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스토리] 美주식 주간거래 1년 ‘먹통’…재개 ‘햇살’ 비칠까

[마켓스토리] 美주식 주간거래 1년 ‘먹통’…재개 ‘햇살’ 비칠까

작년 美대체거래소 장애로 6천300억원 거래취소…’제때 못 팔아’ 피해 속출

‘재발 방지’ 줄다리기 장기화…’백업’ 기관 2곳 더해 연내 서비스 전망

[※ 편집자 주 = 연합뉴스가 개인투자자 1천400만명 시대를 맞아 증권가 소식과 증권사 리포트 등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보는 부정기 시리즈’마켓스토리’를 시작합니다.]

뉴욕거래소 내부 모습 [자료 사진]

(UPI=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배영경 기자 = 작년 8월 5일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에게 청천벽력의 하루였다.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면서 미국 종목을 팔겠다는 주문을 쏟아냈는데, 오후에 갑자기 거래 요청이 몽땅 취소된 것이다.

금융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이 사고에 휘말린 주식 계좌는 약 9만개였고 취소 거래금액은 6천300억원에 달했다.

서학 개미들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적시에 팔아야 할 주식이 대거 묶이며 손해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증권사 고객센터에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혼란의 중심엔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와 현지 대체거래소(ATS)가 있었다.

한국과 미국은 밤낮이 반대라 원칙대로 거래하면 밤늦게 주문을 넣어야 한다. 국내 증권사들의 주간거래(데이마켓) 서비스는 이런 난점을 해결한다는 취지로 2022년부터 도입됐다. 미국의 ATS와 제휴해 한국 낮에도 주식 주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에서의 주간거래를 처리하는 업무는 ‘블루오션’이라는 ATS가 독점했다. 한국 주간거래를 지원하는 미국 ATS는 원래 2곳이었다. 그런데 ATS를 이용하려면 미국 브로커(중개업체)를 껴야 하는데, 한국 증권사들이 기용할 수 있는 브로커를 받아주는 곳이 블루오션이 유일했다.

한국 증권사들과 블루오션의 제휴는 처음엔 최적의 궁합처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증시 투자에 대한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느는 상황에서, 일과시간에도 미국 종목을 거래하는 서비스는 증권사 고객을 대거 늘리는 ‘광맥’이었다. 작년 8월 기준으로 미국주식 주간거래를 운영했던 증권사는 19곳에 달해, 웬만큼 인지도 있는 회사라면 다 하는 서비스였다.

미국 증시 전광판 모습 [자료사진]

(AFP=연합뉴스)

블루오션도 화색이었다. 한국발 주문이 밀려들면서 거래처리 비용을 챙길 초대형 ‘매출원’이 생겼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의 전체 거래량에서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했다.

그러나 백업(비상 대체처) 없이 ATS 1곳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다. 작년 8월5일 블루오션은 거래 폭증으로 자사 전산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자, 한국시간 기준 오후 2시45분부터 4시15분 사이 접수된 주문을 일방적으로 몽땅 취소했다.

증권가는 경악했다. 거래소가 이미 들어온 주문을 ‘증발’시키는 일은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사고였다.

블루오션의 반응은 황당했다. 시스템 장애는 유감이지만 자사 과실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격분한 한국 증권사들은 작년 8월16일 일시에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중단했다.

양측은 서비스 재개 협상을 시작했지만, 갈등의 스파크만 튀었다.

증권사들은 사죄·배상과 실질적 재발 방지 조처를 요구했지만, 블루오션은 ‘우발적 사고에 해줄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양보의 여지가 없었다. 당장 거래 취소로 손실을 봤다는 고객들의 배상 요구가 빗발치고 있었다.

증권사 귀책 사유가 없다는 법리를 제시해 겨우 배상 책임은 면했지만 ‘해외증권 수수료만 탐내고 고객 보호는 등한시한다’는 공분이 일었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왜 강행했냐는 금융 당국의 질책을 들었다.

한 대형 증권사의 관계자는 “업계에서 가장 민감해하고 무서워하는 것이 고객 돈과 관련한 민원인데, 이를 들쑤셔놨으니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던 것”이라며 “주간거래가 끊겨도 미국 주식 매매를 전혀 못 하는 것은 아닌 만큼 고객 불편이 있더라도 강경 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증권사들을 대표해 블루오션과 협상을 진행한 금융투자협회는 작년 10월엔 이례적으로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에 연락해 블루오션의 사고 대응이 적법했는지 판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블루오션이 꿈쩍도 하지 않으니 미국 당국으로의 탄원을 통해서라도 ‘우회 압박’을 한다는 포석이었다.

증권사와 블루오션 사이의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지금껏 1년 가깝게 중단된 상태다.

단 ‘종전’은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블루오션의 태도가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인터뷰하는 브라이언 힌드먼 블루오션 CEO

(서울=연합뉴스)

올해 1∼2월 사이 블루오션은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열고 국내 증권사와의 연락 채널을 보강하고 브라이언 힌드먼 대표이사가 내한해 한국 고객에게 사과하고 시스템 보강 및 재발 방지 의지를 강조했다.

전산 장애시 월 최대 25만달러(약 3억5천만원)를 배상한다는 정책도 도입했다.

현재 한국 증권사들도 서비스 중단이 더 실익이 없다는 견해가 대다수다.

블루오션 외에 국내 증권사가 쓸 수 있는 미국 ATS가 더 나와 안정성을 강화할 여건이 마련됐고, 뉴욕거래소(NYSE)가 거래시간을 연장하는 조처는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측돼 그사이엔 데이마켓 서비스를 구현할 다른 대안이 없다.

금투협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블루오션에다 ‘브루스'(Bruce)와 ‘문'(Moon)이라는 ATS 2곳을 백업 기관으로 추가해 연내 주간거래를 재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증권사들이 작년 8월 일시에 주간거래 서비스를 중단했던 만큼, 서비스 복원도 업계 합동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은 이번 달 내 증권사들과 회의를 열고 서비스 준비 일정과 구체적 재개 날짜를 정할 계획이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 본 거래소인 NYSE가 거래 시간을 연장할 때 주간거래 서비스를 하자는 신중론이 많았는데 사태가 너무 장기화하면서 다들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블루오션과 데이마켓 계약을 해지했던 것은 아니라 관련 비용은 계속 지출되는 상황이었는데, 이 돈이 아까우니 현실적으로 재개를 택하자는 의견에도 힘이 실렸다”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주식 거래의 중개는 원래 했던 업무였던 만큼 서비스 재개 테스트나 준비 작업에 많은 시간이 필요 없고 1개월 안팎이면 충분하다. 단 복수의 ATS와 계약을 하면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중소형 증권사가 난감해할 변수는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tae@yna.co.kr

ykbae@yna.co.kr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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