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KBO리그가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뒤 처음으로 원심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경기 승패 자체를 뒤바꾸지는 못했지만 게임 막판 승부처에서 흥미를 더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지난 LG 트윈스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팀 간 13차전에서 5-3으로 이겼다. 3연승과 함께 주중 3연전 위닝 시리즈를 확보했다.
LG는 이날 2회말 터진 오지환의 선제 솔로 홈런, 1사 3루에서 박해민의 1루수 땅볼 때 3루 주자의 득점으로 2-0 리드를 잡았다. 다만 호투하던 선발투수 손주영이 3회초 1사 후 연속 볼넷을 내준 뒤 롯데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에게 3점 홈런을 허용, 스코어가 2-3으로 뒤집혔다.
LG는 끌려가던 상황에서 1위팀의 저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6회말 2사 후 오지환이 볼넷 출루 후 후속타자 구본혁의 타석 때 2루를 훔쳐냈다. 구본혁이 오지환의 도루에 화답하는 1타점 적시타를 쳐내면서 4-3으로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LG는 8회말 2사 1루에서 박동원의 1타점 2루타로 5-3까지 달아났다. 9회초 마무리 유영찬이 선두타자 대타 박찬형에 2루타를 맞기는 했지만 황성빈, 한태양을 연속 삼진 처리하고 빠르게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손에 넣었다.
유영찬은 계속된 2사 2루에서 손호영과 승부를 이어갔다.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6구째 134km/h짜리 슬라이더로 손호영의 헛스윙을 유도하려고 했다.
손호영은 이 공에 반응하려다 다시 배트를 멈추려고 했다. 배병두 1루심은 손호영의 방망이 끝의 각도가 홈플레이트 앞면과 평행한 기준선을 넘어 투수 쪽으로 돌아갔다고 판단, 스윙을 인정했다. 김갑수 주심도 헛스윙 삼진을 선언하면서 경기가 그대로 종료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롯데 벤치는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KBO가 지난 19일부터 KBO리그 전 경기를 대상으로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을 본격 시행하면서 롯데는 마지막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게 됐다.
배트 끝의 각도가 타자석 기준 90도를 초과하면 스윙으로 보고, 90도 이하일 경우 스윙이 아닌 것으로 판정한다. 배트의 홈플레이트 통과 여부와 손잡이 위치나 신체 회전 등은 고려하지 않으며, 번트 시도는 판독 대상에서 제외된다.
비디오 판독 결과 손호영은 가까스로 스윙을 멈추면서 배트가 홈플레이트를 90도 이상 초과하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 센터는 곧바로 ‘노 스윙’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손호영은 비디오 판독 덕분에 풀카운트에서 유영찬과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내면서 2사 1, 2루 찬스를 후속타자 고승민에 연결했다.
롯데는 고승민이 3루수 뜬공으로 아웃, 끝내 2점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10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다만 비디오 판독으로 손호영의 체크 스윙에 대한 억울함은 없었다.
승자 LG 입장에서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지 않고 승리를 만끽하는 게 가능했다. 만약 고승민의 홈런 혹은 장타가 나왔다면 LG의 2점 차 리드가 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 기회는 기존 비디오 판독과 별도로 팀당 2번이 주어진다. 판정이 번복될 경우 기회를 유지한다. 요청은 감독만 가능하고, 공격팀은 스윙 판정 시, 수비팀은 노스윙 판정 시에만 제기할 수 있다.
요청은 판정 후 30초 이내(이닝 종료 아웃카운트 시 10초)에 이뤄져야 하며, 다음 투구가 시작되면 불가능하다. 모든 체크 스윙 판독은 KBO 카메라 영상을 통해서만 진행된다. 구장 내 설치된 2대의 전용 카메라 중 1대라도 작동하지 않을 경우 해당 경기에서는 판독이 실시되지 않는다. 판독 결과 주자 재배치가 필요할 경우 기존 비디오 판독 규정에 따라 심판 팀장이 판독센터의 조언을 받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