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회담은 제국주의자들의 회담”-NYT

“미-러 정상회담은 제국주의자들의 회담”-NYT

사진 =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제국주의 시대 방식으로 21세기의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푸틴은 제국주의자로 불려왔다.

트럼프는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미국령으로 만들고 캐나다도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며 멕시코에 미군을 파병하겠다고 위협하는 등의 행보로 제국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푸틴과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토 교환”을 전쟁 종식의 방안으로 언급했다. 이 역시 그가 제국주의적 사고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니얼 이미르와르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영토 합병으로 분쟁을 해결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국제 규범이 상당 기간 유지돼 왔으나 푸틴이 그 규범을 깨트리고 있다. 트럼프도 옛 방식으로 돌아가는데 상당히 편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역사학자들과 외교관들이 알래스카 정상회담이 최소 세가지 면에서 제국주의적 발상을 정당화한다고 평가한다.

◆중심과 주변부 사고

이번 회담에 우크라이나와 유럽 지도자들은 초대 받지 못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내부적 모임으로 발표됐다.

다급해진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미국을 상대로 분주하게 움직였고 결국 트럼프는 회담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고 경청하는데 집중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양자 회담이라는 형태는 그대로 유지됐다. 유럽은 2차적 지위로 격하됐다.

이는 1945년 나치 독일이 패망한 뒤 강대국들이 유럽을 분할하되 폴란드 등 많은 나라들이 회의에서 배제됐던 얄타회담을 상기시킨다.

폴란드는 1792년~1795년 3년 사이에 강대국인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러시아에 의해 3번 분할된 경험이 있다.

이런 분할에는 중심과 주변부라는 제국주의적 발상이 깔려 있다. 제국주의는 종속적 위계다. 권력이 중심에 집중되고 주변부는 ‘문명화’ ‘부유함’을 얻는다는 명목으로 권리가 축소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로마인들은 정복한 민족에게 시민권 부여를 거부했다. 프랑스는 베트남의 자치권 확대 요구를 거부했다. 미국이 1898년 미서전쟁 후 획득한 푸에르토리코와 괌에서는 여전히 주민들이 본토 미국인과 동일한 민주적 대표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월 트럼프를 만났을 때 강대국 역학과 종속의 순간을 경험했다.

당시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앉혀둔 채 “당신은 패를 쥐고 있지 않다”고 말해 우크라이나가 부속적 위치에 있음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이번 트럼프-푸틴 회담에서 두 강대국이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음을 우려한다.

◆우월성과 자기 과시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에는 강대국이 문화적·인종적으로 우월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유럽 식민 지배자들은 영혼을 구한다거나 귀중품을 훼손과 부패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잔혹 행위와 국가 보물 약탈을 정당화했다.

제국주의적 지도자들은 또 스스로를 위대함의 화신, 존경을 받아야 하는 우월한 국가의 정점에 선 초인으로 묘사하곤 했다.

푸틴이 바로 제국주의적 자기 과시의 화신이다.

푸틴은 스스로를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와 비교한 적이 있다. 러시아 전직 외교관들은 푸틴이 메시아적 제국주의 사상을 자주 강조하고 우크라이나와 인근 국가들 다수를 러시아의 일부로 만들려 한다고 말해왔다.

트럼프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는 애국심과 자신에 대한 숭배를 동일시하는 경향을 부추겨왔으며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주화를 팔고 있다.

미 육군 창설 250주년 행사를 포장해 자신의 79번째 생일에 군사 퍼레이드를 벌인 일은 그가 제왕이 되기를 원한다는 표식으로 여겨졌다. 트럼프의 가족 기업 전체에 트럼프의 이름이 붙고 많은 나라들이 트럼프 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다.

유럽인들은, 미국 영토에서 정상회담을 수락한 것이 푸틴에 대한 선물로 본다.

독일 개발지속연구소 세바스티안 하우크 연구원은 “푸틴에게 트럼프는 도구”라며 “러시아가 미국 정부의 실질적 도움을 받아 국제 문제를 다루는 강대국 협의체를 구축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제국주의적 경제 운영

영국 식민주의는 동인도회사라는 제국주의 기업이 선도했다.

미국도 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남미에 개입했다.

러시아와 미국 모두 오늘날 상향식이 아닌 국가 주도 경제 운영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 황제들이 소금과 같은 핵심 상품을 황실이 독점한 것처럼 석유를 독점하고 주요 산업을 국유화했다.

영국 왕실은 해외에서 부를 수탈하는 회사에 지분을 보유하곤 했다. 군사 지원의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에 대한 지분을 확보한 트럼프의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푸틴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교역 상대국에 “매우 심각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트럼프 방식 역시 제국주의적 사고를 드러낸 것이다. 기업의 이익을 국가에 종속시키면서 부를 세계 질서를 형성하는 도구로 삼고 있는 것이다.

냉전시기 미·소 정상회담은 더 광범위한 문제를 다뤘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각각 강조하면서 양 진영에 대한 두 나라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과시하고 타협했다.

이에 비해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은 이데올로기 경쟁이 아닌 사업 거래적 성격이 강하다.

트럼프와 푸틴 모두 미국과 러시아의 ‘위대한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두 사람 모두 영토는 수단일 뿐 평화가 목표라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와 다른 모든 나라들은 두 사람이 어떤 논의를 했는지 들어야 하는 처지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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