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가 수비 때문에 울고 웃었다. 비록 3연승은 불발됐지만 역전 드라마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면서 중위권 도약을 노려볼 수 있는 희망을 이어갔다.
삼성은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팀 간 13차전에서 연장 11회 8-8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 15~16일 승리로 연승과 함께 최소 위닝 시리즈를 확보한 가운데 2승 1무로 이번 주말 3연전을 마감했다.
삼성의 이날 게임 초반 흐름은 순조로웠다. 선발투수로 나선 좌완 이승현이 6이닝 3피안타 2볼넷 1사구 3탈삼진 1실점 쾌투를 펼치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삼성 타선에서는 르윈 디아즈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디아즈는 1회초 1사 1, 3루에서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 4회초 무사 1루에서는 2점 홈런을 때려내면서 롯데 에이스 알렉 감보아를 괴롭혔다.
하지만 삼성은 3-1로 앞선 7회말 수비 시작과 함께 불펜이 가동된 뒤 급격하게 흔들렸다. 우완 이호성이 선두타자 유강남과 전민재에 연속 2루타를 맞으면서 1실점, 스코어가 3-2로 좁혀졌다.
이호성은 계속된 1사 3루에서 한태양에 동점 1타점 적시타까지 내줬다. 삼성 벤치는 3-3으로 리드가 사라진 뒤 좌완 이승민으로 투수를 교체, 급한 불을 끄고자 했다.
하지만 이승민까지 고승민에 좌전 안타를 맞았고, 1사 1, 2루에서는 손호영의 내야 안타까지 이어졌다. 손호영의 내야 안타 때는 2루수 양도근이 미처 3루로 스타트가 늦었던 2루 주자 한태양을 잡기 위해 3루수 김영웅에게 재빠르게 송구하면서 아웃 카운트를 늘릴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양도근의 실책이었다. 3루수 김영웅이 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송구가 갔다. 공은 김영웅의 글러브가 아닌 3루 쪽 삼성 더그아웃으로 흘러갔다. 심판진은 곧바로 규정에 따라 주자들에게 안전 진루권을 부여, 3루 주자 한태양과 2루 주자 고승민이 득점했다. 타자 주자 손호영도 1루에서 3루로 향했다. 스코어는 삼성의 3-5 열세로 바뀌었다.
삼성은 이후 7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 노진혁에게 2타점 적시타까지 내주면서 3-7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롯데 8연패 탈출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졌다.
다만 삼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8회초 1사 만루에서 김영웅이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무너뜨리는 동점 만루 홈런을 작렬, 7-7로 다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9회초 1사 만루에서는 디아즈의 1타점 적시타로 8-7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삼성은 대역전 드라마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지만 롯데도 끈질겼다. 9회말 1사 후 황성빈의 동점 솔로 홈런이 터지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연장에서 두 차례나 끝내기 패배를 당할 위기에 몰렸지만 ‘철벽 수비’로 고비를 넘겼다. 10회말 2사 1, 2루에서 고승민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중견수 김성윤이 ‘슈퍼 캐치’로 낚아 채면서 롯데의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11회말에는 유격수 이재현이 ‘히어로’가 됐다. 1사 1, 2루에서 대타 박찬형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면서 직선타로 처리했다. 이재현은 신속하게 일어나 3루 쪽으로 스타트를 끊었던 2루 주자 황성빈의 움직임을 체크, 2루수 양도근에게 공을 건네면서 더블 플레이를 완성했다.
삼성은 이날 승리를 챙기지 못한 건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지지 않은 것도 분명 수확이었다. 공동 5위 KIA 타이거즈, KT 위즈, NC 다이노스를 2.5경기, 4위 SSG 랜더스를 4경기 차로 뒤쫓으면서 페넌트레이스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티켓을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