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이강인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최근 우스만 뎀벨레와 데지레 두에 등 주전 공격자원들이 잇따라 A매치 기간 중 부상을 당하면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로테이션 멤버들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프랑스 현지 언론은 이강인이 오는 15일(한국시간)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리는 리그앙 4라운드 랑스전에서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PSG는 15일 랑스를 홈으로 불러들인 뒤 18일 아탈란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첫 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22일에는 리그앙 최고 라이벌인 마르세유전 원정을 떠나 더비 매치를 치른다.
문제는 주축 공격수들이 줄줄이 전열에서 이탈했다는 점이다.
같은 프랑스 대표팀 소속인 뎀벨레와 두에는 지난 5일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유럽 예선 도중 부상을 당했다.
두 선수는 모두 곧바로 PSG에 복귀했고, 구단은 정밀 검사 결과 뎀벨레가 약 6주, 두에는 약 한 달가량 결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내부 자원으로 이 공백을 메워야 한다.
프랑스 매체 ‘풋01’은 12일 보도를 통해 “최근 몇 달간 변함없던 PSG의 선발 라인업이 공격진 부상으로 인해 변화를 맞게 됐다. 대체 선수들이 마르세유전을 앞두고 기회를 잡으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PSG는 시즌 첫 3연전 주간에서 교체 자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에는 큰 부상 없이 치르며 경쟁이 줄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2군 자원들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며 “특히 랑스, 아탈란타, 마르세유와 이어지는 일정에서 로테이션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매체는 올리비에 로드리게스 PSG 체력 코치의 인터뷰를 인용해 “평소 선발로 잘 나서지 않던 선수들은 갑작스러운 출전 시간 증가로 부상 위험도 크다”면서도 “엔리케 감독은 로테이션 선수를 기용할 수밖에 없다. 이 선수들은 갑작스럽게 많은 경기에 투입되는 것에 익숙하지 않지만, 동시에 자신의 레벨을 보여줄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또 다른 프랑스 매체 ‘‘르 10 스포르트’가 “엔리케 감독은 뎀벨레의 대체자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강인과 곤살로 하무스에게 뎀벨레 공백을 채우게 할 것이다. 상대에 따라 선발 출전하는 선수도 달라질 수 있다”며 “아탈란타전은 하무스가, 마르세유전은 이강인이 먼저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것과 같은 결의 주장이다.
때마침 이강인은 지난 10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A매치 평가전에 선발로 나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후반 29분 오현규의 역전골을 정확한 왼발 패스로 도우며 도움을 기록, 팀의 2-2 무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록 소속팀 PSG에서는 올 시즌 출전 기회가 제한적이었지만, 이날 경기에서 그는 특유의 번뜩임을 여러 차례 보여주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축구 전문 통계업체 ‘풋몹’에 따르면 이강인은 이날 경기에서 세 차례의 결정적 기회를 창출했다. 후반 35분 설영우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도움이라는 눈에 띄는 기록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 같은 활약을 인정한 것일까.
프랑스 매체 ‘르 파리지앵’은 13일 보도를 통해 랑스전 예상 선발 라인업에 이강인의 이름을 올렸다.
매체는 “두에와 뎀벨레가 나란히 부상을 당해 앞으로 몇 주간 출전하지 못하는 가운데서 엔리케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랑스전에서 이강인이 곤살루 하무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함께 공격 삼각편대의 한 축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강인으로서는 로테이션 멤버에서 다시 선발 라인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 노팅엄 포레스트가 옵션 포함 최대 6000만 유로(약 981억원)를 제시했지만, PSG는 그를 내주지 않았다.
프랑스 유력 매체 ‘레퀴프’의 로익 탄지 기자에 따르면 PSG는 계약이 2028년까지 남아 있다는 점을 들어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
즉, PSG가 이강인을 붙잡아둔 이유가 증명된 셈이다. 따라서 이강인은 이번 기회를 살려 PSG에서 꼭 필요한 존재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PSG는 현재 공격과 중원 모두에서 결원이 크다.
특히 뎀벨레와 두에가 동시에 빠지면서 남은 공격 자원은 크바라츠헬리아, 곤살루 하무스, 브래들리 바르콜라, 그리고 이강인뿐이다. 여기에 유망주를 병행 기용하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프랑스 매체들은 이강인의 멀티 플레이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중앙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 심지어 가짜 9번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다. 지난 시즌 PSG에서 45경기 출전, 6골 6도움을 기록하며 다양한 전술적 활용도를 입증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일정에서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을 선발과 교체로 번갈아 기용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물론 뎀벨레와 두에가 복귀하면 이강인이 다시 경쟁에서 밀려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한 인상을 남긴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강인이 PSG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는다면, 이는 곧 한국 대표팀에도 큰 호재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과 함께 한국 공격을 이끌 핵심 자원으로서, 실전 감각과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가오는 최소 6경기 동안 이강인이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느냐가 향후 입지를 좌우할 전망이다.
사진=르 파리지앵/연합뉴스/엑스포츠뉴스DB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