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리버풀 공격수 위고 에키티케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퇴장을 당했다.
24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2025-2026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3라운드를 치른 리버풀이 사우샘프턴에 2-1로 이겼다. 리버풀은 지난달 10일 커뮤니티실드에서 크리스탈팰리스에 승부차기 패배를 당한 뒤 모든 대회 7경기 전승을 달리고 있다.
이날 리버풀은 리그컵인 만큼 평소보다 힘을 빼고 경기에 임했다. 지난 에버턴전과 비교하면 선발진 11명을 모두 바꿨다. 리그컵 선발 명단에서 주전이라 할 만한 선수는 스트라이커 알렉산데르 이사크와 라이트백 제레미 프림퐁뿐이었다. 그나마 이사크는 팀 적응을 위해, 프림퐁은 부상 이후 회복을 위해 경기에 나선 것이었다.
리버풀은 여느 경기와 같이 어렵사리 승기를 잡았다. 대부분 시간 주도권을 잡긴 했지만 결정적인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양 팀 골키퍼의 멋진 선방이 나오는 등 양 팀 모두 마냥 웅크리지는 않았다. 전반 42분에는 사우샘프턴 아담 암스트롱의 로빙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데 이어 레오 시엔자의 세컨볼 슈팅이 골문을 외면했다. 그로부터 1분 뒤에는 상대 골키퍼 패스를 가로챈 페데리코 키에사의 패스에 이어 이사크가 침착한 마무리에 성공하면서 리버풀이 앞서나갔다.
리버풀은 후반 들어 계획된 교체를 하며 굳히기를 시도했으나 후반 31분 코너킥 상황에서 엔도 와타루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셰이 찰스가 골문으로 밀어넣으면서 리드를 잃었다.
리버풀을 구원한 선수는 에키티케였다. 교체로 들어간 에키티케는 후반 40분 수비 뒷공간을 공략한 앤디 로버트슨의 롱패스를 순두부처럼 받아낸 키에사가 옆으로 내준 공을 침착하게 밀어넣으며 결승골을 신고했다.
그런데 이후에 황당한 행동으로 퇴장당했다. 에키티케는 득점한 직후 너무 기쁜 나머지 유니폼을 벗고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름과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 뒷면을 들어보였다. 결승골을 넣은 선수가 으레 할 법한 세리머니지만, 문제는 에키티케가 이미 후반 8분에 경고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주심은 에키티케에게 두 번째 경고와 함께 퇴장을 명령했고, 에키티케는 유니폼을 입으려다가 다시 벗고 라커룸으로 빠져나갔다. 아르네 슬롯 감독은 침착하게 선수들에게 4-4-1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
그렇다고 에키티케의 퇴장에 대해 아예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에키티케의 퇴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당신은 그 퇴장이 불필요하고 어리석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실은 첫 번째 경고도 불필요했고 어느 정도 어리석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후반 42분에 세 명의 선수를 제치고 골문 상단으로 공을 밀어넣었다면 그 퇴장을 이해할 만하다. ‘내가 무슨 일을 만든 거지?’라고 생각할 법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나는 47세지만 고루한 사람이라서, 리그컵과 같은 대회에서 그러는 건 잘 모르겠다. 나도 선수 시절 이 정도 대회에서 골을 넣은 적이 있다”라며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키에사에게 가서 ‘이 골은 네가 만든 것이고, 내 덕이 아니’라고 말하겠다. 결론적으로 그 퇴장은 불필요했고, 어리석었다. 멍청하다고 말할 만하다”라며 에키티케와 같은 퇴장이 반복되지 않아야 함을 강조했다.
경기 후 에키티케는 팬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내 첫 리그컵에서 팀을 도와 안필드 승리를 쟁취했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신났다”라며 “모든 리버풀 가족들에게 사과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ESPNFC’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