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지난 2020년 도입된 ‘택배 없는 날’이 올해도 논란에 휩싸였다. 주 6일 근로가 일반적인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됐으나, 일부 업체가 불참하고 이해관계자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택배 없는 날의 상징적 차원을 넘어, 주 5일제 도입 등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올해 택배 없는 날과 관련한 각 업체별 휴무 계획을 보면 CJ대한통운과 한진은 14~15일,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로젠은 15~16일 배송을 중단한다. 우체국택배는 닷새간 쉰다. 반면 쿠팡, SSG, 컬리 등 일부 이커머스 기업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택배 없는 날’ 이래 이런 양상은 반복되고 있다.
쿠팡 등 불참 업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일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시민단체는 “택배 없는 날의 주문과 배송이 쿠팡으로 쏠리면서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쿠팡의 매출만 늘려준다는 문제의식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쿠팡에 의해 택배 없는 날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의견이 동참하는 택배사들로부터 매년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쿠팡의 참여를 요구했다.
하지만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매일이 택배 없는 날”이라고 맞서고 있다. CLS는 업계 최초 ‘백업기사’ 시스템을 도입해 위탁배송기사의 휴무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업기사는 각 배송지역에 고정으로 근무하고 있는 위탁배송기사의 휴무일에 투입되는 대체 배송기사다.
이에 따라 택배기사들의 근로여건이 타사 대비 높다는 조사도 존재한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지난달 11일 국내 주요 6개 택배사(CJ대한통운, 로젠택배, 롯데택배, 한진택배, 컬리, 쿠팡CLS) 소속 택배기사 1203명을 조사한 결과, 쿠팡의 전체 위탁배송기사 중 30% 이상이 매일 휴무를 취하며, 주 5일 이하 근무 비율은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업체의 경우 1~5% 수준이었다.
운송이 멈추면 판매자들의 수익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모든 택배사의 휴무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7일 성명서를 내고 “모든 택배사가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면 중소상공인들이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며 “예상치 못한 택배 중단은 유통기한에 민감한 신선식품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택배 없는 날’ 논란의 뿌리에는 장시간 근무가 고착화된 업계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앞선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조사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이 주 6일 이상 일한다는 응답은 95%에 달했다.
실질적인 주 5일 근무 보장 등 택배 노동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는 지난 7일 성명에서 “최근 택배기사들이 38도에 달하는 폭염 속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었다”며 “수입 감소 없는 주5일 근무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업계의 과도한 배송 경쟁으로 업무 강도 또한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65일 배송 체제가 도입되면서, 기존에는 주 6일 자신의 구역만 배송하던 기사들이 지리를 잘 모르는 타 구역까지 맡게 돼 노동 강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전국택배노조의 한 관계자는 “365일 배송 도입 후 주 6일 2교대 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기사 두 명이 한 조를 이뤄 한 명은 일요일, 다른 한 명은 월요일에 쉬고, 쉬는 사람의 구역을 대신 배송하는 방식”이라며 “결국 근로 시간이 늘고 업무 부담도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