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2025년 하반기, 극장가를 덮친 정적 속에 날카로운 공포가 스며든다. 시라이시 코지 감독의 신작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8월 13일 개봉)는 오컬트 장르의 진수를 담은 영화이자, 보기 드문 현실 기반 모큐멘터리 호러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나 점프 스케어에 의존하지 않는다.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감각이 영화 내내 관객의 피부를 파고든다. 일본의 한 오컬트 잡지사 편집자가 실종된 선배의 흔적을 따라가며 밝혀내는 긴키 지방의 괴현상—수련회 집단 히스테리, 가족 실종, 사이비 종교, 스트리머 실종까지—모든 퍼즐은 하나의 ‘장소’를 향해 모인다.
무서운 건 이야기만이 아니다. 작품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영화 밖에서도 벌어진 현실 공포 때문이다. 촬영 중 실제로 영상 파일이 검게 변하거나, 배우가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목격하며 비명을 지르는 일 등이 제작진에 의해 공개되며 입소문을 탔다. 단순한 마케팅 요소가 아닌, 현장 스태프들이 체감한 이상현상은 영화의 공포를 배가시킨다.
주연 배우 아카소 에이지는 “어둠 속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고 말했고, 심령 스팟 터널 촬영 당시 한 차량 기사가 급격한 컨디션 저하로 촬영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고. 공포를 ‘연기’하던 사람들이 실제로 공포를 ‘체험’하게 된 셈이다.
영화는 ‘블레어 위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연상케 하지만, 이 작품은 더 일본적이고 더 사실적이다. 허구와 현실이 교묘하게 섞인 구성, 실제 뉴스 영상처럼 편집된 제보 화면, 삽입된 음성 데이터까지. “이런 사건이 정말 있었던 것 아닌가?”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원작은 일본 아마존 호러/판타지 1위에 빛나는 세스지의 동명 모큐멘터리 소설. 이미 원작 팬들 사이에서도 “원작의 괴담 구조를 영화적으로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공포는 분위기와 공간감이 반이다. 극장이라는 밀폐된 어둠 속에서 이 영화를 접하는 건, 마치 그 괴이한 ‘긴키 지방’으로 함께 들어가는 체험에 가깝다. 섬세한 음향 디자인, 불쑥 터지는 공포가 아닌 스며드는 공포가 이 작품의 미덕이다. 공포 영화 팬이라면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불길한 일이 전염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엔딩 크레딧의 메시지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신도 ‘그곳’에 다녀온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