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빨래 노동자의 삶에 드러난 자본주의…연극 ‘도비왈라’

인도 빨래 노동자의 삶에 드러난 자본주의…연극 ‘도비왈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인도의 빨래꾼 이야기를 다룬 연극 ‘도비왈라’가 오는 9월 21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 무대에 오른다.

국립정동극장의 2025년 창작ing 일곱 번째 작품이다. 인도 뭄바이의 거대한 빨래터 도비가트의 빨래 노동자 ‘도비왈라(빨래하는 사람들)’를 중심으로 자본사회 속 우리들의 모순과 위선을 비춘다.

도비왈라는 갠지스 강변에서 온종일 고된 세탁 일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최신식 세탁기가 도입될 거란 소식이 들려오고 평화롭던 마을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분열하기 시작한다. 도비가트의 유일한 여자 빨래꾼인 ‘실파’는 세탁기가 자신을 학교에 보내줄 것이라 굳게 믿으며 자신을 말리는 가족들을 뿌리친다. 동생 ‘프리타’는 날이 갈수록 세탁기에 집착하는 언니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다.

연극 ‘도비왈라’(사진=국립정동극장).

도비왈라는 인도 카스트 제도의 최하위 계급인 ‘수드라(Shudra)’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천민, 달리트(Dalit)로 분류된다. 교육은 물론 삶을 선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이들은 부유층의 옷을 하루 종일 빨며 고된 노동에 시달리지만, 가난과 교육 기회의 박탈로 인해 자녀 세대 또한 동일한 직업과 빈곤을 대물림한다. 도비왈라 내부에서도 ‘세탁-다림질-배달’로 나뉜 또 다른 계급과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다.

서로의 삶에 무관심한 채 각자의 역할에만 몰두하는 빨래꾼들의 모습은 현대 산업사회 속 노동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선대의 경제력이 교육 수준을, 교육이 직업과 계급을, 그리고 계급이 권리를 결정짓는 뭄바이 빨래터의 구조는 오늘날 우리 사회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극 ‘도비왈라’는 2021년 안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에 선정되어 3회 공연으로 처음 관객과 만났다. 이후 2023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선정작으로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10회 공연을 올렸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는 “‘도비왈라’는 인도의 빨래꾼이라는 특수한 소재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작품”이라며 “이번 무대를 통해 계급과 노동의 목소리를 예술적으로 조명하고, 작품이 전하는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극 ‘도비왈라’(사진=국립정동극장).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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