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보는 세상] 이번 편은 국립강릉원주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모바일뉴스실습’ 전공수업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이 수업을 지도하는 이 학부 허만섭 교수와 수강생들의 동의 하에 기사를 [청세]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
“일주일에 세 번은 눈물이 났다. 아무리 해도 되는 게 없거든.”
원주시에 사는 김모 씨(26)는 취업 준비 2년 차다. 대학 문과 계열 졸업 이후 열두 번의 서류 탈락, 다섯 번의 면접 낙방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친구들과도 연락을 잘 안 한다. 밥 먹는 것도 스트레스라 라면으로 때우는 날이 많다. 김씨는 얼마 전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 진단명은 경도 우울증. 병원에선 휴식을 권했지만, 그는 “쉰다고 나아질 게 없다”라고 말한다. 우울증 선별검사에서 총점 16~19점이 나오면 경증의 우울 증상, 즉 경도 우울증으로 진단된다.
장기간의 불황에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겹치면서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 기미가 없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청년층 고용률은 46.9%에 그쳤다. 이는 장년층(47.4%)보다 더 낮은 수치다. 올해 2월엔 44.3%로 또 낮아졌다. 반면 실업률은 7%를 넘어섰다. 5월 현재 20대 취업자 수는 19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렇게 20대 고용 사정이 극도로 안 좋아지면서 취업준비생(취준생) 중엔 경도 우울증을 앓는 이가 많다.
불안조차 너무 익숙
경기도 수원에 사는 최모 씨(여·25)도 우울증을 호소한다. 최씨는 “자기소개서를 40장 넘게 썼지만, 아무 데서도 연락이 안 오더라”고 했다.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스터디, 독서실, 학원 수업 등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최씨는 “노력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전모 씨(27)도 원주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늘 우울한 기분에 휩싸인다. 그는 “좋은 회사로 들어가는 문이 너무 좁고 채용 기준도 모르겠더라.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공시로 돌렸다. 1년만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벌써 3년째다. 이 길이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심리상담 커뮤니티인 마인드카페 등에는 취준생들이 우울감을 호소하는 글이 빈번하게 게시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 A씨는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지낸지 어느덧 3년차. 집에만 있다 보니 점점 무기력이 심해지고 (중략) 문제는 제가 우울증 경증이라 생태가 정상이었을 때보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중략) 제가 내적 상태가 정상은 아니고 우울증+무기력증이 생각보다 크게 옵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취준생은 B씨는 “요즘 들어 아빠께서 대놓고 취업 압박을 심하게 하셔서 숨 막히고 힘들다. (중략) 마음이 심란해지고 우울함이 정점을 찍어서 밤새 잠도 못 자고 (중략) 이렇게 스트레스를 최대치로 받아본 적도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S대 재학생 김모 씨(23)는 오전 11시 교내 스터디 카페에서 노트북을 보면서 그는 “불안하지 않은 날이 없다. 이제 그 불안조차 너무 익숙하다”라고 말했다. 졸업까지 1년이 남았지만, 진로는 미정이다. 김씨는 고등학교 때까진 해도 ‘대학만 가면 뭔가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졸업이 다가올수록 ‘무엇이 되고 싶은지’보다 ‘무엇이든 될 수 있을지’가 더 큰 고민이 됐다. 김씨는 “입시 준비해 대학에 입학하고 열심히 전공 공부하는 정해진 길을 따르는 게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우울증을 떨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경력직 선호에 무력감
심리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진예인 상담사(34)는 “최근 청년층은 진로, 자기 정체성 등 여러 측면에서 복합적인 불안을 호소한다. 특히 감정적인 고립감과 외로움이 강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이 경력직 위주로 채용하면서 취준생들은 더욱 무기력함을 느낀다. 휴학생 김모 씨(여·23)는 “졸업을 미룬 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경력직 우대라고 쓰여 있는 채용 공고가 많았다. 무기력함, 불안, 우울을 자주 느낀다. 이럴 바에는 계속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졸업생 이모 씨(26)는 “학원에서 취업 컨설팅도 받고 인터넷 강의도 들으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중고 신입을 선호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너무 늦은 거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취준생 박모 씨(27)는 “채용 공고를 볼 때마다 일반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지 막막했다”라고 했다. 휴학생 이모 씨(여·22)도 “기업은 경력직을 선호하는데, 자격증 몇 개로 취업이 될지 모르겠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준비하는 자격증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취업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하루도 떠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일상적 공포와 불안정
경도 우울증을 경험하는 취준생들은 ‘영원히 실업자로 남을지 모른다’라는 공포와 불안을 일상생활 중에 늘 느끼고 있었고 이로 인해 우울증 단계로 넘어가는 편이었다. 또, 부모에 의존하는 경제적 불안정은 이들의 우울감을 더 키웠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의 63.5%는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한다. 주변 친구들의 취업 소식이 간간이 들릴 때마다 이들은 다시 한번 자존감이 떨어지는 걸 경험한다. 취준생 박모 씨(28)는 “대기업에 들어갔다는 친구 소식을 접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밀려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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