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 ‘윤석열 오빠, 똘마니’…막말 난장판 국회

[정치문법] ‘윤석열 오빠, 똘마니’…막말 난장판 국회

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나경원 등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는 ‘추미애 대 나경원(추나대전)’이라는 구도가 만들어낸 극적인 정치 드라마였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정책과 제도 논의가 아니라 고성과 비난, 퇴장 명령과 저항으로 채워졌다. 그 결과 회의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정치문법의 본질은 ‘법과 제도’가 아니라 ‘언어와 권력’의 충돌로 드러났다.

시작부터 충돌…유인물이 상징이 된 이유

이번 파행의 단초는 단순한 ‘노트북 유인물’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에 준비해 온 유인물에는 ‘정치 공작, 가짜뉴스 공장 민주당’이라는 문구와 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사진, 과거 ‘패스트트랙’ 충돌 장면 등이 담겼다. 민주당은 이를 국회 공공기물에 부착된 정치적 선전물로 간주하고 철거를 요구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곧바로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국회 직원들에게 강제 철거를 지시했다. 이는 국회법상 가능하지만 그동안 실제 회의장에서 유인물 철거가 물리적으로 집행된 사례는 드물었다. 야당은 이를 ‘직권남용’으로 규정하며 반발했고 직원들의 손을 막아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정치적 상징물 하나가 국회 질서와 법적 권한의 경계선을 흔든 것이다.

유인물 철거 문제는 ‘의사 표현의 자유’와 ‘회의 질서 유지’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최소한의 의사 표현을 막는 행위라며 맞섰고 민주당은 회의의 품격과 국회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인물 자체가 청문회의 본질과 무관했다는 점이다. 회의의 초점은 검찰개혁과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에 맞춰져야 했으나 논의는 곧 ‘누가 더 법을 지켰는가’라는 정쟁의 프레임으로 전환됐다. 정치는 언제나 본질보다 상징을 두고 싸운다. 이 날의 법사위는 바로 그 상징을 둘러싼 전쟁터였다.

추미애 vs 나경원, ‘윤석열 오빠’ 발언의 정치학

이날 가장 큰 파장은 추미애 위원장이 나경원 의원에게 던진 한 마디에서 터졌다. “이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 단순한 질문처럼 들리지만 이 발언은 여러 가지 정치적 함의를 내포한다.

첫째, ‘윤석열 오빠’라는 표현은 단순히 정치적 인연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사적인 관계와 친분을 정치적 논박에 끌어들인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나 의원이 서울법대 선후배이자 가까운 관계라는 점은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공개적으로, 그것도 국회 회의장에서 ‘오빠’라는 호칭으로 언급한 것은 상대방을 조롱하는 동시에 권력 관계를 사적 연대의 차원으로 환원시키려는 전략적 언어였다.

둘째, 이 발언은 ‘검찰개혁을 막는 나 의원의 행동은 곧 윤석열 전 대통령을 위한 정치적 방패막’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했다. 나 의원 개인의 발언을 윤 전 대통령과 연결시킴으로써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저항을 ‘특정 정치인 보호’라는 의도로 해석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정치문법상 상대를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라는 의문 속에 가두는 효과가 있다.

셋째, 이 발언은 언어의 파괴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나 의원은 즉각적으로 “여기서 윤석열 얘기가 왜 나오느냐”고 반발했다. 국회라는 제도적 장치 안에서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개인적 호칭과 함께 언급하는 순간, 논의의 장은 정책이 아니라 인신공격과 감정 대립으로 변질됐다. 그 결과 회의는 정회로 이어졌고 청문회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 한 문장이 보여준 것은, 국회에서 언어가 제도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윤석열 오빠’라는 호칭은 법사위의 권위보다 강했고 회의를 지연시킨 실질적 원인이었다.

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추미애 법사위원장실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회의장 안팎의 공방, ‘직권남용’ vs ‘선진화법 위반’

회의가 정회된 이후에도 여야의 설전은 멈추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추 위원장을 향해 “정치 욕심, 지방선거 출마 욕심 때문에 법사위를 독단적으로 운영한다”고 공격했다. 나 의원은 자신의 간사 선임 부결을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퇴장 명령과 발언권 박탈을 직권남용으로 규정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행위를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몰았다. 국회선진화법은 폭력과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2012년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이날 회의장에서 유인물을 두고 벌어진 몸싸움과 고성은 선진화법이 선언적 의미에 머물고 있음을 다시 보여주었다. 김용민 의원은 “회의 무산 전략을 택한 것은 국민의힘”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이처럼 양측은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법적 언어로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의사 표현 자유의 침해’, 민주당은 ‘회의 질서 파괴와 법 위반’으로 규정했다. 같은 사건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으로 분화되는 순간, 제도는 의미를 상실하고 언어만이 남는다.

법사위의 공방은 결국 ‘회의 규칙을 누가 어겼는가’라는 문제로 축소됐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한 규칙 위반이 아니라 한국 정치가 제도적 논의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규칙 자체를 무기로 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법사위 파행은 그 전형적인 사례였다.

장외에서 이어진 막말 정치, 정청래 vs 장동혁

국회 안에서 ‘추나대전’이 벌어지는 동안 국회 밖에서는 정당 대표들 간의 설전이 이어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대구 집회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라고 지칭했고 정 대표는 곧바로 “윤석열 내란수괴 똘마니 주제에 입으로 오물을 배설하냐. 냄새나니 입이나 닦으라”고 맞받았다.

이 언어전은 국회 안의 고성과 맞닿아 있다. 여야 모두 정책적 논거보다 원색적 표현으로 상대를 규정했다. ‘똘마니’ ‘하이에나’ ‘배설’ 같은 단어는 정치적 담론이라기보다 혐오와 조롱의 언어에 가깝다. 이는 정치가 대중적 분노와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문법적으로 볼 때, 이런 언어는 ‘적대의 정치’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상대를 동등한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범죄 집단의 하위 인물이나 동물로 비유함으로써 정치적 협상의 공간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는 정치가 타협보다는 투쟁으로만 흐르게 만드는 언어적 장치다.

나아가 이런 발언은 언론과 SNS를 통해 증폭되며 대중 정치의 연료가 된다. 언어는 순간의 공격으로 끝나지 않고 디지털 공간에서 반복 소비되며 상대 진영의 혐오를 강화한다. ‘추나대전’과 ‘똘마니 논쟁’은 국회 안팎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는 언어 전쟁을 보여준다.

정치회복은 언어회복에서 출발

결국 이날 법사위 청문회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이라는 구체적 의제가 있었지만 회의는 유인물 철거 문제와 발언권 논쟁, 퇴장 명령과 ‘윤석열 오빠’ 발언에 휘말려 공전했다. 이는 정치문법이 어떻게 제도의 작동을 마비시키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치문법은 권력을 둘러싼 언어의 선택이다. 법과 제도라는 형식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고성과 막말, 조롱과 상징의 전쟁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정치인들은 제도를 설명하기보다 상대를 규정하는 언어를 택하고, 국민은 그 언어의 충돌을 정치의 본질로 인식하게 된다.

이날의 ‘추나대전’은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압축한다. 제도적 논의는 뒤로 밀려나고 언어의 난장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다. 법사위라는 헌법기관조차 언어의 전쟁터로 전락한 상황에서 정치의 회복은 언어의 회복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새겨야한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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