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영화 원작 웹툰…”코로나19로 메시지 더 명확해져, 슬픈 해피엔딩이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어느 날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온 세상이 아수라장이 된다.
시골로 피난을 가려던 때, 하나뿐인 딸 역시 감염돼 좀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관객 400만명을 동원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올라선 영화 ‘좀비딸’은 좀비가 되어버린 딸을 버리지 않고 숨겨 기르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좀비딸’의 원작 웹툰을 그린 이윤창 작가는 18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고양이를 기르던 중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벵갈고양이 뱅구를 키우는 그는 고양이가 시도 때도 없이 자기 손과 발을 물려고 해도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이자, 사람을 물어뜯는 좀비 딸을 키우는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자식을 둔 부모만큼의 부성애는 감히 느껴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고양이를 통해 ‘나 자신보다 소중한 무언가’를 알게 됐고, 기른 정 또한 낳은 정 못지않게 크고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절망적인 좀비 세계관 속 따뜻한 부성애를 그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좀비딸’에서 가장 부각되는 것은 정환(영화 속 조정석 분)이 딸 수아(최유리)에게 보여주는 사랑이다.
사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환은 자기 딸을 죽일 수 없다며 끌어안고 산다. 따져보면 이기적이고 그릇된 행동이지만, 그 누구도 정환에게 쉽게 돌을 던지진 못한다.
이 작가는 “(사람들이) ‘나였어도 정환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공감해줬기에 사랑받을 수 있었다”며 “어찌 됐건 정환은 법을 어겼고, 사람들을 위험하게 했다. 그러나 정환의 희생으로 치료제가 만들어진다는 설정을 더해 독자들이 그를 마냥 미워할 수 없게끔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환의 숭고한 희생이 있기에 ‘좀비딸’은 “슬프지만 해피엔딩”이라고도 강조했다.
‘좀비딸’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재됐다.
연재 도중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퍼졌고, 마치 웹툰 속 정환과 수아처럼 확진자인 것을 숨기고 이동한 사람들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이 작가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정환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져서 만화를 일찍 끝냈다는 글들도 보이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부 지침에 반대하는 정환의 모습이 더욱 부각돼 만화가 심도 있는 이야기가 됐다고 생각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욱 명확해지는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좀비딸’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는 재미와 감동을 모두 선사하는 이야기,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이 작가는 “벌써 영화를 3번 봤다”며 “가장 애착 가는 장면은 수아의 훈련을 위해 배를 탈 때다. 짧은 순간이지만 수아의 훈련에 대한 희망, 정환이 앞으로 겪게 될 많은 고난이 떠올라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좀비딸’은 영화 제작에 앞서 EBS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고, 현재 이모티콘 등 캐릭터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 작가는 ‘좀비딸’이 여러 방면으로 확장되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웹툰의 모티브가 된 고양이 캐릭터 애용이를 꼽았다.
“확실히 애용이 지분이 9할은 된다고 말할 수 있어요. (웹툰에서) 군인이 ‘나비야’하고 부르자 ‘김애용!’이라고 애용이가 말하는 모습이 화제가 돼서 많은 사람이 ‘좀비딸’을 보러왔죠. 뱅구가 애용이의 모티브에요. 현재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데, 뱅구에게만 조용히 (고마움의 표시로) 간식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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