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이병헌이 요즘의 극장 상황이 영화 ‘어쩔수가없다’ 속 주인공 만수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병헌은 ‘어쩔수가없다’의 개봉을 기념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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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박찬욱 감독이 영화화해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 만수 역을 맡은 이병헌은 ‘공동경비구역 JSA’, ‘쓰리, 몬스터’ 이후 21년 만에 이번 영화로 박찬욱 감독과 재회했다.
30년이 넘는 연기 인생 동안 줄곧 주연을 맡으며 톱배우, 톱스타의 길을 걸었던 그는 벼랑 끝에 몰려 재취업에 목숨을 거는 만수의 상황에 어떻게 몰입할 수 있었는지 질문을 받았다.
이병헌은 “제 개인적으로 만수의 상황과 직결된 접점은 적지만 다른 측면에서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포착할 수 있는 주변의 상황들은 많이 접하고 있다”며 “직접적으로는 지금 당장 저만 해도 현재 정해진 다음 작품이 없다. 다만 저의 경우 정말 행복한 상황인 것은 여전히 생각하는 시나리오가 있거나 대본이 있다. 그래서 저에게는 다음 작품이 지금 없다 해서 일이 끊겼다고 볼 순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지만 그 외 주변의 많은 배우, 동료들은 한 작품 끝난 후 미래 보증이 된 다음 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잠시동안 실직이나 마찬가지”라며 “그 상태가 몇 년이 지속되면 그냥 실직처럼 느껴진다. 실질적 수익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주변의 상황을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당장 인공지능(AI)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런 기술의 발전이 이미 우리에게 심하게 영향을 주고 침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어떤 동료가 영상을 보여줬다. 유튜브 같은 콘텐츠를 보여주는데 ‘그런 영상을 언제 찍었냐’ 물으니 자기가 찍은 게 아니라고 하더라. 그게 전부 AI라고 하더라. 깜짝 놀라서 이젠 배우 없이 AI 혼자 영화를 만들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병헌은 “그러면 앞으로 우린 뭘 하는거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런 게 먼 미래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며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미래가 먼 미래가 아닐 것이란 불안을 늘 느낀다. 모든 것을 다 인터넷상으로 해결하니 종이의 쓰임새가 점점 사라지지 않나. 종이가 점점 할 일을 잃어가서 만수의 직업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지금 극장이 좀 그런 상황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생각을 전했다.
이어 “극장 산업이 너무 위기의 끝에서, 벼랑에서 간당간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영화야 만들면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으니 TV로도 보여질 수 있지만 극장이란 곳은 진짜 위기인 거 같다”며 “사양산업의 측면으로 따진다면 제지와 극장은 되게 비슷한 처지가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어쩔수가없다’는 오늘(24일) 개봉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