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꺼내든 ‘스리백’과 ‘전방압박’이 미국 원정 평가전에서도 제대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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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친선경기에서 손흥민(LAFC)과 이동경(김천상무)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 확정 후 처음으로 정예멤버가 나선 첫 A매치에서 거둔 기분 좋은 승리였다. 다가올 월드컵 본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스리백’이었다. 대표팀은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까지 꾸준히 포백을 가동했다. 예전부터 대표팀에서 익숙한 수비 전술이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뒤동아시안컵부터 스리백 전술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이 돼 나선 동아시안컵에선 아쉬운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수비 핵심’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가세한 이날 미국과 평가전에선 완성도가 한층 높아진 모습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김민재를 중심으로 김주성과 이한범(미트윌란)을 스리백으로 세웠다. 좌우 윙백에는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과 설영우(즈베즈다)를 배치했다.
스리백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됐다. 상대가 빠르게 역습을 펼칠 때 김민재가 앞으로 치고 나와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맞서 싸웠다. 공을 뺏은 뒤에는 전방을 향해 적극적으로 침투 패스를 내주기도 했다.
김민재가 이처럼 과감히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뒤에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 이한범(미트윌란) 등 센터백 두 명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예 상대 공격이 다 올라왔을 때는 좌우 윙백까지 내려와 파이브백 ‘수비벽’을 쌓았다. 여기에 미드필더까지 더해 밀집수비를 구축했다. 미국은 공격을 풀어갈 공간이 부족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완벽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경기 초반과 후반 막판에 패스 미스와 집중력 부족에 몇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실점없이 승리를 이룬 것은 큰 수확이었다.
전방 압박도 돋보였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눈에 띌 정도로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펼치면서 미국의 빠른 공세를 저지했다.
‘원톱’ 손흥민의 사인에 맞춰 이동경, 이재성(마인츠) 등 2선 자원은 물론 백승호(버밍엄시티), 김진규(전북)까지 앞으로 달려와 압박에 가담했다. 최대 5명까지 순간적으로 전방 압박에 나서다보니 미국 선수들은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처럼 강한 전방 압박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역시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스리백 라인이 후방을 든든하게 지켜줬기 때문이다.
다만 전방 압박은 체력적인 부담이 불가피하다. 대표팀이 경기 후반 계속 수세에 몰린 것도 선수들이 지치고 교체 선수들이 들어가면서 압박 강도와 조직력이 떨어져서였다. 이는 앞으로 월드컵 본선까지 홍명보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될 전망이다.
홍 감독은 경기 후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동아시안컵 때 처음 스리백을 썼는데,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이번에 합류한 유럽 선수들에게도 이 전술을 준비시켰다”며 “짧은 준비 기간 이상으로 선수들이 잘해줬다. 김민재가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직 스리백으로 플랜A를 바꾼다고 말하기는 조금 이르지만 대표팀 선수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미국은 우리가 월드컵 본선을 확정하고 상대한 아주 강한 팀인데 승리해서 선수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