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수 혹사 논란’을 겪은 클럽 월드컵의 개최 주기를 4년에서 2년으로 줄이려 한다.
18일(한국시간) 영국 ‘가디언’은 “FIFA는 2029년부터 클럽 월드컵을 2년에 한 번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IFA의 결정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와 유럽축구연맹(UEFA)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클럽 월드컵은 FIFA가 주관하는 세계 클럽 대항전이다. 이전에는 시즌 중에 각 대륙대항전 우승팀끼리 모이는 이벤트 성격이 강했으나, 2025년부터는 ‘FIFA 클럽 월드컵’으로 명칭을 확립하고 4년 주기와 32개 팀 참가 체제로 전면 개편됐다. FIFA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 버금가는 대항전을 만들겠다며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개정된 클럽 월드컵은 막대한 상금으로 화제가 됐다. 대중에게 친숙한 월드컵 방식으로 치러지며 상위 라운드에 진출함에 따라 배당금이 누적되는 구조다. 2025년 대회의 총상금은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에 달했고, 우승팀은 최대 1억 2,500만 달러(약 1,720억 원)를 수령받았다. 설령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더라도 승리, 무승부, 경기 참가 수당이 지급돼 참가만해도 구단 재정에 도움이 될 만한 거액을 챙겼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초대 대회는 첼시가 우승을 차지했다. 레알마드리드, 바이에른뮌헨, 파리생제르맹(PSG) 같은 유럽 빅클럽은 물론 알힐랄, 울산HD, 우라와레즈 등 아시아 클럽까지 각국의 명문 구단이 참가했다. 유럽에 비해 축구의 인기가 덜한 미국에서 열린 대회였기에 흥행 측면에서는 부진했다는 평가지만, 각 대륙을 대표하는 클럽들의 정면 승부라는 점에서는 충분한 관심을 끌었다. 우승팀 시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첼시 선수단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진풍경도 나왔다.
대회의 확장 가능성을 본 FIFA는 개최 주기를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4년 후에 열릴 2029년 대회 이후부터 2년 주기 개최를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 한 국가당 2팀 출전 제한 철폐, 48개팀 참가 등 수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위 매체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으로 수급한 막대한 대회 상금에 몇몇 빅클럽들은 FIFA 측에 개최 시기 단축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FIFA를 제외한 축구계 대형 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FIFA의 결정이 각 리그 및 대회의 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독단적인 결정이라는 반박 의견이 나왔다. PL 최고경영자 리처드 마스터스는 “FIFA는 본래 전 세계 축구를 규제하고 국제 축구를 운영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클럽 월드컵은 클럽 축구로의 확장이다. 리그와 선수들은 대회 시기와 일정에 대해 전혀 협의받지 못했다. 앞으로 어떤 형태가 되든, 우리는 반드시 협의에 참여해야 한다. PL 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명확하다”라고 경고했다.
선수 혹사 논란도 불가피하다. 초대 대회 당시에도 몇몇 축구 전문가들은 빡빡한 시즌 일정을 마무리한 선수들이 여름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다음해 여름은 북중미 월드컵까지 예정돼 있어 선수들의 휴식 보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개최 주기까지 2년으로 줄어든다면 체력적 과부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위 매체에 따르면 FIFA는 클럽 월드컵 확대와 맞바꾸는 카드로 6월 A매치 일정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이는 네이션스리그 결승 일정을 침해해 UEFA 측과 또 다른 충돌을 불러올 전망이다. FIFA의 무리한 추진이 대형 축구 단체 간 ‘파워게임(power game)’을 격화시키고 있다.
사진= 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클럽월드컵 공식 X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