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골키퍼 문제가 개막전부터 대두됐다.
최악의 시즌을 끝내고 맨유는 올여름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검증이 완료된 마테우스 쿠냐와 브라이언 음뵈모를 영입했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최전방 공격수 베냐민 세슈코까지 품으며 성공적인 이적시장을 보냈다. 18살 왼쪽 풀백 유망주 디오고 레온까지 총 4명을 영입한 맨유는 무려 2억 2,970만 유로(약 3,720억 원)를 쾌척했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맨유가 올여름 영입한 자원들은 모두 공격을 염두한 선택인데, 지난 시즌 맨유는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특히 실점과 직결되는 골키퍼 문제가 화두였다. 주전 수문장인 안드레 오나나가 발밑과 선방 능력에서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지난 시즌 수 차례 ‘호러쇼’를 펼친 바 있다. 백업 자원인 알타이 바이은드르, 톰 히튼 역시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그럼에도 맨유는 최우선 과제로 공격 보강을 택했다. 여러 문제 중 하나라도 확실히 해결하고자 하는 결정이었다.
야속하게도 맨유는 리그 개막전부터 골키퍼 문제로 패배의 쓴맛을 봤다.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PL 1라운드를 치른 맨유가 아스널에 0-1로 졌다. 이날 음뵈모와 쿠냐를 앞세워 인상적인 공격 전개를 펼쳤음에도 경기 초반 골키퍼 바이은드르의 치명적인 실책으로 고개를 숙였다.
전반 12분 아스널의 코너킥 상황에서 라이스의 킥이 깊은 궤적을 그리며 맨유 골문으로 날아갔다. 이때 윌리엄 살리바와 경합에서 밀린 바이은드르는 한 손으로 어설프게 공을 쳐냈고 뒤로 흐른 공은 리카르도 칼라피오리의 머리로 향했다. 이것이 이날 경기 결승골이 됐다.
후벵 아모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살리바의 파울을 주장했지만,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은 바이은드르의 실책에 손을 들었다. 전 크리스탈팰리스 공격수 클린턴 모리슨은 “맨유에 문제가 있다. 골키퍼는 최후방 수비수인데 이런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전 잉글랜드 대표팀 골키퍼 조 하트는 “바이은드르는 왼팔로 살리바와 싸우면서 오른팔로 공을 쳐내야 했다. 처음엔 그를 옹호하려 했지만 리플레이를 보자 ‘이건 변호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상황에 지나치게 휘말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맨유의 바이은드르 기용은 실패로 끝났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진 오나나 대신 기용된 선택이었지만, 바이은드르의 한계는 뚜렷했다. 2023-2024시즌부터 맨유는 PL 클럽 중 가장 많은 코너킥 실점(23)을 범하고 있다. 바이은드르는 코너킥 수비가 취약한 골키퍼고, 지난 시즌 손흥민의 코너킥 골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주전 오나나도 공중 방어를 포함한 선방 능력에 약점이 있는 골키퍼다. 뚜렷한 리스크가 있는 기존 골키퍼 자원으로 맨유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맨유는 이적시장이 닫히기 전 골키퍼 영입을 고려해야할 상황이다.
현재 시장에 매물은 있다. 지난 시즌 파리생제르맹(PSG)의 트레블을 이끈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올여름 새 둥지를 찾고 있다. 맨체스터시티 이적설이 짙어진 상태지만, 아직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PL 검증 골키퍼인 애스턴빌라 소속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도 이적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비싼 이적료를 제시해야 한다. 빌라는 수익 및 지속 가능성 규정(PSR)을 고려해 4,000만 파운드(약 750억 원) 이하에는 거래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흔들리는 최후방을 방치할 경우, 맨유는 또 한 번 고통스러운 시즌을 맞을 수 있다. 골키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모림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X, 영국 ‘스카이스포츠’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