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북한의 ‘조국해방의 날(광복절)’을 맞아 겐나디 안드레예비치 주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역시 광복절에 소련군 전사자를 추모하며 해방탑을 참배하는 등 양국의 밀착이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통신에 따르면 주가노프 위원장은 김 위원장에게 광복 80주년을 축하하며 “오늘의 전쟁 상황은 우리를 더욱 단결시키였으며 80년 전의 그날처럼 우리는 어깨를 겯고 파시즘을 반대하여 투쟁하고 있다”면서 “쿠르스크주 해방을 도와준 데 대하여 진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의로운 세계와 우리의 공동의 자유를 위하여 피를 흘린 영용한 조선군인들의 위훈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모든 방면에서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굳게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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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5일에는 김 위원장이 조국해방의 날 80주년 연설에서 러시아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평양 개선문광장에서 열린 ‘조국해방 80돌 경축대회’의 연설에서 “조선의 해방을 위한 결전의 기록에는 세계 반파쇼 전쟁의 일선에서 영웅적으로 싸운 붉은 군대 장병들의 공적이 력력히 새겨져 있다”며 “조·로(북·러) 단결의 힘은 무궁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소련군 전사자를 추모하기 위해 해방탑을 찾기도 했다. 해방탑은 1945년 한반도 38선 이북에서 일본군을 몰아내다가 전사한 소련군을 추모하는 상징물이며 지난해 6월 방북해 사실상 북러 군사동맹을 부활시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찾아간 곳이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소련군 열사들의 공적을 우리는 잊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도 직접 헌화하기도 했다.
또 김 위원장은 15일 오후엔 “조국해방 80돌에 즈음하여 우리 나라를 방문한 로씨야(러시아) 예술사절들의 경축공연”을 “로씨야연방 국가회의(하원·국가두마) 의장 바체슬라브 월로진 동지”와 함께 관람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바체슬라프 블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은 14~15일 평양을 찾은 바 있다. 이들은 김 위원장과 별도로 김일성 주석의 시신 등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도 참배했는데 러시아 역시 북한에 상당한 성의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파병을 단행하며 북러관계가 가까워진 가운데 기존보다 더욱 강화된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북한은 광복절을 맞아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전날 광복절 축사에서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라며 “북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