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트럼프와 회담 매우 유익”…국제무대 화려한 복귀

푸틴 “트럼프와 회담 매우 유익”…국제무대 화려한 복귀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매우 유익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러시아 정치권과 친러 성향 유럽 국가들도 이번 회담을 높이 평가하며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첫 미·러 정상회담이 ‘푸틴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위치한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 도착해 함께 걷고 있다.(사진=AFP)

16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대통령실, 정부 부처, 군, 의회 등 지도부 회의를 열고 전날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대해 “이번 방문이 시기적절하고 매우 유용했다고 즉시 언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가 “매우 솔직하고 실질적이었으며, 내 생각엔 필요한 결정에 더 가까워지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미·러 정상회담은 러시아의 입장을 미국 측에 차분하고 철저하게 재확인하는 기회”였다고도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으며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공정한 해결 가능성에 대해 대화했다”며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물론 적대행위를 가능한 한 빠르게 종결해야 한다고 보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우리도 이를 원하고 모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만족감을 표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측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나 유럽 정상들과 논의해오던 ‘휴전’을 포기하고, 러시아가 주장해 오던 ‘평화 협정’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제재 위협 없이 그의 입장을 유럽 정상들에 전달했다.

러시아 정치권도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모스크바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당 소속 원로 의원 안드레이 클리샤스는 “알래스카 회담은 러시아가 장기적으로 공정한 평화를 바란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며 무조건 휴전을 요구한 우크라이나와 유럽에는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 레드 카펫을 깔아주며 환대한 것부터가 푸틴 대통령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가까운 유럽조차 방문하지 못하던 푸틴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인 트럼프 대통령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러시아 국영 방송은 이번 회담의 화려함과 위상, 푸틴 대통령이 받은 환대를 대대적으로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의 정식 초청으로 미 영토에 들어간 것은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 시절인 2007년 이후 18년 만이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외교 역사상 가장 구역질 나는 장면”이라고 혹평했다.

유럽의 친러 성향 지도자들도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높이 평가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우리는 몇 년간 두 핵강국이 협력의 틀을 해체하고 적대적 메시지를 주고받는 걸 지켜봤다”며 “이제 그런 상황은 끝났다. 세계는 어제보다 더 안전한 곳이 됐다”고 말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믿기 어려운 재정적, 정치적, 군사적 지원으로 러시아를 약화하려는 지금까지 유럽의 전략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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