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마룻바닥서 울려퍼진 감동

[문화대상 이 작품]마룻바닥서 울려퍼진 감동

[김희선 월간 음악저널 편집장] 한 달 내내 특정 작곡가를 중심으로 공연을 이어가는 더하우스콘서트의 ‘줄라이 페스티벌’은 코로나19 대유행 시절인 2020년 여름 베토벤을 주제로 첫발을 뗐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신조어와 함께 공연계 역시 가장 위축됐던 시기,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더하우스콘서트는 오히려 밀도 높은 기획을 시작한 셈이다. 이후 브람스, 바르톡, 슈베르트, 슈만의 작품 세계를 차례로 조명한 ‘줄라이 페스티벌’은 올해 스트라빈스키를 비롯한 20세기 러시아 작곡가에 몰두했다. 비교적 잘 알려진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예프뿐만 아니라 쉬니트케, 메트너, 글리에르 등 대중에게 낯선 작곡가까지 다루며 독창적인 음악 언어로 격변의 시대를 관통했던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두루 살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줄라이 페스티벌’ 폐막 공연의 한 장면. (사진=더하우스콘서트)

올해 ‘2025 줄라이 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은 지난달 31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날 연주는 지휘자 진솔과 40여 명의 아르티제 캄머오케스터가 맡았다. 첫 곡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1번 D장조’는 ‘고전적’이라는 부제로 불릴 만큼 심플한 형식미를 바탕으로 작곡가 특유의 리듬과 선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특징이 연주자에겐 쉽지 않은 과제가 되기도 한다. 1악장 제1바이올린이 담당하는 테마는 까다로운 음정과 예민한 리듬으로 유명한데, 기존 공연장에 비해 직접적인 어쿠스틱 때문인지 다소 불안했다. 그러나 악장이 진행될수록 안정감을 찾아가 작품의 유머러스한 매력이 살아났고, 피날레에서는 생동감 있는 사운드와 다이내믹으로 인상적인 무대를 완성했다.

스트라빈스키를 상징하는 작품이자 20세기 최대 문제작으로 꼽히는 ‘봄의 제전’이 이어졌다. 박강준이 편곡하고 장준호가 피아노 맡은 연주는 신선하고 경이로웠다. 대형 공연장에서 풀 오케스트라가 줄 수 있는 무게감 대신 역동적 에너지와 깊은 몰입감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피아니스트 장준호의 타건은 호방하면서도 묵직했고, 지휘자 진솔의 비팅(beating, 지휘에서 박자와 리듬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동작)은 명확하고 깔끔했다. 젊은 오케스트라인 아르티제 캄머오케스터의 연주는 확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여기에 더하우스콘서트의 시그니처인 ‘마룻바닥 위에서 연주하고 감상하는 문화’는 음악이 가진 고유의 울림을 그대로 느끼게끔 했다. 강렬한 패시지(passage, 클래식 음악 속 특정한 부분)에서 전해지던 바닥의 진동은 그 어떤 공연장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줄라이 페스티벌’ 폐막 공연의 한 장면. (사진=더하우스콘서트)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한 250여 명의 연주자 중에는 대중에게 알려진 이도,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모두가 동등하다. 오직 음악으로 대화하고, 자신을 증명한다. 서울 공연뿐만 아니라 지역 공연도 진행해 온 더하우스콘서트는 올해부터 ‘줄라이 페스티벌’의 지역 공연을 병행했다. 수도권 집중 현상과 다양성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 클래식 공연계에 자극을 주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게 음악 본연의 깊이를 경험하도록 하는 더하우스콘서트. 이날 공연 역시 클래식 음악이 가진 가장 날 것의 감동이 전해진 시간이었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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