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 떠 있는 병풍 같다…” 6개 봉우리 잇는 ‘여름 산행 명소’

“구름 위 떠 있는 병풍 같다…” 6개 봉우리 잇는 ‘여름 산행 명소’

설악산 울산바위 사진 / 고성군

강원 속초와 고성 사이, 설악산의 동쪽 끝자락에 우뚝 선 울산바위는 여름에 특히 눈부신 풍경을 자랑한다. 초록빛이 짙게 물든 숲과 파란 하늘, 멀리서 반짝이는 동해가 한 화면에 담기며, 거대한 회색빛 바위 봉우리는 마치 자연이 세운 성벽처럼 압도적인 인상을 준다.

여섯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선 모습은 멀리서도 시선을 붙잡고, 가까이 다가가면 세월의 결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등산 중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고, 정상에 서면 설악과 동해의 여름이 한눈에 펼쳐진다.

전설이 깃든 바위

설악산 울산바위 / 고성군

울산바위의 이름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모양이 울타리처럼 둘러싸여 있어 붙여졌다는 설, 바람이 불 때 바위틈에서 울음소리가 난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여행객들이 가장 흥미롭게 듣는 이야기는 금강산과 관련된 전설이다.

옛날 하늘신이 천하의 경승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봉우리들을 금강산으로 불렀다. 전국의 빼어난 바위들이 속속 모여드는 가운데, 울산에 있던 거대한 바위도 길을 나섰다. 그러나 덩치가 커서 속도가 느렸고, 금강산에 거의 다 와서야 미시령에 닿았다. 잠시 쉬었다가 가려 했으나, 그 사이 금강산은 이미 완성돼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자니 체면이 서지 않아 결국 설악산에 남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전하며 ‘울산에서 온 바위’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전설을 알고 보면, 미시령 옛길을 달리다 갑자기 시야에 등장하는 울산바위의 모습이 더 인상 깊게 다가온다. 구름에 가려져 있다가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 먼 길을 걸어온 거인이 설악 기슭에 앉아 쉬는 듯한 장면이 연상된다. 날씨에 따라 색감과 분위기가 달라져, 맑은 날의 또렷한 회색빛과 흐린 날의 은빛 바위가 각각 다른 느낌을 준다.

울산바위를 만나는 길

설악산 울산바위 / 한국관광공사

울산바위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는 여럿 있다. 미시령 터널을 지나면 오른편 전망대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절벽 아래로 빽빽한 숲이 깔려 있어 회색과 초록의 대비가 뚜렷하고, 높이 솟은 바위의 윤곽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고성 화암사로 가는 길에서도, 고성군 대명콘도 골프장에서도 울산바위를 마주할 수 있다.

특히 고성 방향으로 미시령 옛길을 오르다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등장하는 울산바위는 장관이다. 야트막한 나무들에 가려져 있던 시야가 열리면서 구름과 함께 나타나는 거대한 바위산은 누구라도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날씨가 맑으면 결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안개가 낀 날에는 신비로운 절경이 연출된다.

대명콘도 발코니에서 바라본 울산바위는 아침 햇살이 비칠 때 가장 아름답다. 이 시간대에는 역광이 아니어서 사진에 디테일이 잘 담기고, 산자락에서 올라오는 아침 안개가 은은한 분위기를 더한다. 오후에는 역광이 심해 촬영이 어렵지만, 뒤쪽 능선은 순광이 들어오므로 또 다른 각도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마등령에서 황철봉을 지나 미시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구간은 입산이 금지돼 있다.

오르는 길과 정상 풍경

설악산 울산바위 / 고성군

울산바위 산행의 주요 코스는 설악산 소공원에서 시작한다. 소공원에서 신흥사와 청동좌불상을 지나 흔들바위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이 구간은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흔들바위에서 정상까지는 약 1시간이 더 걸리며, 본격적으로 경사가 시작된다. 수백 개의 계단과 바윗길이 이어져 체력 소모가 크지만, 정상에서의 풍경은 그 수고를 잊게 만든다.

정상에 서면 속초 시내와 동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여름에는 초록빛 숲과 파란 바다가 한 화면에 들어오고, 능선 위로 하얀 뭉게구름이 천천히 흘러간다. 멀리 바다 위의 하얀 물거품이 반짝이며, 도시와 산, 바다가 층층이 겹친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바람이 불어 더위를 식혀주고, 땀을 식히는 순간의 청량감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전하기 어렵다.

여름 울산바위의 아름다움은 풍경뿐만 아니라 공기에서도 느껴진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과 울창한 숲의 그늘이 산행의 피로를 덜어준다. 한낮에도 바람이 이어져 땀이 금세 마르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가 맑아진다. 이른 아침에 출발하면 더 쾌적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울산바위가 주는 경험

설악산 울산바위 / 한국관광공사

미시령을 오가며 차창 밖으로 울산바위를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여행의 한 장면을 보는 것같이 느껴진다.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크다. 해가 질 때 붉은 노을이 번지는 바위, 흐린 날 은빛으로 빛나는 절벽,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표면까지 하루에도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설악산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 울산바위는 좋은 입문 코스가 된다. 흔들바위까지는 가족이나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고, 정상까지 가는 길은 어느 정도 산행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알맞다. 정상에서 바라본 초록 능선과 동해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울산바위를 직접 오르지 않더라도 주변 명소와 연계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소공원 주변의 신흥사, 속초 시내의 해수욕장, 고성 화암사 등이 모두 가까워 하루 일정에 묶어 둘러보기 좋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다와 산행을 함께 즐기는 코스로 많은 여행객이 찾는다.

설악산 울산바위 여행 정보 총정리

– 위치: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170

– 해발: 873m (둘레 4km, 여섯 개 봉우리)

– 운영시간: 하절기(3~10월) 오전 6시~오후 6시 / 동절기(11~2월) 오전 7시~오후 5시

– 입장료: 무료 (설악산국립공원 입장 시 주차료 별도)

– 주차: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유료)

– 추천 코스: 소공원 → 신흥사 → 흔들바위 → 울산바위 정상 (왕복 약 8.5km, 3시간 30분 내외)

Author: NEWSPIC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