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올해 8월 15일, 대한민국은 광복절 80주년을 맞이한다. 빼앗긴 주권을 되찾고 빛을 되찾은 역사적인 날이자 단순히 휴일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될 의미 있는 날이다.
오늘날 우리는 광복의 기쁨 뒤에 가려진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다. 영화는 당시의 시대상을 재조명하고 역사의 주체였던 이들의 삶과 정신을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우리에게 광복의 진정한 의미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문학의 정신으로 지켜낸 이름 ‘동주’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2016)는 일제강점기 저항 시인이었던 윤동주와 그의 사촌 송몽규의 삶을 흑백 화면에 담아낸 작품이다. 어둠의 시대를 살면서도 문학을 통해 민족혼을 지키려 했던 윤동주 시인의 고뇌와 저항, 그리고 그의 삶의 동반자였던 송몽규의 강렬한 독립운동 투신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총과 칼 대신 펜과 사유로 맞섰던 지식인들의 독립 염원은 광복이 단지 무력 해방뿐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과 정신을 지켜내는 투쟁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이 영화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 속에서 진정한 자유와 자아를 찾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말과 글, 민족의 혼을 지키다 ‘말모이’
엄유나 감독의 영화 ‘말모이'(2019)는 우리말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었던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전국의 말을 모아 사전을 편찬했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극중에서 교도소를 드나들던 판수가 우연히 조선어학회 대표인 정환을 만나 사전 편찬 작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감동과 유머를 동시에 선사한다.
이 영화는 총과 독립군만이 독립을 쟁취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이 민족의 정신이자 정체성이었으며 이를 지키려는 고요하지만 강렬한 저항이 있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광복절을 맞아 언어 독립의 중요성과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이다.
조국의 해방을 향한 비장한 임무 ‘암살’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2015)은 1933년 일제강점기 경성과 상하이를 배경으로, 독립운동가들이 친일파 암살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블록버스터이다.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임시정부 요원 염석진(이정재),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등 가상의 인물들이 실존 인물들과 엮이며 짜릿한 액션과 반전 가득한 서사를 이끌어간다.
이 영화는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이들의 고뇌와 희생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화려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뒤에는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비장한 정신과 조국 해방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숨 쉬고 있는 것이다.
‘동주’가 문학으로 지켜낸 민족의 혼을, ‘말모이’가 말과 글의 중요성을, 그리고 ‘암살’이 독립투사들의 용감한 투쟁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명하며 우리에게 광복의 다층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광복절, 이 영화들을 통해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가치를 되새기고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수많은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