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영표, LG 임찬규, 삼성 원태인(왼쪽부터)이 국내 최고의 선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임찬규는 WAR, 원태인은 K/BB, 고영표는 QS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LG 트윈스·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 최고의 국내 선발 경쟁이 임찬규(33·LG 트윈스), 고영표(34·KT 위즈), 원태인(25·삼성 라이온즈)의 3파전 양상으로 좁혀졌다.
당초 이들 3명은 소형준(KT), 박세웅(롯데 자이언츠)과도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전반기 선발 8연승을 달리던 박세웅이 갑작스러운 슬럼프로 대열을 한 차례 이탈했다. 최근 들어선 강력한 경쟁자 소형준이 2023년 수술한 오른쪽 팔꿈치 인대를 보호하기 위해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이로 인해 후반기에는 임찬규, 고영표, 원태인 등 3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게 됐다.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스포츠투아이 기준) 부문에선 임찬규가 3.37로 이 부문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고영표(3.17·3위), 원태인(2.79·5위)이 차례로 뒤를 잇는다. 투수의 WAR은 한 투수가 리그의 평균적인 투수들보다 팀에 몇 승을 더 안겼는지 알기 위해 고안됐다. 임찬규의 경우 LG에 3.37승을 안긴 셈이다.
임찬규의 WAR이 높게 산출된 이유 중에는 뛰어난 이닝 소화력도 한몫한다. 임찬규는 올 시즌 21경기에 선발등판해 127.2이닝을 소화했다. 단조로운 투구 패턴을 지양하는 그는 시속 90㎞대의 느린 커브부터 140㎞대 중반의 직구를 앞세운 특유의 완급조절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임찬규는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의 스트라이크존은 구장마다 아주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난 이 점을 이용해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기도 한다. 그러면 투구수도 절약되니 결국에는 불펜 운영이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이닝 소화라면 원태인, 고영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원태인은 지난달 어깨 담 증세로 등판을 한 차례 건너뛰고도 19경기에서 118.1이닝을 소화했다. 긴 이닝 소화에는 공격적이고 빠른 승부의 영향이 컸다. 이 역시 기록이 말해준다. 원태인은 삼진/볼넷(K/BB) 7.27로 이 부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소극적으로 승부하다 볼넷을 줄 바에는 차라리 안타를 맞겠다”고 말했다.
선발의 책임감이라면 고영표도 둘 못지않다. 고영표의 상징이 된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횟수가 이를 보여준다. 2021년부터 역대 최초의 3연속시즌 20QS를 달성한 그는 올 시즌에도 QS 15회로 이 부문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원태인, 임찬규가 나란히 13회로 뒤를 잇는다. 고영표 역시 빼어난 이닝 소화력을 앞세워 20경기에서 116.2이닝을 소화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고)영표의 투구 퀄리티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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