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사라진 ‘역주행’ 아워홈, 종합식품기업 꿈 접나

비전 사라진 ‘역주행’ 아워홈, 종합식품기업 꿈 접나

아워홈 사옥. [사진=아워홈]

[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급식업체 아워홈의 신세계푸드의 단체급식사업 인수 작업이 점차 본궤도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 자산 매각을 위한 양사 간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인수가 이뤄질 경우 아워홈이 업계 1위 매출 경쟁에서 삼성웰스토리와 비슷한 고지에 올라서게 돼 시장 판도에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인수건이 급물쌀을 타자 아워홈이 불과 3개월 전 발표한 ‘종합 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기업 비전을 사실상 철회했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수익성 사업 위주의 효율화를 골자로 한 ‘한화식’ 운영 방식이 아워홈의 사업 방향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산하 아워홈이 신세계푸드의 단체급식사업 자산 매입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대형 회계법인을 선임해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실사에 돌입한 단계다. 특정 사업 부문의 권리와 의무를 양도·양수하는 영업양수도 계약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푸드는 현재 기업공시를 통해 사업 구조 강화 및 협력 등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을 알렸고, 아워홈 역시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아워홈이 신세계푸드 급식사업 부문을 인수하게 될 경우 급식 시장 2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 단체급식시장의 구성은 아워홈, 신세계푸드와 함께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등 상위 5개 업체가 80%의 점유율을 나눠갖고 있는 형국이다. 그중 아워홈과 신세계푸드는 각각 업계 2위와 5위에 자리하고 있어 자산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아워홈은 최소 업계 2위 수준으로 도약이 가능하다.

현재 업계 1위 삼성웰스토리의 매출은 약 1조9000억원 수준으로, 약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아워홈과 격차가 역전이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여기에 5758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 신세계푸드의 단체급식사업 제조서비스 부문의 실적이 더해진다면 1위인 삼성웰스토리를 위협할 수 있는 매출 규모가 된다.

반면 급식 사업 비중이 확대되면서 신사업 추진과 최근 힘을 쏟는 가정간편식(HMR), B2C 영향력 강화와 체질 개선에는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아워홈은 지난 5월 비전 선포식을 개최해 2030년까지 매출 5조원과 영업이익 3000억원 달성을 선언했다. 급식, 식자재 시장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외식사업 확대, 신성장동력 확보 방침도 내세웠다.

한화푸드테크 협업과 글로벌 사업 확대 등 사세 확장의 청사진까지 제시했지만, 북미와 멕시코, 중국 등 해외법인 실적 부진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시점에서 아워홈 비전 실현의 핵심 파트너로 꼽히는 한화푸드테크마저 상반기 부채율 121.3%를 기록한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아워홈의 급식 분야 확대 움직임은 종합식품기업으로서 체질 전환과 신성장 분야 경쟁력 확보라는 장기 전략과 괴리감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급식 시장 점유율 확대는 단기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재정적 부담과 해외법인 실적 부진, 한화푸드테크의 높은 부채율 등 복합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사업 추진력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급식 시장의 전체 파이와 성장률을 다른 식산업에 비해 한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워홈의 행보가 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와 외연 확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초 가정간편식, 외식 등 B2C 사업 등 신성장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급식 사업과 별개의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동반된다.

또 아워홈이 비전 선포 당시 협업을 예고한 기업들의 사정도 녹록지 않아 단순 급식 시장 점유율 확대만으로는 브랜드 성장 전략을 지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급식사업 확대가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급식 부문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고착되면 아워홈이 추진하는 다양한 신사업과의 연계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트너 기업과의 협업이나 외부 투자자 관점에서도 단일 사업 중심 이미지가 강화되면 전략적 시너지를 얻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직접 수립한 비전과 엇갈리는 방향성은 단순히 내부 전략 차원의 문제에서 나아가 브랜드의 신뢰도에도 좋지 못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급식사업 매출 증대와 점유율 확대라는 성과가 나타나더라도 종합식품기업으로서 목표한 장기 전략과 브랜드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데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정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발생하는 이슈들이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가 ‘급식’ 한정 이미지가 굳어지면 파트너 기업과의 시너지도 걱정된다”며 “종합 식품기업 도약을 위해서는 다른 방향의 혁신이 필요하고 인수 전, 후 결과가 실패로 드러날 경우 브랜드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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