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인터뷰] 조여정 “‘기생충’ 이후 과대평가, 무서웠죠”…’좀비딸’ ‘살인자 리포트’까지 ‘다작’ 이유 있었다

[NC인터뷰] 조여정 “‘기생충’ 이후 과대평가, 무서웠죠”…’좀비딸’ ‘살인자 리포트’까지 ‘다작’ 이유 있었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 조여정. 사진=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 픽쳐스

[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기생충’ 이후 더 열심히 달렸습니다. 제 연기가 과대평가 받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이죠.”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국내외 유수의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을 수상한 배우 조여정이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진심을 드러냈다. 데뷔 30주년을 향하는 시점,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확신이 안 선다며 자세를 낮추는 그를 지난 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조여정 주연작 ‘살인자 리포트’가 5일 개봉했다. 지난 7월 개봉해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좀비딸’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극장 관객을 만나게 됐다.

‘살인자 리포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백선주'(조여정)에게 정신과 의사 ‘이영훈'(정성일)이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 중 ‘백선주’로 열연한 조여정은 호텔 스위트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정성일과 압도적인 연기 호흡을 과시하며 런닝타임 107분 동안 높은 몰입도를 선사했다.

이날 조여정은 “조영준 감독이 오래전에 쓴 시나리오다. 그동안 철저하게 준비한 걸 알고 있었다. 인터뷰만으로 2시간을 끌고 가는, 흔히 보지 못했던 형식의 영화지만 그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늘 그랬듯이 ‘내가 연기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할 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뭘 믿고 내게 역할을 맡기셨을까 싶었다. 감독님과 첫 미팅 때 눈을 보고 느꼈다. 그의 눈이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이 연기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하더라. 연출가의 눈빛이 무엇을 말 하고 있는지 보일 때가 있다”며 웃었다.

‘살인자 리포트’ 조여정. 사진=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 소니 픽쳐스

그러면서 조여정은 “저 스스로는 연기에 확신이 없는데 온전히 나를 믿어 주신 것 아닌가. 그걸 믿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영화는 많은 베테랑이 모든 걸 쏟아붓는 공동체 작업이다. 시나리오, 연출, 미술, 분장 등이 저를 돕는다. 그 도움을 받아서 연기해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런데도 조여정은 늘 자신의 ‘연기’에 확신이 안 선다고 이야기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그는 “결과물은 그렇게 (좋게)보이지만 과정은 안 그렇다. 늘 손을 덜덜덜 떨면서 연기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확신이 안 서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에서 정성일 오빠에게 많이 의지했다”라며 “특히 이번 작품은 서로 의지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작업이었다. 극 중 ‘백선주’와 ‘이영훈’이 초반에는 팽팽한 분위기를 형성하지만 어느 순간 선주가 휘청하면서 영훈이 리드해 간다. 저 또한 정성일 오빠가 리드하는 대로 열심히 따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에 (연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빠가 중심을 잘 잡고 끌어줘서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았다. 진심으로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여정은 2020년 1월 종영한 주연 드라마’99억의 여자’에서 정성일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당시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공개되기 전으로, 정성일은 지금만큼의 인지도가 없었다. 

조여정은 “‘더 글로리’ 이후에 본 정성일 오빠는 예전 그대로였다. 항상 차분하다. 심적으로 안정감이 든다”라며 “연기에 대해서는 감히 말할 수 없다. ‘살인자 리포트’에 오빠가 먼저 캐스팅됐고, 오빠가 한다고 해서 선택했다는 것도 빈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여정과 정성일은 ‘살인자 리포트’ 이후 공개되는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도 호흡을 맞춘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에서 연쇄살인범과 인터뷰에 나서는 백선주 기자로 열연한 배우 조여정. 사진=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1997년 패션 잡지 모델로 얼굴을 알린 조여정은 이듬해 SBS 시트콤 ‘나 어때’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방자전’ ‘후궁: 제왕의 첩’ ‘표적’ ‘인간중독’ ‘기생충’ ‘히든페이스’ ‘좀비딸’,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해운대 연인들’ ‘완벽한 아내’ ’99억의 여자’ ‘바람 피면 죽는다’ ‘하이클래스’ 등 스크린과 안방을 넘나들며 주연 배우로서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특히 조여정은 ‘기생충’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주가가 상승한 상황, 이전보다 더욱 타이트 하게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기생충’이 개봉한 2019년 이후 출연한 작품만 영화, 드라마 통틀어 10편 정도다. 

이에 대해 조여정은 “정확하게 보셨다. ‘기생충’ 이후로 더 열심히 했다. 영화가 너무 잘 돼 기뻤지만 얼른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라며 “‘기생충’을 전후로 봤을 때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았다고 여겼다. 영화가 성공했다고 해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제 연기가 과대평가 받는 것이 무서웠다”고 밝혔다.

이어 조여정은 “‘기생충’에서는 제가 연기 했고, 제 실력이지만 훌륭한 영화로 인해 과대평가 됐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래서 쉬면 안 된다고 마음 먹었다. 영화가 없을 땐 드라마를 찍었고, 2년 동안 4편을 촬영하기도 했다. 들통나기 전에 본래 실력을 보이자는 마음으로 들어오는 대로 다 했다”고 떠올렸다.

또 조여정은 “분명 지쳐 있었는데 영화가 하고 싶더라. 그때 마침 ‘히든페이스’가 운 좋게 들어왔고, ‘살인자 리포트’와 ‘좀비딸’ 제안이 잇따라 왔다. 역할을 맡기 애매한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연기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복이고 운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신기했다. 다소 무거운 ‘히든페이스’와 ‘살인자 리포트’를 해서 힘들 때쯤 유쾌한 ‘좀비딸’이 왔다. 그런 것도 행운이었다”고 했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 조여정. 사진=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소니픽쳐스

“비혼주의 아니지만, (결혼은) 내려놨어요. 하하”

작품, 연기 이야기 외에 가벼운 질문과 답도 오갔다. 특히 조여정은 “현장에 갔을 때 누군가가 ‘컨디션 괜찮아’ 라고 물어볼 때, 별말 아닌 것 같지만 거기서 얻는 힘이 어마어마하다”라며 “보통은 이렇게 연기해야 하고, 저렇게 리액션 해야 하고 등 일 얘기를 먼저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컨디션 괜찮냐’ ‘별일 없냐’ 그런 말을 들을 때 정말 좋더라”라고 말했다.

이에 “오늘 컨디션은 괜찮냐”고 묻자 조여정은 “영화와 관련해 뒤풀이 행사가 있었는데 인터뷰를 위해 술을 많이 안 마셨다. 그래서 확실히 괜찮다. 하지만 잠이 잘 안 오더라. 많이 못 잤다”며 웃었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됐다. 조여정은 지난해 출연한 성시경 유튜브 채널에서 “비혼주의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결혼’에 대해 조급함은 없는지 물었다.

조여정은 “내려놨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에 비중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제 작품과 프로젝트에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일과 사랑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혼’에 조급함을 가지는 것 자체가 욕심인 것 같다. 저는 욕심꾸러기가 될 생각이 없다. 단순히 결혼 이슈 자체만 놓고 생각하기보다 삶의 균형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nc.press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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