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독일 유력 매체 ‘빌트’가 오현규를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
올여름 독일 분데스리가의 슈투트가르트 이적 직전까지 갔으나 메디컬 테스트 이후 이적이 무산되며 KRC 헹크에 잔류한 오현규에 대해 ‘빌트’는 슈투트가르트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를 영입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피해를 본 쪽은 오현규와 헹크인데, 지금까지 전혀 문제가 없었던 오현규의 십자인대를 이유로 이적료를 깎으려다 실패한 슈투트가르트를 감싼 것이다.
벨기에의 헹크에서 뛰고 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오현규는 지난여름 이적시장 막바지 슈투트가르트의 관심을 받으며 유럽 5대리그 진출 직전까지 갔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떠난 공격수 닉 볼테마데의 대체자를 찾고 있었던 슈투트가르트는 지난 시즌 헹크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오현규를 영입 타깃으로 낙점했고, 빠르게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헹크는 오현규가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할 경우 오현규를 대체할 선수를 찾을 시간이 촉박했지만, 슈투트가르트가 제안한 이적료는 쉽게 거절하기 힘든 액수였다. 결국 헹크는 오현규의 이적을 허용했다.
헹크의 사령탑인 토르스텐 핑크 감독도 “이 구단은 이틀 만에 역대급 이적을 두 건이나 성사시켰다.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라면서 “우리가 모든 선수를 붙잡아둘 수 없다는 것을 다들 알지 않나. 우리는 부유한 구단이 아니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과 훌륭한 스카우팅을 병행해야 한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다. 만약 두 명의 공격수가 떠난다면 두 명이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현규의 이적을 인정했다.
오현규는 곧장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메디컬 테스트만 통과하면 ‘분데스리거’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막판에 터졌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오현규의 무릎에 십자인대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오현규를 영입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오현규의 이적 무산 이유를 메디컬 테스트 탈락으로 설명했다.
오현규가 8년 전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것은 맞지만, 수원 삼성부터 셀틱, 그리고 헹크에서 프로 생활을 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슈투트가르트가 설명한 이유는 받아들이기에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벨기에 매체 ‘HBVL’은 독일 최고의 축구전문지로 꼽히는 ‘키커’의 보도를 인용해 슈투트가르트가 협상 막바지 태도를 바꾼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HBVL’은 “당시 16세였던 오현규는 완전히 회복해 최근 몇 시즌 동안 거의 경기에 빠진 적이 없었다. 그는 1년 전 헹크 메디컬 테스트도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했다”면서 “그러나 그 부상 이력은 거래 조건을 재협상할 기회로 이용됐다. 슈투트가르트는 여전히 오현규를 영입하기를 원했지만, 이번에는 임대를 추진하려고 했다”며 슈투트가르트가 오현규의 부상 이력을 걸고 넘어졌다고 했다.
언론은 또 “슈투트가르트 이사회가 구단의 결정을 뒤집은 걸까? 공식적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 가지 사실은 독일 언론이 일요일 내내 약 2000만 유로(약 327억원) 수준의 이적료를 보도했다는 것이다. 헹크에서는 2700만 유로(약 441억원)에 100만 유로(약 16억원)의 보너스가 더해져 클럽 레코드를 새로 쓸 거라는 루머가 돌았다. 격차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합의는 공식적으로 무산됐다”고 했다.
결국 ‘HBVL’의 보도를 종합하면 슈투트가르트 측에서는 오현규의 이적료를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고 했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자 오현규 임대 영입을 제안했으나, 이 마저도 헹크에게 거절당한 뒤 오현규의 십자인대 부상 이력을 핑계로 이적을 취소한 것이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헹크가 분노하는 것도 당연했다.
헹크의 스포츠 디렉터 디미트리 드 콩테는 최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의 이적에) 합의한 이후에도 (오현규의) 이적료를 낮추려고 했다. 메디컬 테스트를 빌미로 협상을 흔드는 방식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이런 일은 없었다. 프로다운 협상이 아니었다”며 슈투트가르트를 공개 저격했다.
헹크는 또한 이번 일에 대해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태다.
슈투트가르트의 만행은 지난 10일 열린 한국과 멕시코의 9월 A매치 평가전에서 다시 한번 불타올랐다. 슈투트가르트가 십자인대 문제를 지적했던 오현규가 멕시코를 상대로 역전골을 터트리고 십자인대를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하면서다.
당시 환상적인 마무리로 멕시코의 골네트를 흔든 오현규는 득점 직후 손으로 무릎을 가리킨 뒤 이해되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오현규는 “특정 팀을 겨냥한 세리머니는 아니”라며 “내 무릎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으나, 모두가 이것이 슈투트가르트를 저격한 세리머니라고 여겼다.
헹크는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현규의 세리머니를 공유하면서 “오현규 1-0 메디컬 테스트”라는 문구를 붙여 기름을 부었다.
이를 두고 ‘빌트’는 “과연 슈투트가르트가 이 농담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며 “헹크의 공격수 오현규의 이적은 막판에 무산됐고, 이제 벨기에 구단이 슈투트가르트를 조롱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은 “슈투트가르트는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였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오현규는 현재 건강하지만, 슈투트가르트는 선수의 장기적 리스크를 고려한 것”이라며 슈튜트가르트의 편을 들었다.
‘빌트’는 그러면서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를 포기했지만, 앞으로 그의 커리어를 면밀하게 지켜볼 것이다. 그가 유럽에서 계속 증명한다면 이번 협상 결렬은 계속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며 슈투트가르트가 향후 오현규 영입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슈투트가르트의 만행에 분노한 헹크가 이후에도 슈투트가르트와 협상 테이블을 차릴지는 미지수다. 재정적으로 안정적이라던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의 이적료를 깎으려다 신뢰를 잃어버리고 만 모양새다.
사진=연합뉴스 / 대한축구협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