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총체적인 어려움에 빠져 있다. 내수 불안에 투자가 줄고 있고 수출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아주 엄중한 상황에 정치적 불안정까지 겹쳤다. 올해는 대한민국 경제가 추락하느냐 재도약하느냐의 중요한 계기가 되는 해이다.”(2025년 1월 1일)
“지금 ‘관세 타이머’를 멈추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씻을 수 없는 과오와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트럼프 스톰’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2025년 3월 31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뒤 (관세협상 타결 등) 여러 대응이 있었고, 한미정상회담도 기대된다. 하지만 어떤 조치가 됐든 중앙정부의 정책이 집행까지 가기에는 시차가 있다. 경기도는 새 정부의 국정 제1파트너로서 그런 부분들을 보완하겠다.”(2025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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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 차례에 걸쳐 평택항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주요 발언이다. 새해 첫 일정으로 평택항을 찾았던 김동연 지사는 20일 ‘달려간 곳마다 달라집니다(달달)-경기 민생경제 현장투어’ 첫 방문지로 다시 평택항을 택했다.
민생경제 현장투어는 이날 평택을 시작으로 양주와 남양주 등 경기도내 31개 시군을 순회하면서 민선 8기 경기도 정책 현장을 점검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기획됐다. 김동연 지사에게는 지난 3년간 성과를 도민들에게 직접 평가받는 자리다. 또 앞으로 해나갈 일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변곡점을 앞두고 늘 발걸음을 평택으로 옮겼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과 충남 당진시 송산면 일대 무역항인 평택항은 1986년 국제무역항으로 개항, 1996년 국책항구로 선정돼 최단기간 내 세계적인 규모의 항만으로 성장했다. 총 64개(평택 34, 당진 30) 선석을 운영하며 2023년 기준 연간 1억1600만톤 수출입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자동차 물동량은 전체 1위로, 전국 항만의 24.6%를 소화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집행부 출범 이후 전 세계에 불어닥친 관세전쟁 최전선이다. ‘돈 버는 도지사’를 자임하며 투자유치, 국내 기업 수출 확대 정책을 적극 펼쳐 온 김 지사에게 평택항은 전쟁의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전초기지인 셈이다.
12·3 비상계엄 뒤 새해 첫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그리고 취임 3년 차에 접어든 이날까지. 올해 대선 출마와 내년 재선 도전 준비를 위한 중요한 정치적 기점에서 김 지사는 어김없이 평택항을 찾았다.
◇실질적 성과 거둔 경기도-미시간 ‘관세동맹’
이날 오후 김동연 지사는 평택항 마린센터에서 관세 협상 이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도내 자동차 기업들과도 세 번째 만남을 가졌다.
앞서 지난 3월 이들 기업으로부터 미국 관세 부가에 따른 우려와 예상 문제점 등을 청취한 김동연 지사는 4월 9일 대선 출마선언과 동시에 미국 3대 완성차 업체(포드, 스텔란티스, 지엠)가 소재한 미시간주로 날아갔다.
현지에서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만난 김 지사는 한국 부품기업-미 완성차 3사간 채널 구축 등 4개항 합의를 담은 ‘관세 동맹’을 맺고 돌아왔다. 이후 다시 간담회 참석 기업들을 도지사 집무실로 초청해 방미 성과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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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 번째 간담회에 참석한 여인대 한국 후꼬꾸 이사는 미국의 포드,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업체와의 관세보전 협상 성과 등을 설명하면서 “김동연 지사가 미국 미시간주를 다녀온 뒤 바로 완성차 업체 쪽에서 연락이 와서 대화채널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사의(謝意)를 표했다.
또 다른 참석 기업 관계자들은 “자동차 시스템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자동차 부품생산 기업중 2~3차사는 영업이익이 3~5%에 불과해 존속하기 어렵다”, “정부협상 통해 관세가 15%로 인하됐으나 언제부터 발효되는 것인지 불확실하다” 등 관세협상 타결 이후에도 계속되는 불안감들을 호소했다.
이에 김동연 지사는 배석한 도청 실-국 간부들에게 “‘낮은 문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라”며 “도 경제실, 국제국과 경제과학원이 같이 업계의 애로사항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콘택트 포인트를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경제질서 자체가 개방과 자유무역에서 패권주의와 자국우선주의로 바뀌고 있다”면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부처에 오래 있으면서 97년 IMF 위기를 비롯해 여러 차례 경제 위기를 겪었다. 그때 경험에 의하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아무쪼록 힘든 파고(波高)를 반드시 극복하고, 살아남고, 오히려 이번이 기회가 돼서 우리 경기도 기업들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경기도가 난국을 헤쳐나가도록 최선의 노력과 지원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