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근한 기자) 끝내 6위로 추락한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칼을 빼들었다.
최근 볼 배합과 관련한 이 감독의 강한 질책이 있었던 가운데 1군 투수코치와 배터리코치가 바뀌는 결정이 이뤄졌다.
KIA는 지난 11일 1·2군 코치진 보직 개편을 공식 발표했다.
정재훈 투수코치와 나카무라 타케시 배터리코치가 1군에서 퓨처스팀으로 내려간다.
1군 이동걸 불펜코치가 메인 투수코치로 이동한다. 퓨처스팀에 있던 이정호 투수코치가 1군으로 올라와 불펜코치를 맡는다. 이해창 퓨처스팀 배터리코치도 1군으로 올라와 타케시 코치의 빈자리를 채운다.
KIA는 “정재훈, 타케시 코치는 각각 퓨처스팀 투수코치, 배터리코치를 맡으며 유망주 선수 육성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1982년생 이정호 코치는 삼성 라이온즈와 현대 유니콘스 등을 거쳐 선수로 뛰다 2011년부터 고등학교와 키움 히어로즈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이정호 코치는 2023년부터 KIA 퓨처스팀 투수코치를 맡았다.
1987년생 이해창 코치는 키움, KT 위즈, 한화 이글스 등에서 선수로 뛰다 2022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 뒤 2023년 KIA 퓨처스팀 배터리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KIA 관계자는 11일 엑스포츠뉴스에 “(코치진 보직 개편은) 어제(1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이후 결정됐다.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측면이 있다”며 “(정재훈, 타케시 코치의 2군행이) 문책성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구단의 설명처럼 문책성 교체는 아니더라도 최근 이범호 감독이 투수와 포수 사이의 볼 배합에 대한 아쉬움을 강하게 내비친 바 있기에 그 의미가 남다를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지난 주말 시리즈인 창원 NC전에서 상대 외국인 타자 데이비슨에게 결정적인 홈런을 맞은 것에 대해 언급했다.
이 감독은 지난 9일 “확실히 데이비슨에게 홈런을 너무 많이 허용하고 있다. 항상 빠른 공 위주로 가다 보니 매번 당하는 것 같다”며 “데이비슨은 이미 KBO리그 투수들의 패턴에 적응한 타자다. 팔이 길고 힘도 좋은데, 한 방이면 경기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너무 쉽게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데이비슨은 올 시즌 KIA전 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1(28타수 9안타), 5홈런, 11타점, 7사사구를 기록하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KT 위즈(5홈런)와 함께 올 시즌 데이비슨에게 가장 많은 홈런을 맞은 팀이 KIA다.
이 감독은 “그뿐만 아니라 특히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맞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공을 한 번 빼주거나, 몸쪽 승부 시 포수가 더 깊게 앉는 등 세밀한 준비가 필요한데 너무 평온하게 볼 배합이 들어간다.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나오는 타자에게 우리는 어떤 구종으로 맞설지 싸움이 돼야 하는데, 어제는 초구가 가장 깊숙이 잘 들어갔음에도 홈런이 나왔다. 이는 타자가 초구부터 어느 쪽으로 공이 올지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목소릴 높였다.
동시에 이 감독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진의 더 철저한 준비 자세도 주문했다.
이 감독은 “홈런 타자에게는 쉽게 가면서, 콘택트 위주의 타자에게는 어렵게 가는 경우가 있었다. 반대로 해야 한다. 답답한 상황이 반복되면 안 된다”며 “선수들도, 스태프들도 복기와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다시는 같은 상황이 나오지 않게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그래서 어제 경기 뒤에도 코치진 미팅을 열어 강하게 얘기했다”고 힘줘 말했다.
이처럼 이 감독의 강력한 질책이 있었지만, KIA는 지난 10일 경기에서 5회말 또 데이비슨에게 결정적인 3점 홈런을 맞아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볼카운트 1B 상황에서 2구째 들어간 한재승의 146km/h 속구가 그대로 통타당해 비거리 125m짜리 대형 좌월 스리런 아치로 연결됐다.
KIA는 2회초 5득점 뒤 3회말 8실점으로 경기 초반부터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마운드가 계속 흔들렸다. 8회말 4득점으로 마지막 추격에 나섰지만, 8회말 추가 실점을 허용하면서 12-16 대량 실점 패배를 맛봤다. 이 감독의 볼 배합 패턴 지적 뒤 또 비슷한 실점 상황이 나오자 결국 코치진 교체라는 충격파까지 이어졌다.
과연 KIA가 이번 코치진 개편으로 마운드 안정화와 함께 다시 5강 싸움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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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