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A씨는 사업장 시설을 관리하는 비정규직이다. 그런데 그는 매년 겨울마다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쉰다. 또 1월이 되면 다시 일터로 복귀한다. 그 이유는 근로계약 때문이다. 회사는 A씨와 근로계약을 벌써 3번 체결했는데, 계약이 다 10개월씩이었다. A씨는 회사가 일부러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이 같이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퇴직금은 1년 이상 일하고 나간 퇴직자에게 주는 돈이다. 다만 근무기간을 악용해 1년 이상 일을 시키지 않고 그 전에 퇴직을 종용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렇다면 A씨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업주는 그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퇴직보장급여법(퇴직급여법)에 따르면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 1주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에겐 사업주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규정만 보면 A씨에겐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기간이 정해진 근로계약의 경우 기간이 만료되면 고용관계는 종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직급여법에 명시된 ‘계속근로기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퇴직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계속근로기간이란 동일한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해 사용종속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근로를 제공한 기간을 가리킨다.
여기서 쟁점이 발생한다. A씨는 주기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중간에 일을 하지 않은 기간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공백 기간까지 포함해 계속근로로 봐야할지가 관건이다. 만일 계속근로로 인정된다면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
우선 대법원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해 체결한 경우 갱신 또는 반복한 계약기간을 모두 합산해 계속근로년수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공백 기간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긴 어렵다. 이에 대법원은 추가적인 법리를 세웠다. 2006년 대법 판결에 따르면 갱신 또는 반복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 일부 공백 기간이 있다고 해도 그 기간이 전체 근로계약기간에 비해 길지 않고, 해당 기간 근로를 제공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계속성’이 인정된다.
이 같은 내용을 살펴보면 A씨가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르면 반복된 근로계약이 계속근로로 인정되면 사용자는 각각의 근로계약기간을 합산해 퇴직금을 산정하고 지급해야 한다.
다만 ‘짧은 공백 기간’이 무조건 계속근로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법원은 2019년 공백 기간을 두고 ▲공백기간이 차지하는 비중 ▲발생한 경위 ▲공백기간 전후 업무내용 및 근로조건 유사성 ▲반복 관행 등을 종합해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고용부 해석에 따르면 계약기간 종료 후 공개경쟁 방식의 신규채용절차를 거쳐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면 계속성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별도의 하자가 없는 한 재계약되는, 즉 ‘계속 근무의 기대관계’가 형성됐다면 계속성이 인정될 수 있다. A씨는 우선 회사가 이 같은 형태의 계약을 이어오는 관행의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