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600억원 투입 동대문 사업 파산 원흉 찍힌 서희건설, 왜?

혈세 600억원 투입 동대문 사업 파산 원흉 찍힌 서희건설,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민 혈세 600억원이 투입된 동대문환경개발공사를 파산하게 만든 원인이 해당 민간투자사업의 핵심 주체였던 서희건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사의 운영 부실, 지분 매각, 재무 상태를 일시적으로 개선하려 한 공격적인 회계 처리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동대문환경자원센터 사업은 62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음식물 자원화 시설 운영을 통한 지역 환경 개선을 목표로 했다. 이 중 600억원은 국고 보조금으로 충당됐다. 서희건설은 2006년 11월 시설 착공을 시작해 2010년 12월 준공했다. 공사비의 35%를 직접 부담하고 20년간 관리 운영권을 갖는 핵심 사업자였다. 특히 서희건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에게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선물했다는 의혹을 받아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줬다.

부실 운영
직원 사망

동대문환경자원센터 사업의 운영상 문제는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서희건설이 운영하는 동안 음식물자원화시설은 잦은 고장과 이로 인한 가동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주변 일대에서는 악취 민원이 쇄도했다. 시설 관리 직원의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며 서희건설의 시설 운영 능력과 관리에 대한 동대문구의회의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초기 운영 부실은 사업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운영 부실 논란이 이어지자 서희건설은 2012년 미래에셋펀드에 지분 전량을 221억원에 매각하고, 운영 주체를 타 업체로 변경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영향력은 여전히 유지됐다. ‘주 수탁자가 운영을 포기할 경우, 사업에 재개입하는 대체 수탁자 계약’을 맺어 형식상 지분은 넘겼지만 실질적 운영권에 여지를 남긴 것이다.

최대주주였던 미래에셋펀드는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했다. 오히려 동대문환경개발공사(이하, 동대문환경)에 193억원을 15%로 대여해 연간 25억~28억원에 달하는 고이자를 수취했다. 일반적인 기업 대출금리를 현저히 벗어나는 수준으로, 이는 수익성이 취약한 공사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자본잠식 상태를 심화시켰다.

서희건설이 데려온 미래에셋펀드는 공기업을 상대로 15%의 고리대금업을 한 셈이다. 서희건설이 대체 수탁자로 있는 동안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수년간 서희건설과 새로운 수탁자 사이에서 동대문환경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로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결국 2021년 새로운 수탁자도 동대문환경 운영에서 철수했다.

버는 돈 없이 돈만 쓴 망한 사업
하다 안 되니 이제야 ‘나 몰라라’

이에 따라 대체 수탁자였던 서희건설은 동대문환경을 다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최대주주였던 미래에셋펀드로부터 26억원에 지분을 재인수했다. 2012년 221억원에 매각했던 지분을 9년 만에 약 1/8 수준의 가격으로 다시 사들인 것이다.

이 시기 동대문환경은 자본잠식에 빠진 한계기업 상태였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였다. 그런데 서희건설 재인수 이후 2020년 자본총계 -117억원의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였던 동대문환경은 2021년 14억원 흑자로 전환됐고, 당기순이익은 20억원에서 192억원으로 860% 폭증했다.

이는 동대문환경에서 발생한 ‘채무면제이익’ 127억원 덕분이었다. 동대문환경은 미래에셋펀드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펀드의 120억원 대출을 서희건설이 대신 상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동대문환경이 서희건설로부터 빌린 119억원과 장기미지급금 6억원을 탕감받으며 대규모 특별이익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동대문환경이 회계상 중대한 영향이 있는 이 거래에 대해 감사보고서 주석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회계 기준 위반 소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분식회계 가능성을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동대문환경의 급격한 재무 상태 개선이 오직 채무면제이익에만 의존했다는 사실이다.

장부상 거래
수입이 없다

실제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개선은 전혀 없었다. 현금 유입도 발생하지 않은 순전한 ‘장부상 거래’였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외부 대출을 내부 대여로 전환하고 탕감 처리하는 방식은 분식회계에서 종종 나타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수익성과 사업성이 망가진 동대문환경은 결국, 지난해 대형 화재가 발생한 후 이듬해 5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동대문환경의 파산과 관련해 서희건설 측은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동대문환경의 채무면제이익은 미래에셋펀드가 채권을 탕감해 준 것으로, 제3자와의 거래가 아닌 정상적인 회계 처리였다”며 “서희건설이 동대문환경에 대여한 119억원은 동대문환경의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 미래에셋펀드의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자금 대여였다”고 밝혔다. 이어 “서희건설은 동대문구청과 체결한 실시협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답했다.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서희건설과 동대문구청이 맺은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에는 “공사가 본 협약상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서희건설은 그 책임과 비용으로 공사의 의무 이행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실시협약 제51조는 “사업 시행자에 대해 법원이 파산선고 신고가 있는 경우 사업 시행자의 귀책사유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무면제이익 127억원
분식회계 가능성도 제기

이는 동대문환경의 파산이 계약상 서희건설의 귀책사유로 간주됨을 의미한다. 사업 초기부터의 운영 부실, 책임 회피를 위한 지분 매각과 대체 수탁자 계약, 그리고 재인수 후 발생한 채무면제이익 논란을 살펴보면 서희건설이 공공사업 실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동대문구청은 주민들의 안전과 환경 문제를 방치할 수 없어 30억원의 구민 혈세를 들여 복구 작업에 나섰으며, 추후 서희건설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서희건설 측은 초기 사업 부실 운영 및 책임 관련해 “동대문환경자원센터를 건립하던 때는 환경 사업의 기술적 과도기였으며 그 무렵 대부분의 자원화시설에서 크고 작은 설비 문제 및 악취 민원들은 공통적으로 발생했다”며 “당사는 동대문환경자원센터의 설비 고장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주무 관청과 협의 하에 성능 개선 및 보완 공사의 운영 개선을 조치했으며 이를 위해 총 사업비에 책정돼있지 않은 초과 금액을 투입하는 등 최선을 다해 관리·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 지분 매각 및 대체 수탁자 계약에 대해서는 “당사와 동대문환경이 무관한 회사인지에 관련해서, 당사는 1차 답변서에서 ‘2012년 3월15일에서 2021년 11월25일까지 동대문환경개발공사의 출자자는 농협은행(미래에셋맵스그린에너지사모펀드)이었다’고 답변했다”며 “해당 기간 동안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출자자였고,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출자자일 때 수탁자는 국내 굴지의 수처리 전문 회사로, 해당 수탁자가 자신의 책임으로 동대문환경을 관리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체 수탁자 제도는 민간투자사업의 표준 실시협약에 따라 사업시행자(동대문환경)와 관리운영수탁자 간에 체결되는 위수탁관리운영계약서에 통상적으로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능력 부족
책임 회피

동대문환경 파산 책임과 관련해 서희건설 측은 “실시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시행자’는 동대문환경이다. 실시협약 제51조 제1항 제5호는 ‘본 협약의 해석에 있어, 동대문환경에 대해 법원의 파산선고가 있는 경우는 동대문환경개발공사의 귀책사유로 본다’는 뜻으로 주주인 서희건설과 무관한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희건설 측은 동대문환경의 운영을 맡은 초기 11개월 동안 부실하게 운영했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사업 초기부터 운영상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는 언론 보도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미래에셋펀드가 동대문환경의 실질적 소유주이며, 국내 유수의 수처리 전문회사를 미래에셋펀드가 운영 수탁사로 선정해 본 사업을 운영 중이었는데, 대체 수탁자에 불과한 서희건설이 마치 미래에셋펀드나 해당 수처리 전문회사를 대신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것처럼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한편, 주택 브랜드 서희스타힐스로 알려진 서희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불황인 가운데서도 부실 경영 논란을 딛고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중심으로 견고한 실적을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희건설은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서 시공능력평가액 2조8774억원을 기록하며 16위에 올랐다. 시공능력평가액도 꾸준히 증가했는데 2023년 2조3979억원에서 지난해 2조6707억원, 올해 2조8774억원으로 늘어났다.

전 총리 비서실장 박성근이 맏사위
김건희 반클리프 목걸이 제공 의혹

일각에선 서희건설이 지난 윤석열정권과의 유착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권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측의 이른바 비공식 비밀 캠프로는 신사동 예화랑, 서울대 법대 동기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대호 프로젝트(서초동 캠프) 등이 있었다.

이 밖에 식당 이름을 딴 ‘복조리 캠프’도 있는데, 복조리는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서울 역삼동 법당 주소로 나온다. 식당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성배씨가 운영하는 법당이다. 이전부터 재벌가, 정치권, 법조계 고위 인사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면서 복조리 캠프는 서희건설 빌딩에 사무실을 이전해 ‘역삼동 캠프’로 불렸다.

이 밖에 서희건설과 윤 전 대통령의 고리는 김건희씨로부터 나왔다. 김씨를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그가 2022년 나토 정상회의 순방 동행 당시 찼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가 모조품이라는 김씨의 진술을 거짓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주진우 기자는 이날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찼던) 진품 목걸이 실물을 특검이 찾지 못했지만, (특검이) 이 진품 목걸이의 구매자를 특정했다. (이는) 서희건설”이라고 밝혔다.

서희건설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하면서 또 다른 명품 바쉐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를 샀는데, 그 보증서와 케이스가 김씨 친오빠인 진우씨 장모 집 압수수색 때 발견됐다. 김씨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나토 순방 당시 찼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에 대해 “모조품”이라며 “2004~2007년 홍콩을 자주 방문할 당시 구매해 어머니(최은순)에게 선물했고, 가끔 빌려 착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은 그러나 김씨가 찼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동일 디자인의 목걸이가 2015년 11월 처음 출시된 것을 확인했다.

‘지주택 왕’
유착 결과?

특검은 김씨가 서희건설로부터 목걸이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조품을 김진우씨 장모집에 갖다 놓고 거짓으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서희건설과 김씨의 연결고리로 박성근 전 검사를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검사는 서희건설 창업주 이봉관 회장의 맏사위로 2022년 3월 윤석열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에서 활동하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순방 직전인 2022년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의 최측근이어야 할 비서실장을 윤석열이 지목하자, ‘바지 총리’ 논란이 일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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