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기타 전문회사 펜더(Fender)사는 자사의 기타를 애용하여 전설적인 음악을 남긴 음악인에게 기타를 헌정해 왔습니다. 2009년 12월 펜더가 세계에서 6번째이자 아시아 뮤지션 중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록의 대부‘인 신중현에게 기타를 헌정했습니다.
신중현에게 증정된 펜더 기타
신중현의 펜더 기타는 최고급 물푸레나무 두 쪽으로 몸체를 만들고 검은 색을 칠한 다음, 신중현의 오랜 연륜을 기리기 위해 아래쪽 앞뒤 모서리 부분의 검은 색은 벗겨내어 세월의 흔적을 나타냈습니다. 단풍나무로 넥Neck을 만들고, 신중현의 사인과 함께 ‘트리뷰트 투 tribute to 신중현’ 이란 글씨를 자개로 새겨 감사와 존경의 뜻을 담았습니다. 그는 이 기타를 헌정 받았을 때 “펜더는 주면 주는대로 받는 기타”라며 “내가 슬프면 슬픈 음악이 나오고 즐거우면 즐거운 소리가 나오는 솔직한 기타”라고 평했습니다.
이렇게 단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기타가 신중현이라는 최고의 뮤지션에 의해 연주됨으로써 이 기타의 가치는 매우 높아집니다. 아마도 그 가격은 엄청나겠지요? <과르네리>라는 바이올린 명기는 경매사상 최고가 레벨인 120억 원에 러시아 갑부에게 낙찰된 바 있습니다. 이렇듯 악기가 그 경계를 넘어 예술품으로 승화된 결과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엄청난 가격은 물론이고, 거기에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와 장인정신은 두고두고 회자됩니다. 영화 <레드 바이올린 The Red Violin, 1999)>을 보면 명기를 만들어 낸 장인의 혼과 이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17세기 이탈리아, 바이올린의 장인 부조티는 생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곧 태어날 아이에게 선물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내가 출산 도중에 아이와 함께 죽고 말지요. 부조티는 채 식지 않은 아내의 피를 받아 ‘레드 바이올린’을 완성합니다. 뜨거운 사랑과 처절한 슬픔 속에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명품 바이올린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탈리아·폴란드·영국·중국·캐나다를 횡단하며 레드 바이올린을 소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모는 파괴적인 매력을 지닌 바이올린에 얽힌 이야기가 시공간을 가로 지르며 내내 펼쳐집니다.
그런데 명기(名器)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장인뿐만 아니라 재료인 목재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바이올린의 경우, ‘앙스트블뤼테’ Angstblüte 라는 과정을 거친 전나무만이 명기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앙스트블뤼테란 독일의 생물학 용어로, 앙스트(Angst, 불안)와 블뤼테(blüte, 개화開花)의 합성어입니다. 그 뜻은 전나무가 환경이 열악해져 생명이 위태로워지면 유난히 화려하고 풍성하게 꽃을 피우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불안의 꽃’이라고 번역되며 가장 어려운 상태를 겪은 후에 내공이 깊어짐을 의미합니다.
죽음을 앞둔 처절한 상황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생애 마지막 의지와 집중력을 총동원하여 꽃을 피우는 전나무이기에 죽어서도 명품으로 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는 것일 테지요. 근대 미국문학의 뿌리를 이루는 위대한 작가인에드가 엘런 포 (1809-1849)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시련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은 축복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그의 삶과 경험이 깊게 베인 문장입니다. 포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로 대학교와 육군사관학교 시절부터 늘 술을 곁에 두고 다니다가 퇴학당했고, 집에서도 여러번 말썽을 부려 결국 양부에 의해 집안에서 쫓겨나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집필을 통해 생활하려 한 미국 최초의 전업작가로 평생을 심한 재정난과 생활고로 불행하게 살았습니다. 그런 속에서도 문학적으로 수준 높은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그가 자초한 일까지 더해 수많은 시련을 극복해내는 과정 속에서 이뤄낸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미스터리 장르에 그가 남긴 업적을 기념하여 매년 <에드거 상>이라는 상을 수여합니다.
또한 일본인들이 “경영의 신(神)”이라 부르는 마쓰시다 고노스케나 철강왕 카네기는 자신이 성공을 이룬 것은 가난이라는 이름의 엄격하고 효율적인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인간은 삶에 있어서 재미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해서는 충분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원하지 않는 고통과 어떤 힘든 상황을 맞이하여, 그것을 뚫고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자신에 내재된 잠재력을 더 크게 발현시키는 것입니다.
인재는 역경에 의해서 길러지며, 밑바닥 경험은 엄청난 자산입니다. 기성세대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적을 만들었던 것도 모두 가난과 결핍을 자산화하였기 때문입니다. 명기의 재료가 되는 전나무처럼 어려운 여건을 역전시킨 사람들은 모두 앙스트블뤼테의 힘이었습니다. 여러 빛깔의 어려움에 처해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 당신은 반드시 앙스트블뤼테를 피어 내어 더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