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인생20] ‘마음 사용 설명서’ 대로 한번 살아보세요

[아름다운인생20]  ‘마음 사용 설명서’ 대로 한번 살아보세요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한 미혼 여성이 재미삼아 인터넷에 괜찮은 남자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남친 구함! 우울할 때 풍부한 유머감각으로 웃겨 주고, 지성미로 무장하여 지적욕구도 채워 주며, 결혼해서는 저를 공주처럼 떠받들어 주며, 풍부한 재력으로 멋진 집을 선사해 주며, 끊임없는 이벤트를 기획해 저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그런 사람 없나요?”

 ‘정신차려라는 훈계조 글부터 유머까지 많은 답글이 올라왔는데 가장 압권은 “TV를 사세요. 그런 남자 드라마에 매일 나옵니다” 였습니다. 삶은 드라마처럼 행복이 흘러 넘치는 곳이 아닌 곳임을 잘 말해 줍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줍니다. 예전에는 안정적 직업만으로 괜찮은 신랑감이 될 수 있었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여성의 학력, 경제력이 높아지다 보니 지금은 성품·가치관·소통능력 등 다양한 조건을 갖춘 배우자를 찾게 됩니다. 남성입장에서는 이런 기준은 사실상 완벽형을 요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남자나 여자 모두 현실이 너무 고달파서 그런지 행복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도 행복 저기도 행복, 행복이란 단어는 넘쳐 나는데 삶은 더 팍팍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원합니다. 오죽하면 서울대에서 2010년부터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복에 대한 심층연구와 행복론을 넓게 전파하려는 의도에서 행복연구센터를 운영할까요. 어쩌면 인생은 행복을 찾아 헤매는 나그네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인가요? 행복은 온도계인지도 모릅니다. 행복지수가 높아지면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주 작은 비교만으로도 급랭합니다. 우리는 흔히 돈을 많이 벌면, 더 좋은 직장과 직위를 얻으면, 갖고 싶은 것을 갖게 되면 더 행복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주어진 것은 당연히 여기고 과소평가하고, 주어지지 않은 것은 과대평가하면서 간절히 원합니다. 끊임없이 현재 내게 없는 것을 갈망하고 남들에게 보란 듯이 살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정작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고 인생을 낭비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남보다 더 나은 부분을 찾았을 때 느끼는 작은 쾌감들, 차마 인정하기 싫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입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행복이란 개념 속에는 화와 복이 함께 있습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행복과 불행은 한쌍입니다. 이에 대해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아함경>에는 매우 직설적으로 가르칩니다.

 이른 새벽에 초인종이 울렸다. 집주인은 문을 열었다. 거기 아리따운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난 행복입니다. 당신에게 행복을 주려고 찾아왔습니다.”

집주인은 반갑게 그녀를 맞아들였다. 그런데 잠시 후 또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거기 추녀가 피고름을 흘리며 서 있었다. 남자는 기겁을 하며 그 추녀를 쫓아내려 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난 당신에게 불행을 주려고 온 불행입니다. 아까 당신 집에 들어간 행복이는 제 쌍둥이 언니예요. 우린 늘 같이 다닙니다. 당신이 만일 나를 맞아들이지 않는다면 나의 언니도 당신 집을 떠날 것입니다. , 나를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언니를 떠나게 하든가 둘 중 어느 하나를 택하십시오

피곤에 절은 현실을 벗어나 멀고도 먼 행복의 나라에 우리는 언제 도달할 수 있을까요.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요? 행복을 뜻하는 영어단어 happiness는 스칸디나비아어의 ‘hap’으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기회(chance)’를 의미합니다. 어원만 따지면 행복은 인간의 의지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우연히 주어지는 의미인데요. 우리가 쓰는 행복 역시 이 happiness에서 온 단어로 200년이 채 안되는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밴덤의 공리주의개념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서 이 happiness를 번역할 마땅한 말이 없자, 일본에서 150년전 행복으로 번역한 것이지요. 그뒤 한국으로 들어와 사용되고 있습니다.

허만하 시인은 행복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 속에서 평범한 모습을 띠고 있다. 행복은 그것을 알아보는 마음씨를 가진 정신에게 자기를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그것은 풍경과 같다고 말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인 바다는 비가 와도 젖지 않는다와 같은 의미입니다. 일도 사람도 행복도 고통도 모두 모여 하나뿐인 자신의 인생이 됩니다. 살다 보면 운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복이 올 때도 불행이 올 때도 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불행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행복타령이나 하는 사람이나, 상처받지 않는 인생, 고통없는 인생을 꿈꾸는 사람은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증거입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상황이나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고통을 껴안는 게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화인 듯 하나 복인 진짜 복과 복인 듯하나 화인 가짜 복이 섞여 있습니다. 니체는 말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욕망의 크기를 줄이거나, 성취를 늘려야 한다고. 욕망을 줄이지 못한 대가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지인이 보내 준 마음 설명서에는 마음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촌철살인과 깊은 내공이 담겨 있습니다.

아픔은 실손보험으로 처리하고, 열정은 신용대출을 권하고, 은혜는 이자처럼 꼬박꼬박 상환하고 그리움은 끝내 해지하지 말 것. 감사는 밑반찬처럼 항상 차려 놓고, 고독은 풍성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처럼 싱싱하게, 오해는 잘게 다져 이해와 버무리고, 행복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에 넣어 둘 것을 권합니다.’

우리 모두 지금 이 순간부터 이 마음설명서대로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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