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전상현이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 8회말 구원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의 불펜이 정규시즌 막판 불안요소로 떠올랐다.
KIA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서 2-4로 역전패했다.
15일 경기부터 3연패로 스윕 패를 당한 KIA는 시즌 53승4무53패로 승패 마진을 모두 잃으며 KT 위즈(55승4무55패), NC 다이노스(51승6무51패)와 공동 5위가 됐다.
단 한 경기로 5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인 데다, 8위 삼성 라이온즈(53승2무58패)와도 불과 2.5경기 차라 더욱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KIA는 또 5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이어진 원정 12연전을 승률 0.454(5승6패·9일 우천취소)로 마쳤다.
이 기간 3경기 선발등판해 평균자책점(ERA) 제로(20이닝 무실점)로 맹활약한 외국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은 KIA에 확신을 심었다.
반면 KIA는 11경기 동안 확신을 얻은 날보다 고민에 빠진 날이 더 많았다.
특히 두산과 3연전에선 불펜이 불안요소로 떠올랐다.
KIA는 3경기에서 잇달아 블론세이브 3개를 남기며 뒷문 불안에 시달렸다.
15일 경기에서 블론세이브를 남긴 마무리투수 정해영은 16일 경기에선 한 점 차로 앞선 9회말 구원등판해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김인태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패전을 떠안기도 했다.
정해영은 17일 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범호 KIA 감독은 ‘정해영은 아픈 곳이 있어 말소됐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몸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 보직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해영뿐만 아니라 16일 경기에선 조상우, 17일 경기에선 전상현이 잇달아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KIA 마무리 정해영이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 9회말 구원등판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특히 17일 경기의 내용은 KIA로선 더욱 고민스러울 법하다.
이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정해영이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 동안 전상현을 임시 마무리로 기용하면서 승부처에 투입할 필승 카드로도 내세울 계획이다.
이 감독은 “만약 한 점 차로 앞서는데, 상대의 중심타순이 나올 차례라면 (전)상현이를 먼저 내세우고, 9회에는 집단 마무리 체제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정해영을 말소한 날 이 감독이 머릿속으로 그린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
KIA는 1-0으로 앞선 8회말 1사 1루서 전상현을 투입해 급한 불을 끄려고 했다.
KIA의 의도와는 달리 전상현은 첫 타자 양의지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1사 2·3루에 몰렸고, 후속 안재석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며 만루 작전을 펼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전상현이 계속된 1사 만루서 후속 김인태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고, 이어진 2사 만루선 이날 교체출전한 조수행에게 역전 결승 2타점 우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전상현은 이날 0.2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지난달 1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부터 이어진 11연속경기 무실점 기록도 더는 이어가지 못하게 됐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경기를 찾은 KIA 팬들이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외국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최근 뒷문 불안이 커진 KIA는 네일의 역투에도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는 걱정 가득했던 긴 원정 일정을 마치고도 근심을 모두 떨쳐내지 못했다.
더구나 올 시즌 팀 ERA(5.06)와 이닝당출루허용(WHIP·1.58) 모두 9위로 부진한 불펜에서 문제가 발생해 더욱 뼈아프다.
올 시즌 불펜 부진으로 승리를 놓친 경기가 적잖았던 KIA는 지난달 NC로부터 한재승, 김시훈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수혈에 나섰다.
안정적인 컨트롤로 데뷔 첫 경기부터 13연속경기 무실점 투구를 펼친 성영탁도 올해의 발견이다.
최근 잇달아 휘청인 기존 필승조 투수들에게 이들이 힘을 보탠다면 KIA의 포스트시즌(PS) 진출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이 감독은 “상현이가 승부처를 맡게 된다면 그 뒤에는 (성)영탁이도, (한)재승이도 얼마든지 나와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투수들이 어려운 상황에 올라가게 되더라도 충분히 제 능력들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경험이 모자랄지라도 1군 선수다. 다들 분명히 능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잠실|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잠실|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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