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데뷔전을 치른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미국 무대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키고 있다.
현지에서는 손흥민이 MLS 전체 역사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스타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꼽힐 만하다면서 손흥민의 스타성에 주목했다. 손흥민은 자신의 로스앤젤레스 FC(LAFC) 데뷔전에서 불과 30분만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매료시켰다.
손흥민은 지난 10일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시트긱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파이어와의 2025시즌 MLS 경기에서 후반 16분경 교체 출전해 30여분간 경기장을 누볐다.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를 끝으로 전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 작별한 손흥민은 7일 LAFC와 공식 계약을 체결, 곧바로 시카고 원정 경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대략 이틀 만에 자신의 LAFC 데뷔전이자 MLS 데뷔전을 치렀다.
손흥민은 LAFC가 1-2로 끌려가던 후반 31분경 팀의 동점골로 이어지는 페널티킥을 얻어내 LAFC를 패배에서 구해내는 등 데뷔전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손흥민은 중계사와의 인터뷰에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해 아쉽지만, 모두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데뷔전을 치러서 기쁘다. 곧 득점을 하고 싶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원정 경기 때마다 상대 팬들이 야유를 했지만, 이곳에서는 팬들이 환영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팬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며 특유의 깔끔한 인터뷰 스킬로 데뷔전 소감을 전햇다.
며칠간 손흥민을 지도한 LAFC의 사령탑 스티븐 체룬돌로 감독은 “손흥민의 플레이는 전술판에 그릴 수 없었다. 팬들이 경기장을 찾은 이유”라며 손흥민을 치켜세웠다.
손흥민의 데뷔전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뒤 미국에서는 손흥민의 경기력만이 아니라 그의 스타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던 스타 플레이어인 손흥민이 MLS에 데뷔한 것 자체만으로도 리그 역사에 남을 일이라는 것이다.
인터 마이애미에서 뛰고 있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다수의 세계적인 스타들이 MLS를 거쳐갔거나 지금도 활약 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유독 손흥민에게 이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것은 꽤나 흥미롭게 느껴진다.
MLS 사무국은 “손흥민이 BMO 스타디움(LAFC의 홈구장)에서 새로운 선수로 소개되고 불과 사흘 만에 시카고 원정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면서 “일부 팬들은 손흥민이 첫발을 내딛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손흥민의 데뷔전이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LS에서의 손흥민의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손흥민은 데뷔전에서 즉각적인 임팩트를 보여줬다”며 손흥민의 파급력이 그의 데뷔전부터 느껴졌다고 했다.
MLS 독점 중계사인 ‘애플TV’에서 제공하는 MLS 전문 분석 프로그램 ‘MLS 랩업(MLS Wrap-up)’의 진행자 케빈 이건은 시카고 파이어와 LAFC의 경기가 끝난 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슈퍼스타 중 한 명이 MLS에 오게 되어 기쁘다”며 손흥민의 데뷔전을 조명했다.
이건과 함께 프로그램을 이끈 MLS 해설위원 대스 맥카티 역시 “조금은 어지러운 경기였지만,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손흥민은) 경기장에 들어가자마자 팀에 큰 변화를 줬고, LAFC가 좋은 흐름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한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승점 확보에 힘을 보탰다. 그는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팀들을 위협했던 속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맥카티에 이어 또 다른 해설위원인 사샤 클레스탄은 “손흥민의 데뷔전은 인상적이었다. 그의 속도와 투쟁심, 팀을 승리로 이끌고자 하는 태도가 특히 눈에 띄었다. 손흥민은 부앙가의 페널티킥이 들어간 뒤 곧바로 공을 집어들고 ‘아직 10분이 남았으니 승점 3점을 따내자’는 제스처를 보냈다”면서 “손흥민은 30분 만에 올리비에 지루가 LAFC에서 보여줬던 모든 활약보다 더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LAFC가 정말 좋은 선수를 영입했다”고 평했다.
맥카티는 “손흥민과 같은 수준의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합류하면 라커룸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5~10% 더 힘을 내게 된다”면서 “손흥민은 자신의 기량과 리더십으로 팀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이며, 무엇보다 자신을 우선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겸손함을 갖고 있다”며 손흥민의 태도까지 칭찬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손흥민을 MLS 30년 역사상 네 번째로 스타성이 높은 선수로 평가했다. 1위는 리오넬 메시, 2위는 데이비드 베컴, 3위는 최근 바이에른 뮌헨과의 계약이 종료된 뒤 밴쿠버 화이트캡스에 합류한 전 독일 국가대표 공격수 토마스 뮐러다.
‘SI’는 “손흥민은 단순히 스타 플레이어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축구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상징적인 인물”이라며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간 활약하며 454경기에 출전해 173골을 터트렸고,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17년 동안 이어진 토트넘의 무관을 끊어냈다. LAFC는 과거 가레스 베일 등을 영입한 적이 있지만, 손흥민과 같은 수준의 스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LAFC 동료들도 ‘손흥민 효과’를 느끼고 있다.
LAFC의 수비수 라이언 홀링스헤드는 “손흥민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손흥민은 정말 대단한 선수다. 그가 2~30분간 활약하면서 팀의 경기력을 바꿨고 ,우리가 했던 것과는 다른 것을 팀에 제공했다. 이것이 우리가 손흥민을 데려온 이유다. 손흥민은 여전히 뛰어난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손흥민을 칭찬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