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 “36년간 이어온 열정…난 뮤지컬계 손흥민”

최정원 “36년간 이어온 열정…난 뮤지컬계 손흥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조깅으로 매일 하루를 시작한다. 주 1회 정도는 수영과 필라테스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다진다. 맵거나 짠 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노래 레슨도 꾸준히 받는다. 하루도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 이유는 오직 하나, 관객들에게 더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1세대 뮤지컬 배우 최정원(56)이 무대를 빛내기 위해 이어온 일상이다. 수 많은 후배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큼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왔지만, 최정원의 삶은 지금도 정진의 연속이다.

현재 최정원은 뮤지컬 ‘맘마미아’와 ‘멤피스’를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퇴계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정원은 “아이를 출산한 1년을 제외하고는 36년간 쉬지 않고 무대에 서 왔다”며 “지치지 않는 열정 하나로 지금까지 달려왔기에 스스로 ‘뮤지컬계의 손흥민’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뮤지컬배우 최정원(사진=신시컴퍼니).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그는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 ‘지킬 앤 하이드’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뮤지컬계의 디바로 입지를 다져왔다. 한 번 인연을 맺은 작품과는 오래가는 편이다. 20여 년을 함께한 ‘시카고’에서는 ‘록시 하트’부터 ‘벨마 켈리’까지 옮겨가며 최고의 무대를 선보여왔다. 특히 ‘맘마미아’는 2007년부터 한 역할로만 무대를 지켜왔기에 애정이 깊다. 2011년 1000회차 공연에도 함께한 데 이어 어느새 1300여 회를 같은 역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14년 전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할 당시에는 6개월간 206회의 공연을 한 회도 빠짐없이 출연했어요. 다행히 체력이 좋아서 한 번도 아프지 않고 무대를 소화할 수 있었죠. 지금도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요. 저녁이면 그리스 해변에 펜션을 짓고 ‘도나’로 살 수 있잖아요(웃음). 무엇보다 나의 연기와 춤을 보며 행복해하는 관객들 앞에 선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자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맘마미아’는 전설의 팝 그룹 아바(ABBA)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그리스의 한 작은 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도나와 그의 딸 소피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빠 없이 자란 소피는 본인의 결혼식을 앞두고 엄마의 옛 남자친구 샘, 해리, 빌을 몰래 섬에 초대하고 누가 진짜 아빠인지 찾는 과정을 그린다. 넘버는 ‘댄싱퀸’ ‘맘마미아’ 등 아바의 히트곡 22곡으로 구성돼 있다.

‘댄싱퀸’은 최정원이 인생 노래로 꼽을 만큼 좋아하는 곡이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딸 유하에게 자신의 묘비명을 ‘댄싱퀸’으로 해달라고 주문까지 했을 정도다. 최정원은 “‘신나게 춤춰봐. 넌 정말 최고의 댄싱퀸’이라는 가사가 내 인생과도 가장 잘 맞는다”고 부연했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그에게 있어 똑같은 공연은 없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늘 복기하고, 쉬는 날에는 후배들의 공연을 꾸준히 보면서 배울 점을 메모장에 적어놓는다. 매번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선다.

“무대는 클로즈업이 아니니까 주름진 할머니가 되지 않는 이상 무대에 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매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면 다음 시즌에 다시 만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정원에게 있어 무대는 곧 ‘놀이터’다. 어린 시절 놀이터에 가면 모든 걱정을 잊고 신나게 뛰어놀던 것처럼, 매일 ‘초심’으로 돌아가 무대에서 온 힘을 다해 뛴다. 최정원은 “50대까지 도나와 함께 성장해왔는데, 더 나이가 들어서도 같은 역을 이어간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클 것 같다”면서 “매일 소풍가는 기분으로 무대에 서며 ‘오늘은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뮤지컬은 내 천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Author: NEWSPIC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