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자유 찾길”…지옥서 살아남은 ‘나는 생존자다’

[리뷰]”자유 찾길”…지옥서 살아남은 ‘나는 생존자다’

사진 = 뉴시스

 

“저는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죽기 전에 맞는 일을 하려고 이 길을 선택했어요. 여전히 옳은 일이라고 믿어요.”(JMS 홍콩인 피해자 메이플)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대법원은 준강간·준유사강간·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의 상고를 기각,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메이플이 고소한 지 2년10개월 만이다. 공범인 2인자 정조은(본명 김지선)은 징역 7년을 선고 받았고, 증거 인멸에 가담한 경찰관 주수호(가명)는 직위해제됐다. JMS 신도는 절반 이상 줄었다고 알려졌으나, 여전히 수만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넷플릭스 ‘나는 생존자다’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2023) 두 번째 이야기로, 메이플이 JMS 위협 속 맞서 싸운 투쟁기를 담았다. 신도들은 메이플의 성폭행 피해 녹음 파일이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얼마나 바보 같으면 그런 일을 당하느냐’ ‘유명해지려고 넷플릭스를 찍느냐’ 등의 악플세례도 쏟아졌다. 메이플은 “나는 신이다에 나온 걸 후회했다.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말하는 게 이렇게까지 비판 받고 욕 먹을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쏟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지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 존중 받아야 하는 이유다.

시즌1 공개 후 정명석의 성범죄 수사가 확대되고, 정조은의 저항도 거세졌다. 이 다큐를 연출한 MBC 조성현 PD 역시 미행과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새벽에 집에 들어갈 땐 항상 삼단봉과 전기충격기를 들고 다녔다. 2023년 11월 조 PD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국탐정연명 조훈래 의장이다. JMS에 800만원을 받고, 조 PD 뒷조사를 의뢰 받았다고 털어놨다. 27년간 탐정으로 일했는데,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제보했다.

반 JMS 활동가 단국대 김도형 교수도 여전히 신변 위협을 받고 있다. 경찰이 신변보호를 위해 제공한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녔다. 1997년 얼굴 30 바늘을 꿰매는 테러를 당했고, 2003년 김 교수 아버지 폭행 사건까지 발생했다. 김 교수는 “JMS가 해체되지 않으면 안 끝난다”고 했다.

메이플처럼 정명석을 고소한 여성이 21명이나 나타났다. 피해자 C는 “정명석 녹취 파일을 듣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나한테 하는 말 같았다”고 회상했고, H는 “메이플이 피해를 얘기하는 게 나에게 투영돼 보였다”고 고백했다. 특히 B는 “내가 어렸을 때 당하고 잊고 살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매일 정명석이 쫓아오는 꿈을 꾸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부모님도 알고 있었다. 아마 엄마는 다 알고 보낸 것 같다”고 했다.

 

 

정조은은 눈물로 호소했다. 2023년 3월 시즌1 공개 후 열흘 만이다. 신도들에게 자신은 정명석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데까지 막아봤다”고 했으나, 악어의 눈물이었다. 정명석은 정조은에게 ‘사랑의 충신상’을 수여했다. JMS에서 정명석이 주님이라면, 정조은은 성령 같은 존재였다. 정명석 수행원 출신 H는 “정조은은 JMS 표상, 정명석이 세운 기준”이라며 “모두 조은이처럼 하고 따라하길 바란다”고 증언했다.

정조은은 고등학생 때 JMS에 전도, 정명석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한 후 공범이 됐다. 여성 신도들 방에는 정조은과 연락하는 인터폰이 있었다. 밤마다 정명석 방에 올라갈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메이플은 “정조은이 제일 큰 공범”이라며 “정명석이 좋아할 만한 애들을 골라서 옆에 두고 계속 관리했다. ‘성폭행 아니다. 주님 사랑이다’라고 계속 교육시키고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1999년 정명석이 해외로 도피, 2023년 홍콩에서 체포될 당시에도 함께였다. 이후 정명석은 정조은에게 힘을 실어줬고, JMS에서 사도로 불렸다. 2009년 정명석이 20대 여신도 4명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죄(강간치상 등)로 징역 10년이 확정된 후 정조은은 승격해 성령이 됐다.

정명석이 감옥에 있는 동안 JMS를 이끌며 힘을 키웠다. 부를 축적했고, 권력을 쌓았다. 샤넬, 디올, 발렌티노, 미우미우 등 모든 명품을 섭렵했다. “내가 한번 순회를 돌면 적어도 하루에 1억원은 들어 온다”고 할 정도였다. 2010년대는 정조은 부흥기였다. 아이돌처럼 우상화, 노래를 만들고 춤을 추고 뮤직비디오 찍었다. H는 “정조은이 정명석을 통제했다”며 “정명석에게 직접 들은 말이다. 조은이가 ‘내 말 들어. 내가 성령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정조은은 “여기는 성범죄 집단이다. 정명석과 내가 무너지면 붕괴될 것”이라고 했으나, 성폭행 범죄는 모르쇠 했다.

경찰부터 검찰까지 JMS 비호세력에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신이다 촬영 정보가 계속 유출됐고, 시즌1 제작진 중에도 JMS 신도가 존재했다. JMS 사고처리반인 대외협력국 차장 주빛선은 피해자들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제보했다. 대외협력국은 내부에서 섭리 안보리, ‘국방부’라고 불렸다. 정명석에겐 해결사 같은 존재였다. “JMS에 12년 동안 있었고, 메이플이 호텔로 갔을 때 미행 차량에 있었다”며 “대외협력국은 ‘정명석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성범죄를 은폐하고 성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탈퇴한 신도들을 협박·보복하는 일을 했다”고 털어놨다.

주씨는 2012~2022년 JMS에서 나올 때까지 대외협력국에서 축적한 자료를 전달했다. 시즌1 촬영·편집본이 거의 모두 넘어가 있었고, 제작진 뒷조사 내용과 수사기관에서 근무하는 JMS 신도 리스트 등도 담겼다. 정명석을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범법행위를 했는지 적혀 있었다. JMS 신도 중 나는 신이다 프리뷰 아르바이트생이 있었고, 이후 대외협력국 직원 8~9명이 투입 돼 최소 129개, 148시간 분량 프리뷰 영상을 확보했다.

JMS 대외협력국장은 육국사관학교 출신이다. JMS에 30년 이상 있으면서 2010년부터 정명석의 성범죄를 덮는 일을 수행했다. JMS 사사부는 정명석 성범죄 음폐부로, 현직 경찰이 소속 돼 활동했다. 1990년대 후반 정명석과 경찰들이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경찰대를 졸업한 이들을 포함해 현직 경찰은 정명석을 둘러싸고 무릎을 꿇은 채 포즈를 취했다. 김 교수는 “JMS 신도가 없는 곳은 없다”며 “국정원 직원, 감사원, 육해공군 장교 등 현직에 없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메이플을 제지하기 위해 경찰 인력이 총동원됐다. 서초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팅장 주수호가 작성한 파일에는 경찰수사 대비 방법, 증거 인멸법 등이 적혀 있다. 지난해 5월 취재를 시작하자, 주수호는 인근 파출소로 인사 이동했다. 조 PD가 해당 파일을 작성한 이유를 묻자, 주수호는 부인하며 “JMS 신도가 아니”라고 했다. 주수호가 JMS 본거지인 월명동에서 딸들과 찍은 사진과 수요예배에 참석한 영상도 공개했다. 조 PD가 “정명석 욕 한번 해볼까요?”라고 했으나, 주수호는 묵묵부답이었다. JMS 탈퇴자 사상을 검증할 때 ‘정명석 XXX’로 통일하고 있다.

충남 금산경찰서 소속 임모씨 역시 JMS 신도였다. 여성 아동 폭력 피해자 전담 경찰로 위촉된이다. 2021년 미국인 JB가 정명석을 형사 고소하자마자 JMS에 누설됐다. 금산은 정명석이 성폭행 행각을 벌이는 주된 장소로, 피해자가 상담을 받으면 JMS에 다 보고될 수밖에 없었다. 임채진 점 검찰총장과 정명석이 함께 찍은 사진도 충격을 줬다. 2008년 2월 정명석이 강제압송되고, 2010년 징역 10년이 확정됐을 때 공소 유지한 인물이다. 정명석 출소 후 JMS 본거지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자신은 현재 변호사라서 만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했다.

나는 신이다는 JMS를 포함해 네 가지 참혹한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총 8부작이며, 부산 형제복지원과 지존파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생존자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살펴봤다. JMS는 MBC와 넷플릭스를 상대로 나는 생존자다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나는 신이다에 이어 두 번째이며,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전보성)는 14일 기각했다.

메이플은 올해 2월 홍콩 스타 방력신(팡리신)과 결혼, 12월 딸 출산을 앞두고 있다. 10년간 겪은 고통에 비하면, 징역 17년은 턱없이 낮은 형량이지만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기뻐했다. 조 PD는 “JMS 안에서 스타라는 여성들은 ‘하나님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는다. 그런 분들이 탈퇴 후 임신하고 아이를 낳았다”며 “다른 것은 크게 위로나 보람을 주지 못하지만, 그분들이 일상의 행복을 되찾고 새 생명을 얻었다. 이 정도의 고통이라면, 몇 번이라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JMS 탈퇴 신도 J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남겼다. 일명 ‘보고자’로 불리는 여신도 나체 영상에 등장한 피해자다. “이렇게 나선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JMS는 정명석을 비롯해 많은 지도자들이 만들어 낸 괴물입니다. 그들에게 약취 당한 사람들이 아직도 진실을 모르고 그곳에서 피해 받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내는 목소리니, 이 진실을 보고 꼭 그곳에서 나와 자유를 찾길 기도 드립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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