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우리 모두는 시간이라는 거대한 강물 위에 떠 있는 존재이다. 강물은 쉴 새 없이 흐르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며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어쩌면 우리 삶은 이처럼 덧없이 흐르는 시간과 인연들로 가득한 서정시와 같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이러한 시간의 흐름과 인연의 소중함, 그리고 삶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상실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하는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1.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역설
- 감독: 미셸 공드리
-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헤어진 연인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에 대한 아픈 기억을 지우기 위해 최첨단 의료 시술을 받는다. 그러나 기억이 지워지는 과정 속에서 잊고 싶었던 순간들마저도 사랑의 퍼즐을 완성하는 중요한 조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울 수 있다는 기발한 설정 위에 ‘만약 불행했던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과거의 상처조차도 결국 ‘나’를 구성하는 소중한 일부임을 역설하며 관계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깊이를 탐구하게 한다. 기억과 망각, 사랑과 이별의 경계선에서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지를 되묻는 수작이다.
2.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거꾸로 흐르는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의 성찰
- 감독: 데이빗 핀처
-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태어날 때부터 80세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의 일생을 그린 영화이다. 모두가 늙어갈 때 홀로 젊어지는 그는 남들과 다른 속도로 사랑하고, 헤어지고, 배우고, 잊어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는 비록 상상 속의 설정이지만 시간의 유한함과 삶의 순간들이 지닌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다. 보통의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각자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맺는 인연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한다. 찬란하게 스쳐 가는 젊음과 서서히 늙어가는 삶의 보편적인 흐름 속에서 진정한 삶의 본질과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장대한 서사시이다.
3. 만추 (Late Autumn, 2011)
찰나의 인연, 영원한 잔상
- 감독: 김태용
- 출연: 탕웨이, 현빈
남편 살해 혐의로 수감 중인 여자 애나(탕웨이)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72시간의 특별 휴가를 나온다. 그리고 시애틀행 버스에서 우연히 누군가에게 쫓기는 남자 훈(현빈)을 만난다. 낯선 두 남녀는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오직 눈빛과 표정으로 짧은 만남 속에서 깊은 감정을 공유한다. 안개와 비로 촉촉한 시애틀의 풍경처럼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지는 이 영화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가장 강렬하게 피어나는 사랑과 인간적 유대를 이야기한다. 찰나의 스침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깊은 잔상을 남길 수 있는지, 그리고 고독 속에서 찾아지는 진정한 연결의 의미를 담담하게 전달한다.
<이터널 선샤인>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그리고
<만추>
이 세 편의 영화는 모두 ‘시간’과 ‘인연’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각기 다른 시선으로 삶의 깊이를 탐색한다.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자신의 지나온 시간과 스쳐간 인연들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당신의 삶 속 잊지 못할 순간들은 무엇이었는가? 이 영화들을 통해 잠시 멈춰 서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순간들을 더욱 의미 있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