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미국작가협회(WGA) 제명 사유에 직접 해명했다. 사유에 해당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 박찬욱 감독 입장이다.
박찬욱 / 뉴스1
8일(현지 시각)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WGA는 박찬욱 감독과 각본가 돈 맥켈러를 제명했다. 사유는 HBO 오리지널 드라마 ‘동조자’ 각본을 미국 작가 조합이 정한 파업 기간에 대본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동조자’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미국으로 건너 간 북베트남 스파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쓴 원작 소설 ‘동조자’를 바탕으로 제작한 드라마는 세계적인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한국 대표 감독 박찬욱의 콜라보로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4월 14일부터 HBO Max를 통해 시청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WGA는 박찬욱 감독과 공동 집필자 돈 맥켈러를 파업 규정 위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료작가들은 후반 작업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박찬욱 감독을 감쌌다. 하지만 지난 4월 WGA 이사회는 심리위원회의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 작가에게 구체적인 설명 없이 제명을 통보했다.
동조자 공식 스틸샷 / HBO Max 제공
박찬욱 감독은 자신이 대표인 모호필름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12일 모호필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박찬욱 감독이 작가 역할만 한 게 아니라 총괄 프로듀서, 연출도 맡았기에 역할의 모호함이 있다. 문제가 된 기간에는 아이디어 회의 차원이었지 대사를 단 한 줄도 쓴 적 없었다”며 “동료 작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선 이를 받아들여 비공개 경고를 권고했는데 이사회 차원에서 돌연 제명으로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WGA는 지난 2023년 5월부터 9월까지 인공지능 AI 등장으로 원고료 등 계약 금액을 줄이려는 할리우드에 반발해 처우 개선과 고용안정성 강화를 촉구하고자 하는 취지로 파업을 했다. WGA는 해당 파업 기간 중 집필한 결과물을 ‘Scab script’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징계하고 있다.
박찬욱 / 뉴스1
모호필름 관계자는 파업 당시 ‘동조자’는 후반 작업을 진했을 뿐임을 강조하며 “편집은 집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WGA 규정상 허용된 작업이었고 편집 작업 중이던 두 사람은 HBO로부터 일부 설정을 변경하자는 제안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새로운 설정을 위해 촬영본을 토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두 사람은 무엇이 효과적일 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했지만 파업 중에는 새로운 대본 작성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해당 기간에는 어떤 장면에 대한 대본을 새로 집필하거나 기존 대본을 수정하지 않았다”며 “새 집필은 파업 종료 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항소를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시간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모호필름 관계자는 “보통 30일 내에 항소가 가능하지만 그 기간에는 영화 ‘어쩔수가없다’ 후반 작업이 한창이라 다른 관계자들에게 피해가 갈까 결국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찬욱 감독은 언제나 동료 작가와 창작자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과의 연대 정신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쩔수가없다 공식 스틸컷 / CJ ENM 제공
박찬욱 감독은 오는 9월 영화 ‘어쩔수가없다’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스로 ‘필생의 프로젝트’라고 언급할 정도로 애착을 가진 신작은 영화계에서도 올해 최고 화제작이다. 제82회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 WGA 제명은 작가 조합의 힘이 미국에서 강하기 때문에 신작이 해외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데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