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방폐기금)의 여유자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대규모 예탁하면서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 약 2000억원 규모의 수익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5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방폐기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하지 않고, 연기금투자풀 등을 통해 운용했다면 약 2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더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방폐기금은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에 소요되는 재원의 안정적 확보와 재원관리의 투명성· 전문성 제고를 위해 마련된 기금으로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기금관리 및 운용주체인 산업부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기금관리를 위탁하는 구조다.
방폐기금은 기금이 설치된 이후 2010년부터 계속 여유자금의 일부를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해 운용해 왔다. 방폐기금의 공공자금관리기관 예탁 사업은 수익성을 제고하고, 투자재원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예탁 규모는 지난해 기준 방폐기금 전체 운용액인 8조9700억원의 43.3% 수준에 달했다.
문제는 예탁 규모가 과다해 수익률 저하가 초래됐고 자산운용지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정처 분석에 따르면 산업부는 방폐기금의 여유자금 중 상당 부분을 연기금투자풀과 기타 자산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고 있고, 일부는 직접 운영하고 있다.
방폐기금의 여유자금 운용수익률은 지난 2023년 9.61%, 지난해 8.81%로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에 따른 이자율을 크게 웃돌고 있다.
2023년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 이자율은 예탁 개월수에 따라 상이하지만 3.205~3.975% 사이에서 결정됐고 지난해에는 2.53~3.505% 수준에서 결정됐다.
예정처는 “공적자금 예탁으로 인해 수익률 저하를 초래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으므로, 공공자금관리기금에 대한 예탁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폐기금의 성격과 자산운용 방향성 측면에서도 예탁 규모 확대는 부적절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재정법은 필요한 경우 회계와 기금 간 여유 재원을 전입·전출해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방폐기금의 경우 국가 주요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에 대한 체계적인 사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국민생활의 안전에 기여하기 위해 전입·전출 제외 대상으로 지정됐다.
예정처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은 일정 이자를 부담한다는 점에서 전입·전출과는 다르다”면서도 “제외 대상인 9개 특별회계·기금 중 6개가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하지 않고, 예탁하는 기금 중에서도 방폐기금의 예탁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법적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산업재해보사보험 및 예방기금과 임금채권보장기금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각각 21.2%, 9.9% 수준이다.
또 방폐기금 자산운용지침에 따르면 방폐기금은 단기자금 2%, 중장기자금 98%로 운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비중 43.1%를 차지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 운용은 1년 단위의 단기 운용 방식인 상황이다.
이를 두고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폐기금은 다수의 국민이 알지 못하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원자력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적정 부담금 산정과 수익률 제고 등 투명하고 합리적인 관리가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