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35주년을 맞아 기염을 토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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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 황제’ 가수 신승훈(58)이 신곡으로 꽉 채운 새 정규앨범을 선보인다. 데뷔 35주년을 기념해 완성한 앨범으로 ‘신승훈 음악’의 정수를 들려주겠다는 포부다.
신승훈은 1990년 데뷔 후 ‘미소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등 다수의 발라드 히트곡을 낸 ‘가요계의 전설’이다. 1집부터 7집까지 앨범 7장을 연속해서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한 밀리언셀러로 만들었으며 누적 음반 판매량은 1700만 장이 넘는다. 새 정규 앨범을 선보이는 것은 2015년 11집을 낸 이후 약 10년 만이라 이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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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정규앨범…삶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죠”
신승훈은 22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보르도홀에서 진행한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35주년이라고 해서 리메이크곡으로 과거 영광을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다. 신곡으로 꽉 채워 현재진행형 가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설레기도, 반갑기도 하다. 즐겁게 활동해 보겠다”고 밝혔다.
정규 12집에 해당하는 새 앨범명은 ‘신시어리 멜로디즈’(SINCERELY MELODIES)다. ‘마음으로부터 완성된 멜로디’라는 의미를 담았다. 전곡 프로듀싱과 작곡을 맡은 신승훈은 “홍보성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진심을 다해 마지막 정규앨범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곡을 썼다”고 강조했다.
앨범에 담은 신곡은 총 11곡이다. 더블 타이틀곡 ‘너라는 중력’과 ‘트룰리’(TRULY)를 비롯해 ‘쉬 워즈’(She Was), ‘러브 플레이리스트’(Luv Playlist), ‘별의 순간’, ‘이별을 배운다’, ‘끝에서, 서로에게’, ‘그날의 우리’, ‘위드 미’(With Me), ‘어바웃 미’(About Time), ‘저 벼랑 끝 홀로 핀 꽃처럼’ 등 다채로운 곡들로 앨범을 풍성하게 채웠다.
신승훈은 “그간 사랑과 이별 주제 곡들을 많이 불렀다. 일종의 사랑과 이별의 메신저 역할을 한 셈”이라면서 “이젠 사계절로 따지면 가을을 넘긴 나이가 된 만큼, 사랑과 이별뿐 아니라 사람, 우정, 삶, 엄마 등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봤다. 그래서인지 감회가 더 남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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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준비는 3년 전 처음 시작했다. 신승훈은 “곡 작업을 위해 송캠프를 자주 떠났다”며 “사무실에 모여서 하는 말로만 송캠프가 아니라 컴퓨터와 스피커를 들고 가평, 양평, 홍천 등지로 떠나 실제로 캠핑을 하면서 곡을 썼다”는 뒷이야기를 밝혔다. 이어 “제주도에서도 한 달 살기도 해봤다”며 “그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곡이 나와서 앨범에 8곡이나 싣게 됐다”고 부연했다.
더블 타이틀곡 중 ‘너라는 중력’은 사랑을 끝낸 후 밀려오는 감정을 표현한 곡으로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 선율이 조화를 이룬 사운드가 특징이다. 신승훈 “브리티시 팝 발라드 스타일의 노래”라며 “송캠프 때 술 한잔 마시고 나서 초안을 쓴 뒤 서울에서 다시 다듬어 완성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타이틀곡인 ‘트룰리’는 긴 시간이 지난 뒤 깨달은 사랑의 진심을 깊이감 있는 멜로디와 노랫말로 표현한 곡이다. 신승훈은 “삶을 담아낸 곡”이라며 “35주년을 맞은 발라더라면 이런 노래를 하나쯤 해야겠다 싶어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수록곡 중 ‘쉬 워즈’는 지난 35년간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팬들을 향한 마음을 담아 쓴 헌정곡이다. 선공개곡으로 선보인 이 곡의 뮤직비디오 주연은 배우 문소리가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뮤직비디오 대본을 직접 썼다는 신승훈은 “공개 후 ‘눈물을 쏟았다’는 반응이 많아 뿌듯했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피지컬 음반 맨 뒷장에는 팬들의 ‘리즈 시절’ 사진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담아 35주년 앨범의 의미를 더했다”고 설명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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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더 본분’ 지키며 활동 이어나갈 것”
앨범 전곡 음원은 23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한다. 신승훈은 “이번엔 가슴을 후벼 파서 ‘너 슬프지?’라고 묻는 노래들이 아니다. ‘내 이야기를 할 테니 들어봐줘’라는 느낌에 가깝다”며 “조금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 나이쯤 됐을 때 꼭 멜로디에 입혀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희로애락 모두 담은 정규앨범인 만큼 전곡을 다 들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신승훈은 데뷔 기념일인 오는 11월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개최하는 35주년 기념 콘서트도 앞두고 있다. 신승훈은 “때마침 데뷔 기념일이 휴일(토요일)이더라. ‘무조건 그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공연이 가능한 장소를 물색했다”며 “1990년대부터 진행한 콘서트 영상을 전부 돌려 보면서 콘서트 구성을 짰다. 팬들이 좋아했던 걸 다 넣어 신승훈 콘서트의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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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어서 없어지는 신승훈이 아닌, 닳아서 없어지는 신승훈이 되겠다.”
신승훈이 이날 앞으로의 활동 각오를 밝히며 꺼낸 말이다. 그는 “아등바등하지 않고, 학처럼 아름다운 하강을 하면서 음악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께 음악으로 위로를 주는, 발라더의 본분을 지키는 가수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K팝 아이돌 음악 득세 속에 뒷전으로 밀린 발라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신승훈은 “K팝의 위상이 높아져서 기분이 좋지만, 장르가 고르게 사랑받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기도 하다”며 “발라드가 다시 눈에 띄는 시대가 오도록 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이병헌, 마동석, 신동엽 등 신승훈과 절친한 연예계 동료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VCR이 상영돼 취재진의 눈길을 모았다.
이병헌은 “승훈이 형과는 신인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지금도 서로 응원하며 잘지내고 있다”며 “아마 ‘신승훈 음악 정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과연 어떤 음악을 담았을지 저 또한 팬으로서 궁금하다. 새 앨범이 많은 분께 사랑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