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동성제약의 조카·삼촌 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대주주 브랜드리팩터링이 제안한 현 경영진 해임안은 부결됐으나 일부 신규 이사가 선임되며 이사회 구도가 재편됐다. 나원균 대표 체제가 유지됐지만 이양구 전 회장 측 영향력도 확대되면서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오클라우드호텔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는 당초 오전 10시 개회를 목표로 했으나, 주주 입장과 의결권 집계 문제, 주주와 보안 인력 간 몸싸움 등 현장 혼란으로 7시간 넘게 지연돼 오후 5시 15분께 시작됐다. 일부 주주는 “주주가 못 들어가는 주총이 어디 있느냐”며 고성을 지르며 충돌했고, 넘어지는 이까지 발생했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정관 변경(이사 수 확대·퇴직보상금 조항 삭제) △현 경영진 해임(나원균 대표·원용민 사내이사·남궁광 사외이사·고찬태 감사) △신규 이사·감사 선임 등이었다. 그러나 해임 및 정관 변경 안건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철회됐다. 반면 보통결의 사항인 함영휘·유영일·이상철 사내이사, 원태연 사외이사 선임안은 통과됐다. 이양구 전 회장 등 후보 4명은 사퇴해 안건 상정이 철회됐다.
결과적으로 나원균 대표 측은 대표이사직을 지켰으나, 브랜드리팩터링 측 인사들이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구도는 브랜드리팩터링 측 4명, 나 대표 측 3명으로 재편됐다. 향후 대표이사 해임 시도가 재차 추진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번 주총에서 소액주주의 표심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지분 11.16%, 나 대표는 2.88%를 보유하고 있어 자기주식(7.32%)을 제외한 77.65%가 사실상 소액주주 몫이다. 이에 양측은 경영 방침을 내세워 주주 지지를 호소해왔다.
동성제약 경영권 갈등은 지난 4월 이 전 회장이 보유 지분 14.12%를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며 본격화됐다. 이후 양측은 횡령·배임 혐의 고소·고발을 주고받으며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동성제약은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으며, 지난달 한국거래소로부터 내년 5월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상장폐지 위기를 넘긴 상태다.
나 대표 등 현 경영진은 주총 직후 “법원 감독하에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과 동시에 매출 성장을 위한 사업을 이어가고, 핵심 R&D 신약 포노젠 임상 2상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