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 규제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와 학회,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체를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가노이드는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주목받으며 신약 개발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조직·장기 유사체다.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체외에서 정밀하게 재현한 것으로, 85%에 달하는 높은 환자 유사성을 통해 정확한 약물 반응 예측이 가능하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에 따르면 신약 개발은 전임상에서 임상으로 넘어가는 성공률이 5~15%에 불과하고,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평균 15년의 기간과 약 30억 달러(약 4조14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오가노이드 기술은 이러한 생산성 저하 등 신약 개발의 근본적인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전임상 단계에서 부적합 후보 물질의 조기 선별이 가능하고, 환자 개인 맞춤형 약물 반응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발 기간은 최대 50% 단축하고, 비용은 7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오가노이드 시장은 지난해 156억 달러(약 21조4900억원)에서 2029년 422억 달러(약 58조1300억원)로 연평균 22%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오가노이드 성장률은 23~29%로 세계 최고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약 2500억원으로 집계되며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6% 이상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오가노이드 규제 환경도 빠른 속도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가노이드 시장 성장세에 비해 국제적 기준은 없어 제조기술과 품질에 대한 신뢰성 확보 및 비교가 불가하다. 때문에 오가노이드 특화 규제 및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은 동물실험 폐지 및 새로운 접근방식(NAMs) 중심의 규제로 체제를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4월 식품의약국(FDA)은 단일클론항체 치료법 및 기타 약물 개발 시의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동물실험에 의존하는 연구 신청에는 더 이상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동물실험 폐지 로드맵을 발표하고, NAMs 중심의 규제전환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안했다. 일본은 이미 2007년부터 3Rs(동물실험 대체·감소·개선)원칙 기반으로 규제를 강화해 오고 있다.
시장과 규제가 동시에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 국내에서는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이 출범했다.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컨소시엄을 통해 글로벌 표준화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전날 컨소시엄 출범식에 참석해 “최근 가장 중요한 규제 동향이 오가노이드 분야 규제의 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오가노이드를 통해 국내 신약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 등 관계자들이 함께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2009년부터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을 통해 오가노이드 표준화, OECD 등재 등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국가기술표준원과 함께 오가노이드 시험법 국제 표준화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식약처는 국제적 오가노이드 분야 리더십 확보를 위해 오는 2027년 ‘제14차 생명과학 분야 동물실험과 대체에 대한 국제 회의(WC14)’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WC14는 동물대체시험 관련 OECD 등 국제기구, 각국 규제기관, 산업계 등이 참석하는 회의다.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최근 식약처가 지원한 피부 자극 대체 시험법이 OECD 테스트 가이드라인에 검토 과제로 공식 채택되면서 국제표준 시험법으로 발전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아직까지 오가노이드 기반 시험법은 포함되지 않아, 국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는 의약품,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에서 기술 패권과 직결돼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이 국제 표준 선도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컨소시엄은 동물대체시험 표준 개발 및 국제 연계, 기술의 상용화 및 시장 진입 촉진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엔 오가노이드 기술 표준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정부 대상 정책 제안서를 작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