 미국은 계속해서 NATO에 무기를 판매할 것이며, NATO는 이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수 있다는 보장이 담긴 대목이다.

이전 바이든 행정부가 제공한 사실상 무제한 전쟁 지원 약속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올해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이 시사했던 것보다는 더 나은 제안이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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