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人사이드] 호른으로 삶을 연주하는 이석재 “한 음으로도 깊은 감동 줄 수 있어”

[클래식 人사이드] 호른으로 삶을 연주하는 이석재 “한 음으로도 깊은 감동 줄 수 있어”

클래식 음악,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시나요? ‘클래식 人사이드’는 클래식의 진정한 매력을 전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을 가진 연주자들을 만나는 특별한 코너입니다.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 뒤에 숨겨진 음악가들의 진솔한 이야기, 그들이 음악과 맺은 특별한 인연, 그리고 클래식을 사랑하게 된 계기까지.  각자의 악기와 함께 걸어온 독특한 여정을 통해 클래식 음악이 얼마나 풍부하고 다채로운 감정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친근함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클래식 人사이드’의 목표입니다. 특히 ‘CLASSIC’의 각 문자를 키워드로 한 7가지 질문(Connection-Life-Audience-Soul-Story-Innovation-Catharsis)을 통해 음악가들의 내면과 철학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클래식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모든 이들에게 음악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호르니스트 이석재. [사진=본인제공]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소년소녀합창단에서 노래로 음악과 처음 만난 소년은 바이올린과 피아노, 클라리넷까지 두루 거치며 다양한 악기의 세계를 탐험했다. 그러다 말러 교향곡 속 호른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따뜻한 음색에 매료돼 전공을 바꾼 그는 이제 국내외 무대에서 깊이 있는 연주를 선보이는 호르니스트가 됐다. 호른이라는 악기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한 음으로도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무대 위에서 증명하는 연주자, 이석재를 만나보자.

Connection(연결)
간단한 자기소개와 클래식 음악과의 첫 연결 지점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호르니스트 이석재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 소년소녀합창단에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의 영향으로 바이올린,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접했습니다. 호른을 전공하기 전에도 사실 클라리넷을 전공하며 예고에도 입학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호른 소리에 반해서 전공을 바꾸게 됐습니다. 특히나 학창시절에 말러 교향곡에 빠져 살았었는데요. 말러 교향곡의 오케스트라에서의 호른의 존재감과 아름다운 소리의 반해 지금까지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Life (삶)

클래식 음악은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저에게 음악은 삶을 지탱하고 세상과 연결해주는 매개체입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평소에는 감정 표현이 서툴지만, 연주할 때만큼은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제 감정을 풀어낼 수 있습니다. 악보를 들여다보며 어떤 음색으로 표현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늘 즐겁고, 무대에서 이를 실현했을 때 오는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죠. 음악은 제 숨겨진 모습을 꺼내 보여주는 또 다른 언어입니다.

Audience (관객)

무대에서 연주 중 관객과의 교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요.

어떻게 하면 제가 준비한 음악들이 잘 연주되며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또한 저에게는 늘 큰 숙제인데요. 모든 연주자들이 그렇겠지만  저 또한 관객들과의 교감이 저에게도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 구성원으로 솔로 연주를 하거나 독주 무대에서 연주를 한창 진행하고 있을때 객석을 바라보다, 눈을 감고 제 선율에 귀를 기울이는 관객의 모습을 발견하면 큰 감동을 느낍니다. 연주가 끝난 후 관객, 평론가, 동료 연주자들에게서 긍정적인 평가를 들을 때는 힘든 준비 과정이 모두 보상받는 듯합니다. 그 순간이야말로 다시 무대에 설 원동력이 됩니다.

Soul (영혼)

연주할 때 가장 영혼을 담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음악적 신념이 있다면요.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소리’ 입니다. 제가 호른을 전공하고자 마음먹게 된 것도 호른의 감미로운 소리에 반해 시작하게 된 것처럼요. 관악기의 소리는 호흡과 직결되기에, 따뜻한 음악에는 부드러운 바람을, 밝고 경쾌한 곡에는 빠른 호흡을 담아 연주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호른이란 악기는 단지 ‘한 음’ 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음악에는 어떤 소리가 어울릴까, 어떤 감정을 실어야 할까’ 끊임없이 고민하며 연습합니다. 무대에서 그 소리가 설득력을 가질 때, 비로소 연주가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호르니스트 이석재. [사진=본인제공]

Story(이야기) 

클래식과 얽힌 인상 깊은 이야기나 전환점이 있었나요.

유학 시절, 독일의 3대 현대음악 단체 중 하나인 ‘무지크파브릭 앙상블(Musikfabrik Ensemble)’에서 활동한 경험은 제 음악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던 호른과 음악에 대한 틀을 많이 깰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호른은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악기’입니다. 하지만 현대음악을 연주하면서 호른으로도 이렇게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현존하는 최고의 작곡가들과 협업하면서 배웠습니다. 또한 수많은 페스티벌 무대에서 연주하면서 늘 신선한 경험을 했습니다.특히 오보이스트이자 작곡가인 하인츠 홀리거(Heinz Holliger)의 작품 ‘Cynddaredd’를 연주하며, 호른으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Innovation(혁신)

클래식 음악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새로운 방향이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굳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아보니 우리가 잘 모르는 새로운 작품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즘 클래식 시장에서 연주하는 곡들이 대부분 비슷하며, 많이 겹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관객들도 그렇겠지만 저희 연주자들도 조금은 신선한 레파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수석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은 매 연주마다 새로운 작곡가와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초연 무대도 자주 마련합니다.  포스트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막스 리히터(Max Richter), 영국 작곡가 에릭 코츠(Eric Coates)처럼 국내에서는 드물게 연주되지만 매력적인 곡들이 많습니다. 관객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러한 신선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 역시 클래식계가 나아갈 수 있는 의미 있는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Catharsis(카타르시스)

청년이나 비전공자에게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더불어 예정된 공연도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클래식 음악은 때로는 가사가 있는 가요보다 더 큰 감동과 위로를 전해주고, 어떤 순간에는 헤비메탈 못지않게 신나고 열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들여다보면, 상황과 감정에 꼭 맞는 음악이 정말 많습니다. 청년이나 비전공자분들도 마음만 열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세계입니다.

다가오는 8월 31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리는 소프라노 이민지 독창회에 게스트로 함께합니다. 이민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친구이자 음악적 동반자입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제가 사랑하는 곡인 R.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Alphorn과 쥘 마스네(Jules Massenet)의 Élégie를 호른 듀엣으로 편곡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소프라노와 호른의 조합은 흔치 않지만, 그만큼 특별하고 조화로운 하모니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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