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리다’에서 레플레하를 맡아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아이키. 춤은 물론, 노래와 연기도 기대 이상이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뉴시스
독보적인 춤과 무대를 ‘뿌시는’ 초강력 에너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슈퍼댄서 아이키가 요즘은 대학로에서 절반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우파’에서의 카리스마와 유쾌한 리더십은 그대로, 여기에 노래와 연기를 얹은 새로운 버전의 아이키다.
뮤지컬 ‘프리다’는 멕시코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생애를 가상의 토크쇼 형식으로 풀어낸 쇼뮤지컬이다. 유년기의 질병, 교통사고, 잇따른 유산과 남편의 외도까지…. 고통의 연속 속에서도 “비바 라 비다(인생이여 만세)”를 외친 프리다의 불굴의 삶이 액자극으로 펼쳐진다. 이번 시즌 무대에는 김소향·김지우·김히어라·정유지가 ‘프리다’를, 전수미·장은아·아이키가 ‘레플레하’로 나섰다.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에서 9월 7일까지 공연된다.
아이키는 토크쇼의 진행자 레플레하와 프리다의 연인이자 분신인 디에고 리베라까지 1인 2역을 연기한다. 아이키는 “디에고는 객관적으로 보면 미워 보일 수 있지만, 불쌍한 사람이라 생각했다”며 “어린 시절의 상처로 불완전하게 된 인물이라고 가정하고, 그에게 연민과 공감을 품으며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허밍버드’ 장면에서 안무를 선보이는 아이키.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아이키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레플레하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허밍버드’는 아이키의 색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이다.
“전수미 선배의 에너지가 워낙 강렬해서, 나로선 나만의 색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라틴, 메탈, 락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녹이고, 안무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무릎을 바닥에 슬라이딩하는 동작이 많아 공연이 거듭될수록 바지 무릎이 해져서 의상팀에게 주의를 들었다”고 웃었다. 이 ‘허밍버드’ 장면은 디에고가 프리다를 유혹하는 꽤 긴 장면으로, 레플레하를 맡은 배우들이 각자의 장기를 발휘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전수미의 ‘허밍버드’는 탭댄스다.
아이키에게 뮤지컬 무대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노래와 연기는 처음이라 어느 정도가 잘하는 건지, 어느 정도가 어려운 건지 기준이 없었다”는 그는 ‘프리다’ 역의 김소향에게 발성과 넘버 해석, 안면 근육 활용법을 지도받으며 한 걸음씩 자신감을 쌓았다고 했다. “안면 근육을 잘 써서 전달력을 높이라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입이 작은 편이라 발음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입 안 공간을 넓히는 연습도 했다”.
‘레플레하’를 연기하는 아이키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디에로 리베라’로 춤을 선보이는 아이키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첫 공연에 대해선 “관객 앞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순간, ‘내가 이런 짜릿함을 원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많은 무대를 했지만, 이런 도파민이 터지는 기분은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춤태기’가 왔던 시기에 ‘프리다’를 만나 한계를 뚫을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뮤지컬의 ‘무엇’이 아이키의 심장을 뛰게 했을까. “프리다라는 작품이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대본을 읽어보니 여성 4명이 이끄는 구조와 메시지가 멋있더라. 특히 고통과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프리다에게 감탄했다”.
연습실 풍경도 인상 깊었단다. “여성 배우들끼리 모였는데도 경쟁이 아니라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였다”며 “김소향 선배가 먼저 ‘편하게 대해달라’고 해주셔서 마음이 놓였다. 장은아 선배는 일부러 대사를 틀리면서 ‘많이 틀려봐야 실제 무대에서 덜 긴장한다’고 조언해주었다”고 했다.
공연장을 찾은 날은 김지우 ‘프리다’, 아이키 ‘레플레하’였다. 아이키와 김지우의 조합은 생각했던 것보다 합이 잘 맞았다. 숙성된 와인과 갓 딴 과일 같은 대비가 무대 위에서 묘하게 맛을 냈다.
김지우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출발했지만 뮤지컬 무대에 발을 들이자마자 자신의 자리를 빠르게 확립한 배우다. 시간이 쌓이면서 그의 연기는 점점 절제되고 응축되어 간다. 터뜨릴 때와 내려놓을 때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무대 밖 삶과 경험이 연기에 차곡차곡 스며든 결과다.
아이키는 “뮤지컬에 스며드는 중”이라며 “하고 싶은 배역은 많지만, 지금은 무대에서 경험을 쌓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라틴 댄스 스포츠 전공을 살린 강렬한 쇼뮤지컬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단숨에 관객의 심장을 땀범벅으로 만들어버리는 춤, 기대 이상의 노래와 연기. ‘프리다’의 경험은 아이키가 앞으로 펼칠 무대 인생의 두 번째 챕터 첫 장이자, ‘아이키 세계관’의 확장을 예고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다. 비바 라 비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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