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의 타협 없는 입장은 무엇 때문인가?

분석: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의 타협 없는 입장은 무엇 때문인가?

때로는 말 자체보다 더 큰 인상을 남기는 것은 ‘반응’이다.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은 서방을 향해 경고를 보냈다. 평화유지군을 포함한 모든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려는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지금처럼 전투가 한창일 때 만약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나타난다면 우리는 그들을 합법적인 파괴 대상이라고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진 반응.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경제포럼 현장에서 청중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러시아 관료들과 기업인들은 서방 군대를 ‘파괴하겠다’는 위협을 반기는 듯했다.

그 장면을 지켜보며, 나는 그 박수가 섬뜩하게 느껴졌다.

이는 마침 키이우의 동맹국들, 이른바 ‘의지의 연합’이 전후 우크라이나를 위한 “안심군”을 약속한 바로 다음 날 벌어진 일이다.

SPUTNIK/KREMLIN POOL/EPA/Shutterstock
푸틴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을 오직 모스크바에서만 하겠다고 했다. 러시아 외부에서는 이를 두고 처음부터 성립 불가능한 제안으로 일축했다

이어 푸틴이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만날 의향이 있으나 오직 자국에서만 만나겠다고 발언하자 청중들은 또 한번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는 “이 만남에 가장 좋은 장소는 영웅도시 모스크바, 러시아의 수도”라고 말했다.

러시아 밖에서는 이 제안을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이야기로 치부했다. 정치적 ‘트롤링’으로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크렘린궁의 현 입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 또한 평화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 조건에서만이다. 하지만 우리 조건을 거부할 경우 평화는 없다.”

이러한 타협 없는 태도는 여러 요인에서 비롯된다.

먼저 러시아는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믿고 있다.

두 번째는 외교적 성과다. 이번 중국 전승절을 맞아 푸틴은 베이징에서 여러 세계 정상들과 악수하며 미소를 주고받았다. 이는 러시아가 중국, 인도, 북한 같은 강력한 동맹국들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미국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푸틴을 알래스카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열었다. 러시아 내 친크렘린 인사들은 이를 두고 서방의 ‘러시아 고립 시도’가 실패했다는 증거라며 환영했다.

트럼프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에 최후통첩과 시한을 제시했고, 러시아가 평화에 나서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러시아가 자신감을 얻는 또 다른 이유다.

푸틴은 공개적으로 트럼프의 평화 노력을 칭찬한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의 휴전 제안을 거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보할 의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평화는 과연 찾아오는 것일까?

푸틴은 최근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유럽(그리고 미국까지 어느 정도)이 전혀 다른 터널, 다른 길,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전투를 끝내고, 키이우에 대한 안보 보장을 설계하며, 전쟁 이후에도 또 다른 침공을 막을 만큼 우크라이나군이 충분히 강력해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푸틴이 말하는 “터널 끝의 빛”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는 길, 더 나아가 러시아에 유리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길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평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두 개의 매우 다른 도로가 어디에서,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는 좀처럼 답이 보이지 않는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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