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는 앞으로 미국이 숙련 노동자 비자(H-1B) 신청자에게 부과하기로 한 10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의 수수료가 “인도주의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현재 금액의 60배가 넘는 10만 달러로 인상하는 행정 명령을 내렸으며, 이 조치는 21일(현지시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현재 이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발급되는 숙련 노동자 비자의 70% 이상을 인도 출신 노동자들이 받고 있다.
일부 미국 테크 기업들은 H-1B 비자를 소지한 직원들에게 미국에 머물거나, 해외에 있다면 즉시 귀국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백악관은 20일(현지시간)에 해당 수수료가 현재 유효한 비자나 기존 소지자의 갱신 신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인도 외교부는 20일 성명을 통해 이 수수료가 “가족들에게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인도주의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당국이 이러한 혼란을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그간 숙련 노동자들의 교류가 양국에 “엄청나게 기여했다”며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은 양국 간의 강력한 인적 교류를 포함한 상호 이익을 고려하여 최근 조치들을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이유로 인도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 이후, 양국은 긴장된 상태로 무역 협상을 벌여왔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은 인도에 415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했고, 인도로부터는 그 두 배가 넘는 873억 달러를 수입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일 인도 정부는 피유시 고얄 상무장관이 무역 회담을 위해 월요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인도의 주요 무역 단체인 나스콤(Nasscom)은 H-1B 프로그램에 대한 이러한 중대한 변화를 “매우 짧은 기간 내에 시행하는 것이 전 세계 기업, 전문가, 학생들에게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인상을 발표하며, 일부 비자가 미국인의 임금을 깎아내리고 IT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는 데 “남용”되고 있다는 데이터를 인용하며 비자가 원래 의도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
단 백악관은 “국가적 이익에 부합할 경우 사례별로 면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숙련 비자 제도는 미국 기업들이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를 일시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2024년에 약 40만 건의 H-1B 비자가 승인됐으며, 이 중 약 26만 건은 갱신이었다.
미국 이민국 데이터에 의하면, 2025년 상반기에 가장 많은 숙련 비자를 발급받은 기업은 10,044건을 받은 아마존이었으며, 2위는 인도의 기술 기업인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로 5,505건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현재 미국 밖에 있는 노동자를 위해 제출된 신청서에 적용되며, 이들이 비자를 신청하려면 ’10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의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비자 신청에 필요한 행정 수수료는 총 1,500달러(약 200만 원)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등은 H-1B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미국에 머물 것을, 그리고 미국 밖에 있는 직원들에게는 마감일 전에 귀국을 시도할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권고는 예방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정 명령이 기존 H-1B 비자 소지자들이 일시적으로 해외에 체류했을 경우, 21일 이후 미국 재입국이 금지되거나 새로운 수수료가 부과될 것이라고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확인한 내부 지침에 따르면, 아마존은 행정 명령이 시행되는 21일까지 미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직원들은 ‘추가 지침이 나올 때까지’ 미국 재입국을 시도하지 않도록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