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김하성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이적한 뒤 맹타를 휘두르며 다음 준비하는 새 팀의 ‘복덩이’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이틀 만에 다시 대포를 쏘아올리며 시즌 5호 홈런을 기록했다.
미국 현지 중계진은 “김하성이 훌륭한 레벨의 스윙을 하고 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두 팔 벌리고 날개짓하는 그의 세리머니를 보면서 “김하성은 홈런을 즐기는 것 같다”는 코멘트도 내놨다.
김하성은 22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방문 경기에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를 치고 타점 2개와 득점 1개, 볼넷 2개를 곁들였다.
이날 경기 뒤 김하성의 시즌 타율은 0.257이 됐다. OPS는 0.710으로 올랐다.
최근 7경기로 한정하면 26타수 9안타로 타율이 0.346이나 된다. OPS는 1.015에 이른다.
이날 안타 1개가 바로 시즌 5호 홈런이었다.
애틀랜타는 올해 MLB 최고의 팀 중 하나인 디트로이트를 맞아 주릭슨 프로파(좌익수)~맷 올슨(1루수)~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우익수)~드레이크 볼드윈(포수)~아지 알비스(2루수)~김하성(유격수)~마르셀 오주나(지명타자)~마이클 해리스 2세(중견수)~바이달 브루한(3루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우완 스펜서 스트라이더가 선발투수로 나섰다.
홈팀 디트로이트는 파커 메도우스(중견수)~글레이버 토레스(2루수)~케리 카펜터(지명타자)~라일리 그린(좌익수)~스펜서 토켈슨(1루수)~웬실 페레즈(우익수)~딜런 딩글러(포수)~잭 맥킨스트리(3루수)~하비에르 바에즈(유격수)를 1~9번 타순에 배치했다.
홈팀 역시 우완 케이시 마이즈가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김하성은 0-0이던 2회초 첫 타석을 맞았다. 볼카운드 2B 1S에서 마이즈의 4구째 88.1마일(141.8km)짜리 한가운데 슬라이더를 받아쳤으나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석에선 달랐다. 김하성은 팀이 1-0으로 앞선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이즈의 초구 92.1마일(148.2km)짜리 높게 들어온 포심 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넘겼다. 볼은 빨래줄처럼 쭉 뻗어나가면서 라인드라이브로 담장을 넘어갔다.
타구 속도 시속 104.1마일(약 167.6km), 비거리 383피트(116.7m)가 나왔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뒤늦게 시즌을 시작해 24경기 동안 홈런 2개를 쳤던 김하성은 애틀랜타 이적 후 18경기에서 홈런 3개를 가동하며 팀 타선에 힘을 불어넣는다.
특히 이번 홈런은 디트로이트 원정 3연전 첫날인 지난 20일 경기 이후 이틀 만에 터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MLB를 현지에서 스트리밍 중계하는 ‘엠엘비(MLB) TV’ 중계진도 김하성의 홈런포와 세리머니를 감상하며 깊은 인상을 표시했다.
“김하성! 좌중간 깊숙하게 날아가는 공, 홈런이다”라며 탄성을 지른 중계진은 “시속 92마일의 높게 떠오르는 공을 김하성이 훌륭한 레벨의 스윙으로 처리했다. 그간 나온 플라이볼 중 하나가 홈런으로 바뀔지 얘기하고 있었는데 이번 공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홈런이 됐다”고 마이즈의 실투를 김하성이 마침내 애틀랜타의 첫 홈런으로 연결했음을 전했다.
김하성은 홈런 뒤 1루에서 2루를 향할 때 새가 날아가는 모양을 표현하듯 두 팔을 크게 벌려 펄럭였다.
‘엠엘비 TV’는 이 장면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김하성은 확실히 홈런 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동료들이 하도 장난을 치니까 뭔가 해야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는 모습”이라는 중계진은 “오늘은 날개를 더 크게 휘둘렀으면 한다. 팔꿈치를 굽히지 않아야 하는데 다음에 더 멋진 세리머니를 기대하겠다”며 농담까지 건넸다.
김하성은 이 홈런으로 최근 9경기 연속 안타와 11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가는 모처럼 물오른 화력을 알렸다.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마이즈를 상대로 92.3마일(148.5km)짜리 싱커에 방망이를 돌렸으나 헛스윙 삼진을 당한 김하성은 7회초 네 번째 타석에선 바뀐 상대 투수 토미 칸레에 볼넷을 뽑아냈다.
애틀랜타가 4-0으로 앞선 9회초 1사 2, 3루에선 디트로이트 구원 투수 폴 시왈드의 초구 81.2마일(130.7km)짜리 스위퍼를 좌중간 외야로 보내는 희생타로 타점을 기록했다. 이 때 3루 주자 볼드윈이 홈을 밟았다.
시즌 막판에야 시동이 걸린 애틀랜타는 73승 83패(승률 0.468)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4위라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9월 초 방출 통보를 받자마자 데려온 김하성이 올시즌 유격수 홈런 ‘제로(0개)’ 수모를 씻어내며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어 위안을 삼고 있다.
다만 김하성의 경우 올시즌 끝나면 1600만 달러(223억원)의 내년 연봉을 포기하고 FA 시장에 다시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애틀랜타 입장에선 그를 데려올 때 생각하지 못했던 고민을 떠안을 수도 있다. 애틀랜타가 그를 붙잡기 위해선 16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에 다년 계약을 제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