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에서 지능적인 야망가 양정숙 역을 맡아 완벽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사진제공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카지노’ 강윤성 감독과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만든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의 대성공 뒤엔, 악인 서사의 꼭짓점에서 ‘흑장미’로 활약한 임수정의 ‘놀라운 연기 변신’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임수정은 극 중 흥백산업의 안주인이자 지능적인 야망가인 양정숙으로 완전히 ‘흑화’했다. 26년의 연기 내공을 압착시켜 ‘팜므파탈’ 양정숙 캐릭터를 매혹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가장 몰입한 때? 소리 지르며 하혈하는 장면”
그야말로 역대급 변신 이를 통해 생애 최고 연기를 선보였다며 극찬받고 있는 상황. 임수정은 극 중 가장 몰입한 순간으로 오관석(류승룡)에게 분노를 폭발시키다 하혈하고 끝내 유산에 이르는 장면을 꼽았다.
“저 스스로도 그런 표정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류승룡 선배가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을 때, ‘아, 해냈구나’ 싶었죠.”
양정숙은 도굴이란 중심 서사에서 한발 물러나 이를 조종하는 인물을 그렸다. 그럼에도 ‘판을 흔드는 역할’이었기에 매 장면 전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반대로 ‘대노할 때’도 그는 미세한 표정까지 ‘설계’하는 극강의 연기력을 뿜어냈다.
어떤 목표를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욕망의 화신’ 정숙은 임수정을 통해 케이(K) 드라마 사상 손꼽히는 팜므파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임수정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도 정숙의 흑화를 내심 즐겼던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강렬한 남성 캐릭터들 사이에서 ‘유일한’ 여성 악인으로 존재감을 떨친 임수정은 시즌2 제작에 대한 기대감 역시 조심스레 내비쳤다. 사진제공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밀실 러브신의 레퍼런스는 ‘화양연화’
”
원작 속의 양정숙은 드라마보다 목표지향적이고 감정적으로도 계산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강윤성 감독의 각색을 통해 사랑 앞에선 어리숙하고 처연한 모습까지 내비치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거듭났다. 임수정은 연출자의 윤색을 거쳐 정숙이 보다 인간적이고 인상적으로 “완성됐다고 생각한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시청자에게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는 양정숙과 오희동(양세종)의 밀실 러브 신도 강윤성 감독의 빛나는 연출로 빚어졌다.
“감독이 제시한 참고 자료가 영화 ‘화양연화’였어요. 숨 막히는 밀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미술 연출이 분위기를 다 만들었죠. 덕분에 정말 매력적으로 담길 수 있었어요.”
양정숙은 탁월한 기지와 영악함으로 주변 인물들을 휘어잡았지만, 끝내는 최측근에게 배신당하며 비극적 결말을 맞기도 한다.
정숙의 비운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과 관련, 임수정은 ‘열린 결말’로 남겨두고자 한다고 말을 아꼈지만, 생사 여부와 관계없이 “시즌2에 대한 바람은 확고하다”고 전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원할 거예요. 작품이 잘 됐다는 근거니까요. 정숙이 살아 남아 시즌2에 함께 한다면, 전편보다 조금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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